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산업안전보건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표는 새해벽두부터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 여론을 주도했으나 욕만 먹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불수용으로 스타일이 구겨졌다. 한때는 이 대표도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으로 불릴 만큼 1년 내내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갈수록 뒤처지는 분위기다. 대권 시계를 바라본다면 당대표직은 딱 7개월짜리다. 대선 1년 전(3월9일)까지만 임기를 채우게 된다면 얼마 안 남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요 정책 이슈를 제기한 건데 사면론 때와는 달리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산하의 전담 조직(산업재해예방보상정책국)을 외청으로 분리하겠다는 발상인데 기존의 노동부는 고용이라고 하는 기업 정책과 노동이라고 하는 노동 정책을 둘 다 관장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노동 문제의 핵심인 산재 이슈 전담 조직을 만듦으로써 반쪽짜리라고 손가락질받는 중대재해법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달 초 여야 합의로 제정한 중대재해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중대재해 예방, 관리, 점검을 강화하려 한다”며 “일하다 죽는 일 없는 사회를 기필코 만들겠다”고 설파했다.
그동안 산재예방보상정책국(산재국)에는 산업안전감독관이 있었는데 이들은 공무원 순환 인사체계로 인해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기 쉬웠다. 한 분야를 오래 맡아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나마 전문성이 있는 안전보건공단의 경우 노동부 산하 공단으로 역할을 해왔는데 강력한 행정 제재 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항상 산재 사망 사고가 터지면 노동청이 뒤늦게 사태 파악하는 것에만 급급했지 근본적인 산재 예방 대책을 구상하는 것에는 너무나 취약했다.
이 대표는 강력한 대권 주자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달리 그리 진보적이거나 정치 이념이 선명한 편은 아니다. 그나마 이 대표는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 주류의 흐름과는 달리 문제의식이 선명한 편이다. 작년 9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선제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공언했을 만큼 나름의 소신이 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축시킨다는 측면 보다는 당장 1년에 2000여명씩 산재로 죽는 현실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포스코 산재 사망 사고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등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은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4선)은 26일 오전 매일안전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정 간의 이야기가 잘 되고 있는 만큼 금방 추진될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는 것은 일단 2000여명씩 산재로 죽는 산재 1위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노동 현장이 안전해지려면 법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산안청이 설립되는 것은 안전 사회로 가기 위해 이 대표가 확실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라며 “외국에도 다 있다. 영국, 미국, 독일 등 거의 다 산안청 기구가 있다. 산안청이 만들어지면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산재 관리감독권을 전문적으로 행사할 것이다. 현재 노동청이 갖고 있는 권한보다는 더 확대될 것이다. 근로감독관이 특사경(특별사법경찰)과 같은 권한을 지금도 갖고 있는데 산안청이 생기면 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최고위원은 “산안청은 특히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이나 상시 점검 등이 훨씬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며 “산안청의 예방 기능이 잘 자리잡으면 우리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산재 왕국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기소권을 쥐고 있는 영국의 보건안전청을 모델로 하는 방안이 제기됐었다. 그 이후의 논의는 보수 정권 10년을 지나오면서 흐지부지됐고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2018년 노동부 차원에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산안청 설치 플랜이 대두된 바 있다.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작년 7월 산안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공식적으로 화두를 던졌으니 당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면서 몇몇 의원들이 각기 다른 산안청 신설법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구상하는 로드맵은 2월 임시국회 안에 산안청 신설법을 중점 처리 법안으로 띄운 뒤에 국민의힘과 합의 처리를 도모하는 것이다. 보수적인 국민의힘은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함께 나선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경영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하는 명분으로 “처벌 만능이 아닌 예방 위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내세운 만큼 산안청이 예방 조직으로 기능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여지가 많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작년 8월 정부조직법 관련 공청회에서 산재감독행정 시스템 개편을 전제로 예방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의견을 냈었다. 그것이 곧 산안청 설치 동의라고 받아들여질 수는 없으나 보수 정당의 입장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계의 판단치고는 노동권의 관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보여진다.
우선 노동부는 산재국을 산업안전보건본부로 격상해서 더 많은 인력을 투입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산업안전 담당 조직의 이 같은 격상과 확대가 산업안전 확보에 획기적으로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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