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찾아 왔다 굶어죽는게 말이 되나?"...구멍뚫린 사회안전망 질타

이송규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9 1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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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탈북인 여성이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 문에 낙서가 되어 있다. (사진=뉴스1 제휴)


북한이탈 모자가 굶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뒤늦게 복지 위기가구 긴급실태조사에 나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송파 세모녀 사건’처럼 일이 터진 뒤야에 실태를 들여다보고 복지 안전망을 고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60조가 넘는 고용·복지 예산이 사회 구석구석으로 제대로 배분되고 있는지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북한이탈주민 사망과 관련해 17개 광역자치단체 복지국장 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 가구와 유사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상자를 발굴‧지원하기 위한 긴급 실태조사를 벌여줄 것을 각 광역자치단체에 요청했다.


정부 확인 결과 북한이탈 모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관악구청 현장점검을 통해 한씨가 아동수당을 신청할 당시 소득인정액이 없었는데도 기초생활급여 등 다른 복지급여와 연계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10년 전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 한모(42·여)씨는 지난달 31일 관악구 임대아파트에서 6살 아들과 숨진채 발견됐다. 모자는 요금 미납으로 단수조치가 이뤄졌는데도 연락이 없는 걸 수상히 여긴 관리인 신고로 숨진 지 두달 남짓만에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이 없고 먹을거리라곤 냉장고에 있던 고춧가루뿐이었다는 점으로 미뤄 굶어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교포를 만나 결혼한 뒤 올해 1월 이혼한 한씨는 임대아파트에서 국가가 주는 아동수당 10만원과 양육수당 10만원을 받아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 아들과 함께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지난 5월 말 통장에 남은 3858원을 모두 인출하고 2주 정도 지나 숨진 것으로 보인다.


관악구청은 아동수당 신청과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폐지에 따른 집중신청기간 운영과 대상자 발굴업무로 업무량이 폭증하던 시점이라 한씨의 아동수당 신청 당시 다른 복지급여와 연계시키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아동수당을 신청한 가구 중 소득인정액이 기초생활보장 또는 차상위계층 이하로 확인되는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 주도록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요청했다. 아울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 기존 복지급여수급자 중 소득인정액이 기초생활보장 또는 차상위계층 이하로 확인되는 가구도 포함하여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정부의 뒤늦은 행정에 국회에서는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날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한씨 모자 비극처럼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불행한 사고가 없도록 시스템 정비와 현장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에 따르면 한씨는 공공임대주택 월세가 밀려 2017년 1월부터 임차 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비록 퇴거 조치를 당하지 않았으나 16만4000원인 월세가 1년4개월치 밀려 있었는데도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한씨가 주민센터에 아동수당을 신청할 당시 소득 인정액이 0원에 가까웠다”며 “주민센터에서 기초생활 보장 제도나 긴급복지 등을 안내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센터에서 한씨에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이혼서류를 떼오라고 했는데 한씨는 중국 남편과의 이혼서류를 떼러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생계지원을 받기 위해 이혼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탈북민이 배고픔을 피해 대한민국으로 왔는데 굶어 죽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탈북자 복지와 관련해서는 복지부가 책임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모자 사망 사건은 저희도 참 아쉬운 점이 많고 마음도 아프다. 사망 원인이 나온 뒤 면밀하게 그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면서 “탈북자는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가 없기 때문에 통일부 중심의 관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가 초기 관리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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