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여성의 비극 ‘버스 옷자락 끼임’ 참사 막아야 ‘Fool Proof System’ 필요

박효영 / 기사승인 : 2021-01-23 01: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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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20대 여성이 시내버스 하차문에 롱패딩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알려진 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다. 역시 반복되는 안전 사고였다.


21일 故 김정은씨의 장례가 치러졌다. (캡처사진=채널A)
21일 故 김정은씨의 장례가 치러졌다. (캡처사진=채널A)

19일 저녁 20시반 즈음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의 한 버스 정류장이었다. 21살 여성 故 김정은씨는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품고 2년 넘게 미용실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그날 늦게 퇴근한 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변을 당했다. 김씨는 하차 과정에서 롱패딩 자락이 문에 꽉 끼었고 20미터 가까이 끌려가다 넘어졌다. 결국 대형 뒷바퀴에 깔리고 말았다. 파주소방서 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한다.


버스기사 60대 남성 A씨는 김씨를 밟고 지나간 뒤에야 차를 멈췄고 내려서 상황을 확인했으나 이미 늦었다. A씨는 김씨가 완전히 내려서 지나간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차문에 눈길 한 번만 더 줬으면 김씨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파주경찰서는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사실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는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많다. 다들 바쁜데 너무 많이 타고 너무 많이 내리느라 버스기사도 여유있게 기다려주지 않고 빨리 닫고 출발하느라 정신이 없다. 서울시민 누구나 줄줄이 꼬리물고 내리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온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버스 하차문에 손이 끼면 바로 센서가 감지해서 자동으로 문을 열어준다. (캡처사진=jtbc) 
버스 하차문에 손이 끼면 바로 센서가 감지해서 자동으로 문을 열어준다. (캡처사진=jtbc)
하차문에 옷이 걸린다면 열리지 않고 그대로 꽉 끼어버린다. (캡처사진=jtbc)
하차문에 옷이 걸린다면 열리지 않고 그대로 꽉 끼어버린다. (캡처사진=jtbc)

김씨의 비극은 과거에도 발생했던 사고였다. 2012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여성 청소년이 똑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2018년 충남 태안군에서 70대 할아버지가 큰 부상을 입었다.


버스 하차문에는 사람을 감지하는 센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옷이 끼일 때는 무용지물이다. 센서는 2.5cm 이상의 딱딱한 두께여야 사람이 끼인 것으로 인지해서 경고음을 내고 자동으로 문을 열 수 있다. 패딩이 두꺼워도 꽉 끼면 2.5cm 이하로 쪼그라들기 때문에 센서가 감지하지 못 한다.


백의환 서울교통네트워크 정비팀장은 2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딱딱한 물체가 이걸 눌렀을 때 (압력을) 감지하면 타임 릴레이(개폐장치)로 전달해서 다시 문이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실험을 해봐도 옷이 끼었을 때는 전혀 센서가 반응을 하지 못 했다. 2.5cm 이하로 센서 감지 기준을 내리면 되지 않을까?


백 팀장은 “두께를 얇게 설정했을 때는 문이 열렸다 닫혔다 오류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시내버스 하차문 계단에는 무릎 아래 높이에 별도의 센서가 있지만 위쪽에 옷자락이 끼면 소용이 없다.


사람이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Fool proof system”이라고 부주의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더라도 사고를 방지해주는 기술 시스템 적용이 필요하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을 때 센서가 작동하는 현행 시스템이 아닌, 문에 사람이 끼어 끌려간다고 했을 때 작용하는 힘을 감지해서 제동을 걸어주는 압력센서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즉 옷자락이 끼어 사람이 끌려갈 때는 문에 수십 kg의 힘이 작용할 것이므로 이때 작용한 힘을 센서가 감지해 버스가 출발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버스기사가 승객 하차 과정 때마다 좀 더 꼼꼼하게 살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김씨의 생전 모습. (캡처사진=채널A)
김씨의 생전 모습. (캡처사진=채널A)

21일 김씨의 장례가 치러졌다.


김씨의 남동생 B씨는 21일 방송된 채널A <뉴스A>에서 “매일 밤 12시까지 혼자 남아서 연습하고 일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열악한 처우에도 월급을 모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할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한다. 김씨가 눈을 감은 날 김씨의 부친 C씨는 매일 출퇴근하느라 고생하는 딸을 위해 전동킥보드를 몰래 사놓고 서프라이즈로 선물하려고 했다. C씨는 좀 더 빨리 사줬다면 이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현재 김씨 유족들은 일부 몰상식한 인터넷 댓글들 때문에 배로 고통을 겪고 있다.


김씨의 고모 D씨는 “보지도 않고 애가 휴대폰질을 했다느니 교통카드를 못 찍어서 찍으려고 했다느니. 우리 애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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