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구 변호사의 사건파일⑭] 한전과 고객의 책임분계점과 수급지점, 한전과의 분쟁에서 승소한 제1심 판결 소개

김동구 변호사 / 기사승인 : 2025-07-04 16: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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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내에서 약 4만 건의 화재가 발생한다. 화재는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원인과 책임소재를 놓고 복잡한 분쟁이 발생하기 일쑤다. 사후처리가 복잡하다.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화재 책임을 둘러싼 공방과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게 된다. 지난 20여년간 화재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해 온 김동구 변호사와 함께 화재소송 사례를 분석하고 일반인이 알아둬야 할 현명한 대응책 등을 알아보는 장기기획물을 연재한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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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31일 저녁 8시경, 광명시에 위치한 창고형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 출입구 위쪽에는 전봇대에서 연결된 한전 인입선이 설치되어 있었고, 화재 당시 비닐하우스 상부에서 전기 스파크가 튀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 과정에서 가연성 자재들이 녹아내리며 불똥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결국 불길이 비닐하우스 전체로 빠르게 번졌다.

한전이 설치한 인입선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 관리와 유지보수 책임이 고객에게 있는지, 아니면 한전에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책임분계점과 수급지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전기 공급의 흐름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가정이나 건물 등에서 사용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친다.

먼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선로를 통해 변전소로 전달된다. 변전소에서는 고압의 전기를 수요처에 맞는 전압으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배전설비를 통해 각 수용가에 공급한다. 이 과정을 배전이라 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전주)는 이러한 배전선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전봇대에서 각 건물로 이어지는 가공 전선을 인입선이라 하며, 이때 한전의 인입선과 고객의 인입구배선이 연결되는 지점을 수급지점이라 부른다. 수급지점은 이후 설명할 책임분계점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수급지점을 거친 전기는 건물 내부로 유입되어 전력량계를 통과한 뒤, 배전반을 통해 조명, 전열, 동력 등 다양한 전기 부하에 분배된다. 전기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발전소에서 수용가의 각종 전기설비로 도달하게 된다.

◆ 책임분계점과 수급지점의 의미

‘책임분계점’은 말 그대로 책임이 분계되는 지점 즉 책임의 경계선이란 뜻이다. 이때 책임이란, 고객(수용가)과 한전 사이의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 및 유지보수의 책임을 의미한다. 즉 한전이 설치한 전기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책임분계점을 기점으로 어느 지점에서 불이 났는지에 따라 한전과 고객의 책임 소재가 달라지는 것이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 제52조(전기안전의 책임한계)는, 「고객과 한전 간의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 및 유지보수의 책임 한계는 수급지점으로 하며 전원 측은 한전이, 고객 측은 고객이 각각 책임을 집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책임분계점을 ‘수급지점’으로 한다는 것이다.

수급지점은 『한전 전기공급약관』 제27조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① 고객과 한전이 전기를 수급하는 지점(이하 수급지점)은 한전의 전선로 또는 인입선과 고객 전기설비와의 연결점으로 한다.
② 수급지점은 세칙에서 정하는 전기사용 장소 내의 한 지점으로 하되, 한전 전선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점을 기준으로 고객과 한전이 협의하여 결정한다.

한전의 기본공급약관 시행세칙 제18조 제1항에 따르면 전압별 인입시설 유형에 따라 수급지점이 결정된다. 저압 공중인입의 경우 수급지점은 인입선과 인입구배선 연결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사진: 김동구 변호사 제공)

전기시설 중 인입선 연결점, 즉 전봇대에서 수급지점까지의 구간은 한전이 관리하고, 반면 수급지점부터 전력량계 및 배전반까지의 전기배선은 수용가에서 관리한다. 단, 계량기는 한전의 소유로 한전이 관리한다.

