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박원순 시장의 죽음과 비서의 인권을 생각한다

신윤희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0 15:52:40
  • -
  • +
  • 인쇄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을 찾아 조문하고 나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오마이뉴스 동영상 캡처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을 찾아 조문하고 나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오마이뉴스 동영상 캡처

[매일안전신문] 대통령의 꿈을 꾼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박 시장의 사인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타살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데 어떤 방식으로, 또 무엇이 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갔는지 어느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른바 ‘안이박김 저주’를 거론하는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박 시장 사망 원인은 앞으로도 미궁으로 남을지 모른다.


박 시장의 사망과 가장 관련성이 깊은 것으로 성추행 고소사건이 거론된다. 박 시장의 비서를 지낸 A씨가 지난 8일 서울경찰청에 박 시장을 고소하고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으로 박 시장이 사망함으로써 성추행 고소사건은 공소권없음 처리의 수순을 밟게 된다. 피의자가 없으니 범죄혐의를 조사할 이유도, 방법도 없다.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공소를 할 수 없으니 그런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사망으로 고소사건의 진실이 가려져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목소리는 정치성을 띠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의 성추행을 문제삼으려는 움직임이다. 포장은 여성 인권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586세대와 민주화를 부르짖는 세력의 이중성을 발가벗기려는 의도가 그대로 읽힌다. 입으로 민주와 인권을 외치지만 뒤에서 알고 보면 다 같은 그저 그런 부류의 인간들임을 보여주고 싶을 게다.


지금 21세기 한국 사회에도 유교적 문화가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기제 중 하나가 망인의 허물을 들춰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집단 최면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이날 박 시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은)저하고 19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40년을 함께해 온 오랜 친구”라며 “친구가 이렇게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참 애석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오랜 지기를 잃은 슬픔을 누가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불모지였던 시민운동을 일궈내고 서울시 행정을 맡아 10년동안 잘 이끌어 왔는데 이렇게 떠나고 나니 애틋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그의 발언도 공감하지 못할 이가 없을 것이다.


이 대표는 하지만 “고인 관련 (성추행) 의혹을 당 차원에서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버럭 화를 내며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합니까”라고 대꾸했다. 질문을 한 기자를 쳐다보면서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쏘아부쳤다.


이 대표는 공당, 그것도 180석 가까운 거대 여당, 나아가 “20년을 더 집권”하겠다는 정당의 간판이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맡고 있고, 미래를 맡겠다는 공당의 대표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예의’ 운운하면서 여성 인권 관련 질문을 버르장머리 없는 ‘기레기’의 질문으로 뭉개버린 것이다. 과연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말하는 인권, 성감수성 이런 건 무엇인가.


하나의 사건을 들여다볼때 하나의 시각으로 보아서는 위험하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가 그렇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비정규직 해소의 시각으로만 보다보면 취업준비생이나 다른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지를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을 평가할 때 외눈박이로 봐서는 안된다. 박 시장에 대한 평가는 인권변호, 아름다운가게의 나눔정신, 낙천운동의 시민운동 등 긍정적인 모습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인간이 있을 수는 없다.


박 시장을 아름답게 보내주려는 지인들의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가 우리 사회를 더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드려고 노력한 사실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박 시장을 신화 속에 가두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의 인권은 여느 인권과 다를까. 박 시장의 명예와 바꿀 정도인가. 그는 침묵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극단적인 선택은 모든 허물을 다 덮어버리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만 우리 사회에 던질 수 있다.


이날 청와대에는 박 시장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려졌다. 청원인의 청원 내용은 간단하다.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못한채 종결됐지만 떳떳한 죽임이었는가라고 묻는다.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요”라고. /신윤희 기자


[저작권자ⓒ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신윤희 기자 신윤희 기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