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홍역으로 전 세계가 말그대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1분기 전 세계 홍역발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로 늘었다. 19년전 소멸 선고를 받은 미국에서는 홍역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전국 대유행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백신접종 장면. KMI 제공>
◆홍역 세계적 유행...미국선 19년만에= 16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홍역 발병 건수가 11만21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로 늘었다.
WHO는 전날(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확정된 데이터는 아니지만 홍역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많은 나라에서 눈에 띄게 홍역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홍역 발병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들어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마다가스카르, 미얀마, 필리핀, 수단, 태국, 우크라이나 등에서 새로 홍역 발병환자가 보고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태국, 튀니지 등 비교적 백신 접종이 잘 이뤄지는 국가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유럽 전역도 홍역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악화되는 양상이다. 홍역 유행은 동남아 지역이나 다른 개발도상국에서도 말할 것도 없다.
미국에서는 지난 11일까지 20개 주에 걸쳐 총 555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동부의 뉴욕·뉴저지·뉴햄프셔·코네티컷·매사추세츠·메릴랜드, 서부의 캘리포니아·워싱턴·오리건, 남부의 플로리다·조지아·텍사스까지 아우르고 있다.
홍역(measles)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성·발진성 질환인 홍역은 미국에서 2000년 사멸된 것으로 보고됐었다.

국내에서는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129명이 홍역 확진으로 집계됐다. 주로 세계적으로 홍역이 유행하면서 해외에서 감염된 환자가 국내로 유입된 결과로 보인다. 아직까지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홍역은 일단 유행하면 방역시스템이 아무리 좋더라도 유행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감염력 높아 무조건 예방이 최선=전문가들은 감염력 높은 홍역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홍역의 감염 경로는 기침 때 나오는 호흡기 분비물의 공기감염, 비말감염 및 접촉감염이 주를 이룬다. 환자가 기침할 때 나오는 호흡기 분비물은 수십m까지 퍼져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홍역 환자가 지하철 내에서 한번 기침하면 이론상 열차 내 모든 사람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홍역은 잠복기가 평균 2주 정도로 긴 편이고 보통 피부 발진이 나타나고서야 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발진이 나타나기 4일 전부터 4일 후까지 감염력이 있다는 점이다. 발진이 나타나기 전 증상이 없거나 감기 기운 정도가 있는 홍역 환자가 4일간 공기감염 형태로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방역당국이 미리 이런 환자를 찾아내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리 알았더라도 접촉자나 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과 같은 기본적 대응 외에 확산을 막을 만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 홍역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홍역 환자에 접촉하면 90% 이상에서 걸린다.
일반적으로 홍역 환자 1명이 15~20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한다.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홍역 환자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걸릴 수 있다.
결국 홍역은 감염력이 워낙 높고 증상이 없는 시기에도 감염이 가능하다. 홍역을 예방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20·30대 중심으로 MMR 백신 접종해야=전문가들은 MMR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을 접종해 홍역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총 2차례 접종을 권장하는데, 1차 접종 예방효과는 93% 정도이고 2차 접종까지 하면 97%까지 올라간다. 홍역 예방 접종을 하면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특정 집단에서 면역력을 갖는 군집면역(herd immunity)에도 기여한다. 홍역은 군집면역이 95% 이상이어야 전파가 차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홍역 환자 1명이 20명을 감염시킨다고 할 때 20명 모두(100% 군집면역)가 홍역에 면역이 있으면 질환은 더 이상 전파될 수 없다. 20명 중 19명(95% 군집면역)에게 면역이 있으면 환자 1명이 많아야 다른 1명한테만 전파할 수 있어 대유행이 일어나기 어렵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홍역에 대한 군집면역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국내 소아의 MMR 백신 2회 예방접종률은 95∼99%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30대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 홍역은 한번 걸리면 평생 자연면역이 되는데, 1967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홍역에 걸려 자연 항체를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는 1983년부터 홍역 1차 예방접종이, 1997년부터 2차 접종이 필수 접종으로 시작되었다. 1983∼1996년생은 1차 접종만 한 이들이 많아 충분히 면역력을 지니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연구들 중에서도 20대의 경우 홍역에 항체를 가진 사람이 50%를 약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다. 군집면역 목표 수준인 95%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KMI 신상엽 감염내과 전문의(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는 “백신 접종 기피는 접종하지 않은 본인도 위험에 노출되지만 군집면역 감소로 인해 본인이 속한 지역 사회 전체의 전염병 유행을 가속시킬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MMR 백신 접종을 통해 본인의 면역과 군집면역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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