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증인 같은 종교상 이유 아닌 비폭력 신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 첫 무죄 확정

신윤희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5 15: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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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 등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향토예비군 설치법 위헌법률 심판 사건 등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 등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향토예비군 설치법 위헌법률 심판 사건 등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매일안전신문] 여호와의 증인처럼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비폭력에 대한 개인적 신념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다만 확고한 신념을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면 처벌하도록 한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낸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각하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에 의한 경우라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이 정한 정당한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종교적 이유가 아닌 평화·비폭력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것이 정당한 사유라고 인정한 것이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2013년 2월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된 A씨는 2016년 3월∼2018년 4월 16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어릴 적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를 보며 비폭력주의 신념을 가지게 됐다는 주장을 폈다. 미군의 민간인 학살 동영상을 보고서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전쟁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병역도 거부하려다가 어머니와 친지 설득에 못 이겨 군사훈련이 적은 화학관리 보직에서 근무했다. 제대 후 더 양심을 속이지 않기로 하고 예비군 훈련을 모두 거부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는 형사고발로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1심은 A씨의 양심이 구체적이고 진실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측이 A씨가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을 한 점을 들어 항소했으나 2심에서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한 게임들은 캐릭터 생명력이 소모되더라도 다시 살아나고 공격받더라도 피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일부 게임을 어릴 적 그만뒀고 최근 한 게임도 양심에 반하는 수준의 폭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B씨와 C씨에 대해선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B씨가 병역 거부 소견서에 5·18 광주민주항쟁 당시 시민들이 총을 든 것은 합당한 저항권의 발동이라고 진술한 점을 지적했다. 그가 모든 전쟁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목적·동기·상황에 따라 물리력 행사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C씨에 대해서는 “군대 내 인권 침해,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 권위주의 문화 등에 대한 반감만 있고 군사훈련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며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산업기능요원 등으로 복무한 A씨 등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았다가 재판에 넘겨진 뒤 향토예비군 설치법 15조9항에 대해 신청한 위헌법률 심판을 따로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 헌재는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의 처벌 여부에 대해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이미 판단이 이뤄졌다고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에 대한 처벌 문제는 양심의 진정성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 문제로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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