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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NG가격 인상으로 난방비가 급등한 가운데 한 수도권 아파트 가정에 배달된 1월 관리비 청구서에는 전달의 35만58000원의 2배에 가까운 60만8200원이 적혀 있다. /신윤희 기자 |
설 민심 이상 징후에 정부가 화들짝 놀랐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지난 26일 대통령실이 나서 ‘난방비 폭탄’에 따른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기초생활수급가구 및 노인질환자 등 취약계층 117만6000가구에 한시적으로 바우처 지원금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가스공사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 요금 할인 폭을 올겨울에 한해 현재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야 정치권은 난방비 급등을 놓고 서로 네탓 공방만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이 난방비 폭등을 두고 지금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기이고 무책임과 뻔뻔함의 극치”라며 “문재인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다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전쟁이나 경제 상황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대체로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서 “현 정부는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공방에 가세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몇 년간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 인상 요인을 억제했고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서민들 고통은 심각한데 책임공방만 벌이는듯한 모양새에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는 횡재세 부과와 추경 예산 편성까지 들고 나왔다. 30조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약 7조2000억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고 재원확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이나 과도한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포퓰리즘적 접근이 아닐 수 없다.
극히 긴급한 상황에서 해야 할 추경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이미 3차례나 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노인일자리 창출과 무분별한 의료보험 대상 확대 등을 통해 나라 곳간이 위기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2년 개정세법 심의 결과 및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세수 감소액은 64조4000억원(연평균 12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유럽에서 에너지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횡재세를 국내에 도입하자는 제안도 전혀 실효성이 없다. 국내에는 에너지를 생산해 갑작스럽게 횡재를 한 기업이 없다. 외국에서 장기 계약을 통해 에너지를 수입해 가공해서 해외로 수출해 벌어들이는 구조인데 거기에 횡재세를 부가하겠다고 하는 건 주식투자로 수익을 많이 얻었으니, 글로벌 반도체 호황으로 반도체기업이 수익을 많이 거뒀으니 사회에 돈을 내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난방비 급등은 문재인정부가 국제적인 LNG 가격 상승을 가스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 지난해 LNG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34.24달러로 전년의 5.04달러 대비 128% 올랐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이 커졌고 환율 상승 여파로 LNG 수입단가가 급등한 결과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21년 3·4월 원료비에 대해 전월대비 12% 인상을 정부에 요청한 데 이어 5·6월 4%, 7·8월 20%, 9·10월 34%, 10월 49%, 11·12월엔 88%를 올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지난해 1·2월과 3월 각각 86%, 71% 인상까지 8차례나 인상을 요청했지만 문재인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제 시세를 반영해 제때 가스요금에 반영했더라면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소비를 줄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격을 인상해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를 감안해 요금 인상을 자제한 걸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해 4월 4.2%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것은 아무래도 석연찮기만 하다.
에너지 위기가 심각한 유럽에서는 절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시민들의 전력소비 감축을 촉구하는 경보를 발령하고 일부 지역 강제 정전 가능성도 언급했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야간 조명은 1시간 일찍 꺼졌다. 독일과 덴마크 등은 실내온도를 19도 이상으로 올리지 말 것을 독려하고 있다. 반면 국내 상점들은 난방을 펑펑 틀어놓는가 하면 가정에서는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풍경이 낯익기만 하다. 위기상황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정부나 에너지 위기에 둔감한 국민 모두가 책임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솔직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위기에 놓인 계층에 대한 에너지바우처 확대 등의 조치도 더욱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노인정 같은 시설들에 대한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국민도 이제 에너지는 쓴만큼 비싼 비용이 청구된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집안 온도를 1도라도 더 낮추고, 내복을 꺼내 입는 절약에 나서야 할 때다. 우리 국민은 위기 때마다 지혜를 발휘해 극복해 온 저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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