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세계 음악 산업의 중심지인 산타모니카를 떠올리면, 우리는 보통 바다와 햇빛, 여유로운 해변 도시의 풍경을 먼저 그리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이 도시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한류의 다음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 변화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HYBE의 미국 법인, 하이브 아메리카가 있습니다. 이곳은 더 이상 한국 가수를 미국에 소개하는 창구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국식 제작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해, 현지 인재로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내는 ‘제작 실험실’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입니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함께 만든 이 팀은 오디션과 성장 과정을 담은 콘텐츠로 데뷔 전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원자만 12만 명에 달했고,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소비됐습니다. 이제 데뷔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함께 지켜본 서사의 결말이 됩니다. 라틴 보이그룹 산토스 브라보스(SANTOS BRAVOS)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변화를 마주합니다. 과거의 한류는 한국에서 완성된 콘텐츠를 해외로 ‘보내는’ 구조에 가까웠습니다. 드라마가 수출되고 K팝 그룹이 해외 공연을 하며, 팬들은 결과물을 소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팬들은 완성된 결과물만 기다리지 않습니다. 누가 선발되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어떤 관계가 만들어지는지를 함께 지켜보며 팀의 탄생 자체를 소비합니다. 캣츠아이가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인이 중심이 아니고 한국어 가사가 주가 아니어도, 이 팀은 여전히 K팝으로 불립니다.
이 지점에서 K팝의 정의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K팝은 국적이나 언어가 아니라, 인재를 선발하고 훈련시키며 서사를 만들고 팬과 관계를 형성하는 ‘제작 시스템’으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이브 아메리카의 대표 아이작 리는 이를 ‘동기화’라고 설명합니다. 음악, 안무, 퍼포먼스, 콘텐츠, 팬 소통이 하나의 방향으로 맞물려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K팝의 힘은 한 곡의 음악이 아니라, 그 음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이 함께 설계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 흐름은 하이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니쥬와 넥스지 역시 일본에서 탄생해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 기획사들은 이제 현지에서 직접 팀을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LA의 하이브 아메리카 사옥과 일본의 니쥬·넥스지, 미국의 캣츠아이, 남미의 산토스 브라보스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주요 기획사들은 해외에서 현지 팀을 키우며 K팝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제 K팝은 가수 수출을 넘어 제작 시스템을 넓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이들을 과연 K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위기라기보다 K팝의 확장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2025년도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의 한국 호감도는 82.3%에 달했고, 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요인 1위는 문화콘텐츠였습니다. 한류는 이제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창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 의하면, 한류가 한국 제품과 서비스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64.8%에 이릅니다. 콘텐츠는 더 이상 콘텐츠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음악은 소비로, 감정은 생활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우려도 있습니다.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37.5%였고, ‘지나친 상업성’이 주요 이유로 꼽혔습니다. 현지화가 과도해져 K팝의 낯섦과 독창성이 희미해진다면, 정체성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K팝이 서 있는 자리는 단순한 확장의 단계가 아닙니다. ‘포스트 K’의 문턱입니다. 그리고 이 문턱은 세계가 함께 만들어가는 K팝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K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K를 넓히는 일입니다. 멤버의 국적이나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져도 그 안에 K팝의 제작 철학과 감각, 그리고 팬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살아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K팝일 수 있습니다.
K팝의 미래는 이제 한국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현지의 얼굴과 언어를 빌려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재탄생이 진정한 한류의 다음 단계가 되려면, 외연의 확장만큼이나 뿌리의 감각도 함께 지켜져야 합니다.
K팝은 지금 더 커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정답은 둘 다일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K팝은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일시적인 유행에 머물지, 하나의 문화 문법으로 자리 잡을지는 결국 우리가 이 ‘포스트 K’의 문턱을 어떻게 넘어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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