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고] ESG 경영 위험을 기회로

엄재근 박사 / 기사승인 : 2024-02-05 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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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이 공급망 이슈와 함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엄재근 박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2023년이 지구 표면 온도를 측정한 이래로 가장 뜨거웠던 한 해였다고 발표했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지난 12만 5000년 동안 가장 더운 해였다고 주장한다.

2015년에 합의된 파리기후협약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이 1.5℃ 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C3S에 따르면, 2023년 지구 표면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48℃ 높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4년에는 이 제한선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임스 핸스 교수(미국 컬럼비아대)는 1980년대부터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는 코로나 이후 지구 온난화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산업화 이전 대비 1.6~1.7℃를 상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폭염, 폭우, 가뭄, 태풍 등의 이상 기후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열대지역에서는 눈이 내리고, 시베리아와 같은 동토 지역에서는 30℃ 이상의 고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사막에서는 폭우가 발생하고, 남미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인류의 지속 가능성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히 산업화에 따른 탄소 증가가 아니다. 기업의 이익 추구에 따른 비윤리적인 탐욕으로 인한 자원의 남용, 고갈, 노동 가치의 훼손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지속 가능성과 연결되어 있다. 기후변화, 자본의 양극화, 자원의 고갈 등으로 인해 인류의 지속 가능성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인류의 멸망을 예고하는 무서운 이야기이며, 지구의 지배자로서 우리 인류에게 지구가 보내는 경고이다.

이에 현재의 환경 위기에 대응하여, 각국에서는 기업에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ESG 이슈는 2004년, 당시 UN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이 이를 언급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ESG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던 중,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 회사인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의 ‘2020년에 ESG 경영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촉발되는 계기가 됐다.

2024년이 시작되자마자 기업들의 ESG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특히, 'EU 공급망 실사지침(CSDD)'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의 강화된 규제로 인해, 기업들은 2024년에 법률적 및 제도적 리스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 공급망 실사지침은 EU 내 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걸쳐 ESG의 주요 이슈인 환경, 노동, 인권, 지배구조에 대한 위반사항에 대해 행정제재를 부과한다. 이미 독일에서는 이와 관련된 기업에 대한 소송이 시작됐다.

유럽에서 최종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CSDD의 대상이 된다. CSDD는 기존 제도와 달리 ESG 전반에 대한 실사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대상 기업들은 실사 규정을 마련하고, 매년 원재료 확보부터 제품 및 서비스 제작, 그리고 최종 유통에 이르는 공급망을 관리해야 한다.

공급망 실사법은 ESG 경영 차원에서 도입된 것으로, 기업들이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경영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며, 공급망 내에서 환경, 인권, 윤리를 저해하는 요소를 판단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 국내에서는 ESG 관련 법안이 지속적으로 제정되고 있으며, 새로운 법안들이 계속 제안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ESG 공시가 의무화됐으며, 이 대상 기업들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기후 관련 이니셔티브도 공시의 내용에 따라 변화할 예정이며, 한국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라는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다.

2023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COP28) 참여국들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고, 석탄 화력발전소를 신속히 폐기하며 신규 허가를 제한하는 등의 온실가스 감축안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2024년에는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및 기술개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COP28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기존 대비 3배로 확충하는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서약에 참여했으며, 2024년 재생에너지 비율을 21.6%로 설정했다. 정부는 해상풍력 특별법을 제정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등의 국가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 요구와 함께 인권 분야 등 다양한 부분이 요구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인식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공급망 내에서 ESG 경영 수준이 미흡하면 계약이나 수주가 파기될 위험이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투자 기업들의 공급망 내 ESG 이슈에 대한 관리를 선제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보험사 아비바는 기업의 공급망 관리가 부족할 경우, 이사 선임 등을 통해 기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한국에서 해당 법에 대상이 되는 기업은 약 4,000여 개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 기관투자가들도 이들 기업에 대해 리스크에 대한 투자 전략을 본격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ESG 경영이 공급망 이슈와 함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ESG 경영이 이제 중견 및 중소기업에도 요구되고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견 및 중소기업들은 ESG 경영에 대한 요구사항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그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 고객사들은 협력사의 ESG 경영을 점차 평가하는 추세이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 7월에는 국회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본법’ 초안이 제출됐다. 이 초안에는 정부가 ESG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기본 계획과 실행 계획을 마련하고, ESG 실태조사와 평가 결과를 공시하며, 기업의 ESG 경영 협력을 촉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다소 늦은 조치로 보일 수 있다. 이미 2021년 7월에는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ESG 경영 지원 조례를 시행했고, 이후 50여개가 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ESG 경영 지원 조례를 발표했다.

이러한 지원 조례들은 ESG 경영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소기업의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추진 방향 및 목표를 수립하고, ESG 경영 홍보 및 교육, ESG 경영 진단, 전략 수립 등을 위한 전문가 컨설팅 및 법률 상담, 그리고 ESG 경영 우수 중소기업의 발굴 및 홍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중견 및 중소기업들도 ESG 경영에 대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ESG 경영이 우리에게 도전이라면, 이는 경쟁사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ESG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기후 변화, 인권 경영, 그리고 ESG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및 중소기업도 ESG 경영을 신속하게 구축하면, 한국 기업이 ESG를 선도하고, ESG 경영의 전문 지식을 해외로 수출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한국 ESG과학회는 ESG 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계, 정부 및 공공기관, 중소기업계가 모여 2024년 설립한 한국 ESG과학회의 역할은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기업들이 ESG 경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이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엄재근 박사(한국ESG과학회 수석부회장·강서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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