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4시45분쯤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한 15층짜리 아파트의 14층에서 불이 나 36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아파트 14층 거주자 A(50)씨가 숨지고 B(77)씨 등 2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파트 주민 26명이 대피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A씨 집안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불이 14층이 아니라 더 낮은 층에서 났더라면 어찌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연기는 공기보다 가볍다.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가 위로 올라가므로 위층 주민들이 질식할 위험이 크다. 이번에도 14층 아래에 사는 사람들은 쉽게 대피 계단을 통해 아파트를 빠져나왔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게 있다. 아파트 계단은 비상시 대피를 위한 계단일 뿐이지 평소 통행을 위한 출입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출입구는 엘리베이터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 계단으로 다니면서 함부로 문을 열어놓고 다닌다. 특히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므로 문에 화분같은 것을 고정해서 열어놓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볼수 있다.
그러나 평소 아파트 계단 문은 항상 닫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화재가 나더라도 연기가 계단으로 퍼지지 않는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계단의 하부에서 바람이 나오도록 하는 구조의 양압계단으로 되어 있어 연기가 계단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되어 있다. 최근에는 자동으로 계단문이 닫히도록 되어 있다.
만약 한층이라도 계단의 문이 열려있게 된다면 계단이 굴뚝과 같은 역할을 해서 연기가 위아래로 바로 확산되어 연기 감옥이 되버린다.
지난 세종병원 화재나 제천사우나 화재와 같은 대형화재의 원인이 모두 계단의 문에서부터 발생했다.
아파트 공고판에는 아파트 계단 문을 항상 닫아둬야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왜 계단 문을 닫아둬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화재가 나면 불에 타 숨지는 것보다 연기에 질식해 숨지는 일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약 1분 만이라도 연기에 질식할 경우 정신을 잃을 수 있다. 각 가정에서 화재방독면을 구비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아파트 옥상 문 문제도 반드시 생각해 볼 문제다. 화재시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부득이 옥상으로 대피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옥상 문이 닫혀 열리지 않는다면 계단은 감옥이 될 것이다. 요즘 세워진 아파트들 옥상 문은 자동으로 화재시 열리도록 돼 있으나 자동 문이 고장 날 경우에는 대책이 전무하다. 지은지 오래된 아파트는 관리상 문제로 아예 문에 자물쇠를 채워 둔 경우도 많다.
아파트 옥상 문은 항상 열 수 있도록 되어 있어야 한다. 개폐시 아파트 관리소에 연락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한다면 옥상문이 열려있어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무더위가 다가오면서 바람이 들어오도록 아파트 계단 문을 열어두는 일이 늘어날까 벌써 걱정이다. 계단 문을 열어 시원함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자칫 화재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파트 화재는 한 개인 혼자 잘 대비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파트 주민 한 사람 잘못으로 전체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화재나 사고는 발생 이전에 안전대응이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화재가 발생하거나 발생하기 직전일 수 있다.
<이송규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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