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공장과 KT&G, 지자체 관리소홀 등이 빚은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비극 50억원 민사조정

신윤희 기자 / 기사승인 : 2021-09-30 19: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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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전북 익산 장점마을 암 집단발병과 관련해 연초박을 판매한 'KT&G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는 연초박을 KT&G로부터 사들인 장점마을 인근 한 비료공장이 비료 재료로 쓰기 위해 연초박을 가열하면서 대량의 발암물질이 발생한 것으로 환경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전북 익산 장점마을 암 집단발병과 관련해 연초박을 판매한 'KT&G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는 연초박을 KT&G로부터 사들인 장점마을 인근 한 비료공장이 비료 재료로 쓰기 위해 연초박을 가열하면서 대량의 발암물질이 발생한 것으로 환경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연합뉴스

[매일안전신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북 익산 ‘장점마을’의 비극은 마을 인근에 들어선 비료공장이 원인이었다. 담뱃잎 찌꺼기를 비료원료로 판 KT&G는 물론이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지자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30일 연합뉴스와 익산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소송을 낸 뒤 민사조정을 신청한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 175명 중 146명이 피고인 전북도 및 익산시로부터 50억원의 위로금을 받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마을주민들이 요구한 157억원에서 크게 낮아진 금액이다.


익산시는 “장점마을 주민에게 50억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체계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민사조정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다음 달 중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조정안은 찬성한 146명에게 우선 적용된다.


조정안에 반대한 20여명은 현재의 소송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장점마을의 비극은 2001년 마을에서 1㎞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료공장이 들어서면서 시작했다. 이후 멀쩡한 주민들이 하나둘씩 간암, 피부암, 담도암 등으로 쓰러져갔다. 마을 주민 16명가량이 각종 암으로 숨졌고, 여러 명이 투병 중이다.


주민들은 비료공장 건립 후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역한 냄새가 났고 공장 폐수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지적한다.


주민들 민원 제기에도 전북도와 익산시 등 행정기관은 ‘별문제 없다’고만 했다.


주민들은 2017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2019년에는 환경부 역학 조사가 이뤄졌는데 암 집단 발병 원인이 비료공장에서 퇴비를 만들며 불법적으로 쓴 연초박(담뱃일 찌꺼기)으로 밝혀졌다. 연초박 건조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배출됐다.


연초박은 유기질 비료로 만들다보면 발암 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퇴비로만 써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 KT&G는 공장에 연초박을 공급하면서 활용 실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KT&G는 매일안전신문에 "연초박은 당식 폐기물관리법 및 비료관리법 등에 따라 퇴비의 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하였던 시물성 잔재물로 당사는 법령상 기준을 갖춘 비료생산업체 금강농산을 통해 적법하게 퇴비원료로 위탁 처리했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당사는 가열과정이 없는 퇴비 생산목적으로 연초박을 매각했으나 이와 달리 금강농산은 유기질비료 제작을 위해 연초박을 불법으로 고온건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본 건에 대해 검찰, 경찰 수사 및 감사원 조사에서도 금강농산의 연초박 처리와 관련하여 당사의 여하한 위법행위가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금강농산의 연초박 불법사용으로 인한 장점마을 주민들의 고통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점마을과 관련한 모든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앞으로도 장고재마을과 왈인마을을 둘러싼 책임 문제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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