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버려지는 빗물도 돈이다. ...버리는 빗물 정책보다 재활용 정책도

이송규 안전전문 기자 / 기사승인 : 2022-08-13 18:12:57
  • -
  • +
  • 인쇄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반지하 주택 사진(사진, 뉴욕타임즈)
[매일안전신문] 이번 수도권의 기습폭우로 많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있었고 재산피해도 너무 컸다. 특히 서울 강남이 지형 특성상 피해가 컸다.

강남역 근처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아파트 앞 네거리가 강남에서 가장 낮은 지대로 승용차 4대가 침수됐다. 승용차의 루프만 보일 정도로 빗물이 집중됐다. 네거리 각 모퉁이에 3개 동의 아파트 상가와 학교가 자리하고 있고 상가와 학교 바로 옆에는 아파트가 접해 있다.

다행히 아파트 3개 단지 중 한 아파트는 지대가 조금 높고 주차장 입구도 조금 높아 침수되지 않아 피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두 개 동의 상가 지하 주차장은 완전히 침수되었고 주차된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 40대 남성이 실종되어 3일 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필자는 당시 억수같이 쏟아진 비를 피해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서 불안해하는 주민들과 함께 현장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빗물이 10cm 높이만 더 많아지면 주차장 입구로 들어올 상황이었다. 비는 억수로 쏟아지는데도 좀처럼 수위는 변하지 않아 어느 곳에선가 빗물이 배수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확인해보니 그렇게 많은 비가 왔는데도 수위가 올라가지 않았던 이유는 도로에 모여든 빗물이 신축된 2개 동의 아파트 상가 지하주차장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하 주차장은 지하 4층까지되어 있다. 말하자면 상가 지하주차장이 빗물 저류시설 역할을 한 것이다.

지하 4층인 2개 동 아파트 상가 주차장의 면적을 확인해 환산해보니 물이 가득차 있을 경우 약 1만7천 톤 정도되지만 차량이 주차된 공간을 40%로 감안하면 약 1만 톤의 물이 저장되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앞 아파트 주차장이 침수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 강남의 저류시설의 용량은 1만5천 톤으로 이 상가 2개 동 주차장 용량과 거의 맞먹는다.

서울시는 1400억원 규모의 양천구 신월 ‘대심도빗물저류시설’인 일명 ‘빗물터널’ 한 곳을 7년 걸쳐 지난 2020년에 완공했다. 저장용량은 빗물 32만 톤으로 이번 폭우에도 침수피해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의 빗물터널이 건설됐더라면 이번 사고가 없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한 곳이라도 실행된게 다행이지만 강남을 포함해 계획된 후 취소됐던 나머지 6곳의 빗물터널도 건설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일을 보면서 정부 정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정책실현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느꼈을 것이다.

지하 깊이 설치된 빗물 터널에 저장된 빗물은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잠시 저장되며 저장된 빗물은 전혀 활용되지 않고 폭우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면 하천 등으로 배수된다. 큰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빗물터널은 사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빗물도 돈이다. 저장된 빗물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생활용 화장실 용수나 세탁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정수 후 샤워용으로도 가능하다. 어린시절 주택 지붕 모퉁이 밑에 있는 큰 대야에 빗물을 받아 유용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새롭다.

재사용을 위해 서울 인구의 100명 중 3명꼴인 30만 명이 1000리터 대야에 빗물을 받아놓는다면 30만 톤이 저장되는 효과로 인해 양천구 저류시설 용량과 맞먹는다.

빗물은 산성비의 영향으로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산성비는 지표면으로 내려오는 도중에 먼지 등의 알칼리성과 섞이면서 산성도가 pH4~5 정도로 아주 낮아져 샴푸의 산성도보다 낮다고 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후 약 10~20분 정도만 지나면 빗물은 깨끗해진다고 한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으로 앞으로 빗물터널이 신설될 계획이지만 각 가정이나 상가, 오피스 등에서 빗물을 저장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인 옥상이나 지하에 빗물 저장시설을 만들면 거주자의 수도료 절감에도 큰 몫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이번 기습 폭우같은 경우에도 침수 대비가 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빗물 활용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강남을 기준으로 하루 강수량은 2010년에 293mm, 2011년 320mm, 2022년 380mm를 기록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며 또한 이 추세만 보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비가 올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난 7월 호주에선 집중호우로 이재민 8만5천명이 발생했다. 파키스탄에서도 6월 홍수로 인해 3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3월 평균기온이 33.1도를 기록해 1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고 최근 며칠 만에 70명이 낙뢰로 사망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낙뢰 빈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각국의 집중 호우로 인해 올 상반기에만 세계에서 4300명이 사망했고 경제적 손실은 8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년 강수량은 1290억 톤이다. 이만큼의 경제적 재화가 활용되지 못하고 낭비되며 대한민국은 ‘물 부족국가’다. 달리 표현하면 ‘물 부족국가’가 아닌 ‘물관리 부족국가’가 된다.

지자체별로 빗물 활용을 위해 독려하기도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해 ‘물관리 최고국가’로 거듭나길 바란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서울의 홍수 기사에서 반지하(banjiha)를 고유명사화하면서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한국영화 ‘기생충’에서 극적으로 묘사했다며 서울을 이렇게 비꼬았다. “가장 큰 정치 이슈 중 하나인 하늘 높은 집값인 도시 서울에서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지은 높고 건조한 주택생활이 지위의 상징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흔히 싸고 축축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반지하(banjiha)에 산다. 수십만 명이 혼잡한 도심지역에서 살며 그들은 그곳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돈을 저축하기 위해, 성장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발버둥 치며 살고 있다.” /이송규 발행인

[저작권자ⓒ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송규 안전전문 기자 이송규 안전전문 기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