[이송규 안전칼럼] 해안 산업시설의 3중 위험...염분·부식·노후화

매일안전신문 / 기사승인 : 2025-11-19 09: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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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시설의 부식은 예외가 아니라 전제조건
- 세계는 이미 해안부식지도로 관리
- '해안산업시설 강화기준' 도입
-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은 매몰비용이 아닌 투자비용
- 이젠 안전이 곧 국력이다.

울산 동서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는 우리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체계가 구조적 위험요인을 얼마나 간과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고는 “부식·풍압·노후화·점검체계 미비”가 결합해 만들어낸 복합재난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복합재난의 핵심에는 바로 ‘해안 산업시설’이라는 환경적 특수성에 대한 과소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 해안 시설의 부식은 ‘전제 조건’


해안 지역 구조물은 내륙과 전혀 다른 환경부하를 받는다. 해풍 속 염분은 금속의 보호피막을 파괴하고 산화를 빠르게 진행시킨다. 한 번 녹이 발생하면 강도는 급격히 낮아지고, 피로 균열은 수년간 누적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특히 고열 환경에서 금속구조물이 사용되는 보일러타워는 부식 취약성이 크다.
 

콘크리트 구조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콘크리트는 중성화되어 철근을 보호하지 못하고, 철근 부식은 팽창을 일으켜 균열을 만들며 더 많은 물·산소·염분이 들어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비선형적 열화 과정이다.


울산은 대표적인 해안공업도시다. 강한 해풍, 높은 염분 농도가 가장 높은 동해안, 연중 지속되는 습도 변화는 보일러타워와 같은 대형 금속 구조물의 열화 속도를 내륙보다 훨씬 빠르게 만든다. 결국 “정기점검을 했다”는 절차만으로는 안전을 보증할 수 없다. 점검 기준 자체가 해안 환경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그 점검은 사실상 무력한 것이다.

■ 세계는 이미 ‘해안 부식지도’로 관리


해외 선진국들은 해안 구조물의 부식 위험을 정량적으로 관리한다. 미국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MA)는 해안으로부터 25m 거리의 부식 속도가 250m 거리보다 최대 10배 빠르다고 명시한다. 일본과 호주는 지역별로 염분 농도·풍속·습도 등을 반영한 정밀 부식지도를 운영하고, 이에 기반해 설계와 점검 기준을 차등 적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국 표준의 획일적 기준이 많으며, 해안 지역의 특수 환경에 최적화된 안전관리 체계는 부족한 실정이다. 울산과 같은 중화학·발전 시설 밀집 지역에서는 더 촘촘한 기준이 필요함에도, 행정적·기술적 대응이 뒤따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붕괴가 단순 구조적 결함이 아닌 ‘환경 기반 위험요인의 누적’이라면, 이는 관리 체계의 결함이자 정부·지자체·사업자·전문가가 공동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 지금 필요한 건 ‘해안 산업시설 강화 기준’ 도입


이제 우리는 해안 시설을 내륙과 동일하게 다루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발전소·정유·화학 플랜트·대형 물류시설 등은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해안 산업시설 점검체계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
1) 금속구조물 부식도 정밀 진단 의무화
– 두께 감소, 균열, 표면 손상 주기적 정밀 측정
– 특정 기준 노후화 구조물은 비파괴검사 의무화
2) 콘크리트 중성화·철근부식 심층 평가
– 코어 채취 후 중성화 깊이 측정
– 철근 부식율 기반 잔존 수명 예측 모델 적용
3) 해풍·염분 농도 기반 ‘지역별 부식등급’ 지정
– 울산·여수·광양 등 산업해안도시 대상
– 부식등급에 따라 유지관리 차등화
4) 풍하중(빌딩풍)·열화 결합 영향 분석
– 노후 보일러타워·굴뚝·대형 탱크 설비에 필수 적용
5) 드론 기반 상시 변형 모니터링 체계 구축
– 실시간 탐지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산업화 시대의 시설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시설은 노후화되고, 해안 환경은 변하고, 구조물은 예측보다 빠르게 열화된다. 그럼에도 점검 기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사고는 불가피하다.

■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은 소모되는 매몰비용이 아닌 투자 

 

이번 사고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해안 시설은 내륙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될 수 없다.
부식, 균열, 진동, 변형, 표면 박리 등 구조물은 이미 수년 전부터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종합적 변화다. 해안 산업시설 부식지도 구축, 점검 기준 상향, 노후 구조물 조기 교체, 현장 인력 재교육까지 포함한 국가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안전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안전, 산업의 지속성,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국가적 과제다. 울산의 사고를 계기로 한국의 안전관리 체계가 해안 환경 특성을 반영해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한다.

안전에 드는 비용은 없어지는 매몰비용이나 소모비용이 아닌 우리를 지키는 투자다. 사고 후 복구비용은 안전소요비용 대비 수십수백배 비용이 소요될 것이니까.
이젠 안전이 곧 국력이다.

 

▲ 이송규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기술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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