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알고리즘 해고', 미국식 효율이 한국에선 법적 재앙이 되는 이유

손익곤 변호사 / 기사승인 : 2026-04-02 09: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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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AI 알고리즘으로 저성과자를 선별하고 이메일 한 통으로 해고를 통보하는 시대가 왔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모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을 아무런 준비 없이 한국 기업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는, 경영의 효율이 아니라 법적 재앙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미국 고용시장의 근간은 '임의고용(Employment At-Will)' 원칙이다. 특별한 계약이 없는 한, 사용자는 언제든 이유 없이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 AI가 뽑아낸 데이터가 곧 해고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토양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다. 반면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엄격히 금지한다. 우리 법원은 해고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로 좁게 해석하며, 이 기준은 AI 알고리즘의 등장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결정적인 충돌이 발생한다. AI는 본질적으로 '블랙박스(Black Box)'다. 알고리즘이 도출한 성과 점수 미달이라는 결과는, 그 판단 근거를 소상히 설명할 수 없다면 한국 법정에서 해고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충족하지 못한 해고는 즉각적인 부당해고 판정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개인정보보호법이 정보주체에게 부여한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은, 근로자가 AI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무기가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알고리즘 차별의 리스크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특정 성별이나 연령에 대한 편향이 내재되어 있다면, 그 결과값에 기반한 인사 결정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이는 단순히 해고 취소에 그치지 않는다. 강화된 법적 추세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브랜드 이미지의 치명적 실추, 노사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영 리스크 전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한국의 고용법 체계 속에서 AI는 섣불리 휘두를 경우 '효율의 도구'가 아닌 '분쟁의 불씨'가 된다. 알고리즘의 판단에 인간의 실질적 검토와 개입을 의무화하고, 이의제기 절차와 설명 의무를 취업규칙에 명문화하는 것이 AI 인사관리의 전제 조건이다. 기술의 도입보다 법적 기반의 구축이 먼저다.


/법무법인 인사이트 손익곤 노동법 전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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