이러한 구조를 감안하면, 수급지점을 기준으로 한전과 수용가의 책임 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전의 책임 구간에서 화재나 안전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한전이 그 책임을 지며, 수용가의 관리 구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수용가가 그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 책임분계점 관련 분쟁 (광명 비닐하우스 사건)

- 사건개요
원고 : 최초 발화 비닐하우스의 임차인(의뢰인)
피고 : 한국전력공사
화재발생 : 2021년 10월 31일 광명시 노은사동 소재 창고형 비닐하우스
2025년 6월 13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제1심 판결선고 (원고 승소)

최초 발화된 비닐하우스의 임차인인 원고는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비닐하우스에 연결된 인입선이 피고 한전의 소유·점유에 속하고, 해당 인입선의 단락, 즉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피고 한전 측은, 이 사건 인입선에서 절연 피복 손상 흔적과 전기적 단락 및 용융흔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그 형성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해당 인입선의 설치 또는 보존에 하자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오히려 피고는, 원고가 2017년 내지 2018년경 비닐하우스 외부에 차광막을 설치하면서 이 사건 인입선이 물리적으로 손상되었고, 화재 발생 당시 내린 비가 전기 전도성 매개체로 작용하여 손상된 인입선이 단락되어 이로 인해 전기적 아크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소방당국의 화재현장조사서에 따르면, 전봇대에서 비닐하우스 출입구 상부로 한전의 인입선이 연결되어 있었고, 출입구 상부에 설치된 인입선 부근에서 전기적 스파크가 발생하고 이후 연소가 확대되는 양상이 CCTV 영상에서 식별되었다. 또한, 해당 인입선에서 전기적 요인의 단락과 용융흔이 발견되었고, 현장에서는 인입선을 출입구에 고정하는 데 사용된 애자 등도 식별되었다. 이에 소방은 전기적 요인이 발화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제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의 발화부는 이 사건 비닐하우스 옥외 지붕 변에 위치한 ‘전주로부터 끌어들인 가공선의 2차 고정점’이다. 발화 원인에 관하여, 증거 전선의 실물을 살펴본 결과, 가공선로의 발화 부위는 ‘ㄱ’자 형태로 꺾여 정형된 2차 고정점과 거의 일치하며, 해당 기점에서 발화한 실체는 외장 피복 밖으로 드러난 ‘적색·무색의 2개 심선’이다. 이 부위는 ‘한전의 책임분계권에 속한 곳’이다.」 라고 판단했다.

또한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인입선의 전기배선 손상이 단순한 외력이나 자연적 노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이 사건 화재는 피고가 설치·관리한 인입선의 전선 피복이 시공 과정에서 손상된 데에서 비롯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에 따라 피고는 인입선이 지니는 위험성에 비례하여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설치 및 보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인입선의 소유자 및 점유자로서, 그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따라 발생한 손해에 대해 원고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하며 원고(의뢰인)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 결론(시사점)

이 사건의 쟁점은 화재의 발화 지점이 한전의 인입선 구간(수급지점까지)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수용가의 인입구 배선 구간(수급지점 이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책임 주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의 발화 지점이 한전의 책임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 한전이 원고(비닐하우스 임차인)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처럼 한전과 고객의 전기설비가 연결되는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는 종종 있으며, 이때 책임 분계점에 관한 다툼이 발생하곤 한다.

특히,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은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한전이 다수의 고객과 계약 체결을 위해 미리 작성한 약관으로, 고객과 한전 사이의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 및 유지·보수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약관은 고객에게 불리하게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그 해석에 있어 공정성과 형평성이 요구된다.

전기를 공급받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한전과의 관계에서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 책임의 구체적인 분계가 명확해야만, 설비의 교체·수리·보수·점검 등 관리 행위가 가능하며,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책임 귀속 여부도 명확히 따질 수 있다.

실제로 책임분계점인 수급지점은 일반 건물인지, 농사용 비닐하우스인지 등에 따라 설치 방식이나 구조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평소 수급지점이 어디인지 사전에 확인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김동구 변호사

◆ 김동구 변호사 프로필

-1962년 12월 5일생
-법무법인(유한) 금성 화재소송센터 화재전문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대학원 법학과 수료
(노동법 석사과정)
-한국화재조사학회 정회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전,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주요취급업무 - 화재, 건축 관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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