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탈정치 선언’ 톺아보기

박효영 / 기사승인 : 2021-01-05 17: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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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5일 중앙일보는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인용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의 화두로 청와대의 탈정치를 선언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소위 추윤 사태(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내내 워딩을 내놓지 않았던 문 대통령이 더 이상 그런 권력형 논쟁거리에 정국이 휩싸이는 것을 넘어 “정책 청와대”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분은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안에 정책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1년 반을 남겨둔 시점에서 정책 청와대 및 탈정치 선언을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1년 반을 남겨둔 시점에서 정책 청와대 및 탈정치 선언을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추윤 사태를 뛰어넘는 강력한 권력형 이슈들이 출몰해도 문 대통령은 “사실상 손을 떼고 오로지 정책에만 집중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5일 오후 매일안전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책 청와대를 표방하는 이면에는) 안철수가 혐오하는 정치가 들어가 있다.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서 정쟁에 휘말리지 않겠다. 뭐 이런 뜻인 것 같다”며 “사실 그게(정책과 정치가) 분리가 되지 않는다. 원래 정상적인 정치라면 여의도 정치가 곧 국민의 삶을 돌보는 정치가 돼야 하는데 일단 그걸 여의도 정치가 못 하고 있다. 거기서 벗어나서 나는 다른 걸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평론했다.


이어 “사실 여의도 정치가 못 하고 있다기 보다는 청와대나 정부여당 쪽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그런 정치적 과정을 종합적으로 관장해야 하는 대통령이 나는 그것과 담쌓고 다른 걸 하겠다고 하는 것이 굉장히 무책임하다”며 “대통령은 두 가지 중첩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이면서 한 정파의 수장이기도 하다. 정파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고 밝혔다.


정 편집장은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탈정치와 양비론을 표방하는 ‘중도론’에 대해 경계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정 편집장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안 대표가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현상을 거론하며) 안철수는 정치 혐오의 부산물 같은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언제나 정치가 진흙탕에 빠질 때 호명된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보수당에 무기력하게 패한 뒤, 기나긴 촛불 투쟁에도 뭐 하나 바꿔내지 못 한 무력감에 빠져있을 때, 여의도 정치 어디에도 마음 줄 곳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던 시기. 안철수는 만찢남처럼 정치판에 등장했다”며 “안철수가 여의도 정치에 대한 저주 하나로 국민 절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야권 지지자들이 느끼던 깊은 정치 환멸과 관련이 있었다”고 논지를 전개했다.


아울러 “국회의원 줄이고 세비 깍고 중앙당 폐지하고. 정치인들은 나 빼고 다 개XX고 우물이 썩었으니 콜라를 마시면 된다고 외치는 이상한 개혁가에게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방 깨달았다. 남자는 오빠 빼고 다 도둑놈이라고 말하는 놈이 제일 위험하다는 사실을”이라고 덧붙였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의 모습. (캡처사진=국민TV)
정주식 직썰 편집장의 모습. (캡처사진=국민TV)

그래서 정 편집장은 연말연시 지금의 상황이 “안철수가 데뷔했던 2010년대 초와 닮았다”고 정리했다.


즉 “거대 여당의 몰염치한 독주와 기능을 상실한 제1야당. 지긋지긋한 추윤 갈등. 늘어나는 부동층. 정치 혐오가 기생하기 최적의 조건이다. 자연스럽게 안철수의 이름이 살아난다. 그러니까 안철수의 지지율은 일종의 정치 혐오 경보기”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 편집장은 “안철수가 호출되는 정치는 불행한 정치다. 안철수가 아니라 안철수를 다시 소환해낸 정치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시 돌아와서 중앙일보는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 문 대통령의 새로운 PI(President Identity 대통령 정체성) 재설정 작업을 위해 외부 컨설팅업체와 논의를 진행 중인 사실도 확인됐다”며 “국내용과 해외용 PI에 대한 외부의 의견을 반영해 향후 대통령의 행보에 참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 편집장은 “재밌는 거는 대통령의 정체성을 컨설팅업체에 외주를 준다는 부분이다. 대통령의 정체성을 다듬는 그런 일을 외부에서 할 일인가 싶다.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을 외주로 준다는 게 놀라웠다”면서 “(탈정치 선언) 발표를 한다 안 한다 보다 청와대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말이 좀 거칠게 나와서 정체성이라고 보도가 됐는지 모르겠는데 비슷한 것들을 외주로 준다면 즉 대통령이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나 메시지 등 이런 것들을 모조리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왔다는 것인데 그걸 그렇게 비즈니스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 청와대 참모들을 대체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점점 허수아비가 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남은 1년반의 임기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만큼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많이 약화됐다. 어떤 정체성을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두려워진 것이다. 추윤 사태 이전부터 그래왔지만 그 이후로 더 이상 스타일이 구겨지고 싶지 않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읽어낼 수도 있다. 끝내 사법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정지시켰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추 장관이 문 대통령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해석될 수 있다.


정 편집장은 “몇 달 전 추윤 갈등 후반부에 느꼈던 건데 대통령 본인의 의지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건지 그걸 잘 모르겠다. 대통령의 의지로 가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대통령의 이빨이 다 빠져서 영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어서 무력해진 것 같다”면서 오히려 추윤 사태 내내 문 대통령이 통제력을 상실해서 뜬금없이 정책 청와대 구호를 내세워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편집장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임기 보장 사인을 줬을 것이라고 봤고 그럼에도 민주당과 추 장관이 정반대의 행태로 정국을 어지럽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자신의 무력함을 확인했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탈정치 선언이니 정책 청와대니 그런 걸 내세우게 됐다는 것이다.


정 편집장은 “대통령이 영이 안 서는 시기가 왔고 사실 임기 4년차가 넘어가면 전임 대통령들도 여당에 영이 안 섰다. 그런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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