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쩡이린 목숨 앗아간’ 음주운전 범죄자 “합의 위해 시간 달라”

박효영 / 기사승인 : 2021-01-25 16: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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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대만 유학생 20대 여성 쩡이린씨의 목숨을 앗아간 음주운전 범죄자 50대 남성 김모씨는 합의가 절실하다. 김씨는 변호인 A씨를 통해 두 차례나 재판을 연기시켰으나 그 어떤 합의의 실마리도 찾지 못 했다. 김씨측은 첫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제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도 전부 동의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혈중알콜농도 수치(0.079%) 등 명백한 물증 앞에서 도저히 부인 전략으로는 감형을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전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회견 전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25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22호에서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으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한 첫 번째 공판(형사26단독 류일건 판사)이 개최됐다.


이날 재판은 15분만에 종료됐는데 사실관계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결국 합의 여부가 관심사였다. 김씨측은 합의를 위해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이미 쩡씨의 부모와 친구들은 전혀 합의할 의사가 없다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지만 A씨는 재판에서 “부모님에게 최대한 사죄의 말씀을 구하려고 접촉을 시도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대만 현지로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대만 현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합의를 위해 더 노력할테니 시간상 조금만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A씨가 원하는 것은 “속행 기일”을 한 번 더 잡아주는 건데 류 판사는 결과적으로 “피해자측 변호인이 합의 의사가 없다고 단언하지만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며 “그때까지 결론이 나지 않으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바로 선고 공판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쩡씨가 숨을 거둔 날은 작년 11월6일 저녁이었다. 쩡씨는 한국에서 5년간 유학 생활 중이었고 신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며 목회자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날 쩡씨는 지도 교수를 만난 뒤 귀가하고 있었다. 쩡씨는 서울 강남구 양재전화국 인근 횡단보도에서 초록불 신호가 되자 발걸음을 옮겼고 그대로 김씨의 아우디 차량에 치어 눈을 감았다. 김씨는 음주운전 사고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운전 재범인 것이다. 당시 강남경찰서는 김씨의 음주 수치가 면허 취소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빨간불 신호를 무시하고 고속 주행을 했을 정도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고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아닌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쩡이린씨 친구들이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쩡이린씨 친구들이 기자회견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법정에서는 그때 당시의 처참한 광경이 그대로 재현됐다. 사고 블랙박스 영상이 담긴 CD가 재생됐는데 김씨의 아우디가 미친 듯이 달려가다 쩡씨를 충돌하는 순간 방청석에 앉아 있는 쩡씨의 친구들은 전부 고개를 떨구며 순간적으로 비명소리를 냈다.


첫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류 판사는 친구들에게 발언 기회를 줬는데 대표로 나선 박선규씨는 “쩡이린의 죽음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피고인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 너무 큰 슬픔이었다. 강력하게 처벌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다음 2차 공판은 3월8일 오전 10시4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22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김씨측 입장에서 이때까지 유족과 합의를 하지 못 하면 그대로 검사의 구형과 선고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다. 부모는 물론이고 친구들 모두 법률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수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합의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이들의 확고한 방침이다. 김씨는 자필 편지를 작성해서 A씨를 통해 쩡씨의 부모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피해자측 변호인은 읽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현장의 모습. (사진=쩡이린의 친구 모임 제공)
기자회견 현장의 모습. (사진=쩡이린의 친구 모임 제공)

앞서 친구들은 공판 시작 1시간 전에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쪽 정문 입구에서 “쩡이린의 친구 모임”이란 이름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말미에 쩡씨의 친구 강대민씨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친구 모임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음주운전 범죄를 살인미수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초범이든 재범이든 재판 한 번 없이 약식기소되고 벌금형이 전부”라며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왜 판사들은 음주운전을 가볍게 생각하는 걸까? 아직도 음주운전을 실수로 보고 있는 걸까? 음주운전은 과실이 아니다. 음주운전은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고의 가득한 범죄다.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범죄의 고의성이 성립된다고 봐야 한다. 절대 잊지말아달라”고 밝혔다.


즉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는 점이다.


김씨에게 적용된 윤창호법 즉 특가법상 위험운전 치사는 징역 3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친구 모임은 윤창호법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을 거론하면서 “법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고 규정했는데 현실은 징역 12년이 최고형이다. 양형 기준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양형 기준이 아닌 법조문대로 선고를 해달라. 양형 기준을 벗어나서 더 엄격하게 판단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실 보수적인 사법부 내에서 양형 기준을 벗어나서 선고를 하려면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


친구 모임은 “음주운전 재범이다. 횡단보도 초록불을 건너는 보행자를 죽게 만들었다. 충분히 양형 기준 밖에서 선고를 할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어서 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벌을 내려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쩡씨의 부모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캡처사진=SBS)
쩡씨의 부모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캡처사진=SBS)

기자회견문이 낭독되기 전에 쩡씨의 부재를 슬퍼하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가 울려퍼졌다.


쩡씨의 부모는 박선규씨의 대독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부모는 “저희 딸 이린이의 죽음이 헛되게 되지 않도록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정부기관 등에 청원하여 음주운전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달라”며 “이것은 매년 수백명의 한국인의 목숨과 또한 외국인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쩡씨와 목회 사역을 함께 했던 패스터 사라 목사는 대독 입장문을 통해 “이린이에 대해 다르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녀는 모두를 사랑했고 그들이 힘들 때 언제나 밝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서 “그녀는 한국 또한 그녀에게 안전한 곳임을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굳은 믿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안전은 지켜지지 않았다. 도리어 그녀의 삶은 부주의하고 이기적인 음주운전자에 의해 빼앗겼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부디 판사님께서 음주운전자에게 가장 무거운 최고형을 내려주기를 부탁드린다. 이것은 마음 속의 분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며 “이 나라의 법을 준수하는 국민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부탁이다. 운전자는 사랑하는 친구를 죽인 것 뿐만이 아니라 그날 밤 길 위의 모든 보행자와 운전자들에게 위험을 가했다”고 호소했다.


박선규씨는 이번 사건의 재판 과정에 대해 그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적극 행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쩡이린의 친구 모임 제공)
박선규씨는 이번 사건의 재판 과정에 대해 그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적극 행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쩡이린의 친구 모임 제공)

쩡씨를 교회에서 알게 된 중국인 유학생 친구 B씨는 직접 중국어로 “이린이의 사망은 사고가 아닌 알면서도 저지른 살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쩡씨의 배려심을 묘사하며 과거를 회고했다.


아울러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가해자에게 중죄를 물어 최고의 형벌을 내려주고 무고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길 바라며 같은 처지에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요구했다.


법정에서와 달리 박선규씨는 기자회견 발언을 할 때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박씨는 “대낮에 음주운전을 해서 6살 어린이의 생명을 짓밟은 범죄자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8년이 역대 최고 형이라고 한다. 너무 화가 난다”며 “쩡이린의 죽음은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쩡이린을 사망케 한 범죄자는 음주운전 재범이라 들었다. 만약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다면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을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여전히 음주운전 범죄를 과실로 생각하는 법원과 사회의 인식이 쩡이린의 목숨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한다”며 “음주운전 범죄는 국적을 불문해서 해악을 끼친다. 외국인 유학생 쩡이린의 목숨까지 빼앗아갔다. 나는 한국인이다. 솔직히 나라 망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절규했다.


끝으로 박씨는 “다른 것은 필요없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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