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기간 직후 극단 선택...대법 "보험금 지급해야"

이유림 기자 / 기사승인 : 2022-05-23 10: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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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부는 A씨의 배우자와 자녀가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 대법원 홈페이지)

 

[매일안전신문=이유림 기자]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사망 보험에 가입한 것이 의심돼도 면책 기간이 지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A씨의 배우자와 자녀가 보험사 3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중국에서 의류 사업을 하던 A씨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지난 2015년 귀국해 1월부터 3월까지 10개의 생명보험에 가입, 매월 75만 6500원의 보험료를 납입해왔다.

A씨는 마지막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정확히 2년 뒤인 2017년 3월 7일 집을 나섰고 이틀 후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직전 A씨는 여러 금융회사 및 카드사로부터 대출 또는 현금서비스를 받아 생활하는 등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는 A씨가 자살 면책기간이 지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보험금의 부정취득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은 자살 면책기간을 2년으로 지정해 이 기간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A씨의 가족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보험계약 체결 무렵 안정적인 수입이 확보돼 있지 않는 등 처음부터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이 있어 자살면책기간 경과 후 자살이라는 이유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2심은 부정 취득을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 의심되나 부정 취득을 노린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2심은 "A씨는 이미 2010년부터 매월 271만원의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었고, 당시 재산상태에 비춰보면 보험료 75만 6500원이 과다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70여건에 이르는 여행자보험 가입내역에 비춰보면 A씨는 안전 추구 성향이 강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보험에 가입한 후 아파트를 매수하고 상표를 출원했는데 이는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는 사람의 통상적 행동으로 볼 수 없다”며 덧붙였다.

 

이어 "단지 보험계약이 여러 건이고 보험료와 보험금이 많은 금액이며 보험사고의 발생 경위에 다소 석연치 않은 사정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보험금의 부정 취득을 노린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유족에게 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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