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내일(16일)열리는 경동건설 사고 관계자 1심 선고일에 대해 제출한 탄원서에 5100여 명이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故정순규 씨의 유가족은 지난 14일 부산지방법원에 경동건설 사망사고에 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엄중처벌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유가족 아들 정석채씨에 따르면 총 5100명이 탄원에 참여했으며 “탄원 독려 및 참여해주어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하다.”라고 마음의 뜻을 전했다.
탄원서는 오는 16일(사고 후 1년 7개월)에 열리는 1심 선고 재판에 사고 관계자들에 대한 진실규명과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현재 경동건설 등 사고 관계자들에게 내려진 1심 검찰 구형은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경동건설·하청업체(JM건설) 현장소장 각(징역 1년 6개월), 경동건설 안전관리사(금고 1년), 원하청 법인 각 벌금 1000만원이 전부이다.
이들은 재판을 하루 앞둔 지금까지도 故정 씨에 대한 사고를 인정하지 않고 각종 은폐 논란에 휩싸이고 있으면서도 유가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방영된 ‘KBS 2TV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342회)’에서 故정 씨의 아내가 “(남편 故정 씨)매일 매일 보고 싶다.”라며 “하루도 생각 안나는 날이 없다.”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정 씨는 ”(이 사건이)은폐되고 조작됐는데 왜 이렇게 알려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라며 ”나의 인생을 다 걸고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싸우겠다.“라고 다짐하는 말을 남겼다.
또한 “보상, 배상, 합의 다 필요 없으니 정말 강력한 처벌(사고 관계자들)을 받았으면 좋겠고 그렇게 해서 아버지(故정 씨)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꼭 드러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하 유가족이 지난 14일 제출한 탄원서 내용
존경하는 재판장님, 명확하고 정의로운 사건처리를 위해 노력하시는 재판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아직 사고원인조차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故 정순규 님의 사망 사건에 대해 귀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탄원합니다.
<여전히 진실은 가려져 있습니다.>
재판장님, 故 정순규 님이 추락재해가 발생했을 시 목격자는 물론 현장 주변에 CCTV, 차량 블랙박스도 없었기에 당시 상황을 확인할 자료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신중한 태도로 공사현장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안전수칙은 잘 지켜졌는지 객관적 확인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사고 당시 부산지방경찰청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그라인더와 설치되지 않은 추락 방지용 안쪽 안전난간대, 옹벽 쪽으로 바짝 붙어서 설치되지 않고 40~50cm가량 떨어져 있던 비계 위치 등을 통해 ‘비계 4.2m 높이 부근에서 그라인더로 옹벽에 튀어나온 철심을 제거하다가 비계 안쪽으로 추락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노동부는 사고 발생 이후 회사관계자의 진술과 사측의 산업재해조사표만 참고하여 ‘안전난간 외측으로 나와 사다리를 이용하여 내려오던 과정에서 떨어졌다’라는 정확하지 않은 추정성 내용으로 조사를 끝냈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꼼꼼하고 정확히 조사를 진행해야 했음에도 노동부는 단 하루 만에 조사를 마친 것입니다.
재판장님,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발생 시 원인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사고 당시에는 없었던 비계 안전 그물망과 비계 안쪽 안전난간대 설치, 40~50cm 떨어져 있던 비계를 옹벽 쪽으로 바짝 붙여놓았고 관을 고정하는 부품 역시 새것으로 교체하여 사고현장을 훼손하는 불법을 저지르며 증거 인멸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더 유가족을 분노케 했던 것은 사측에서 고인의 필체를 흉내 내어 ‘관리감독자 지정서’를 위조한 사실입니다. 마치 故 정순규님이 공사현장에서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었다고 여기게끔 만들고, 중요한 서류임에도 귀찮아해서 대신 사인했다며 고인을 무책임한 사람으로 몰고 가는 등,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라며 파렴치한 태도로 일관한 것입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사실과 정황들이 드러났음에도 검찰은 문제의식을 느끼거나 재조사를 하기는커녕 여전히 공소장 내용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민들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수사기관이라면 응당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게 제대로 된 조사와 명확한 원인 규명을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죽기 위해 일터로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이 제정된 이유는 기업들의 이익 앞에 시민들의 안전은 무시되고 인권이 훼손되는 일들이 계속해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동현장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에 노동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법 제정에 앞장섰던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고용노동부 중대재해발생 현황자료를 통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15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최근 5년 (2016년~2021년 3월) 동안 노동자 사망자 수는 건설업이 2,372명으로 전체 사망자 4,240명 중 56% 차지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죽음의 고리는 끊기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재판장님,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터로 나갑니다. 누구도 죽기 위해 일터로 나가는 사람은 없으며 자신이 일터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죽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물론 어느 곳이나 사고의 위험은 존재하지만, 그 위험을 줄이고 사람이 다치지 않게 어떻게 조치를 할 것인지는 기업의 몫입니다.
일터는 우리의 일상이며 생활 일부입니다. 개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면 적어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하고,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해진 규칙을 잘 지켜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었다면 故 정순규 님을 비롯한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정의구현을 위한 법의 엄중함이 필요합니다.>
재판장님,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는 데만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들이 최소한 사람이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자는 시민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목숨값보다 훨씬 낮은 처벌을 받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보다 낮은 형량을 받는 것은 기업들에 면죄부가 되고,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잘못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뻔뻔하고 무책임한 일들을 계속하도록 돕는 일일 뿐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워 사람들의 생명을 꺼트리는 일이 얼마나 비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지 인식할 수 있도록 법의 칼날을 세워주십시오. 자본보다 사람이 더 가치 있고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임을 알도록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십시오. 그들에게 사법부를 기만하며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부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시민들이 목격하게 해주십시오.
존경하는 재판장님,
유가족은 故 정순규 님이 어떻게, 왜 돌아가셨는지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 생계도 버리고 거리로 나선 지 벌써 1년 6개월입니다. 자신의 가족이 죽었는데 원인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면 그 심정은 어떠할까요? 유가족이 고인이 돌아가신 그 시간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주십시오.
/장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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