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희연의 결혼칼럼] 부부의 관계성을 가르는 다름과 틀림의 차이

차희연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07-13 11: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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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차희연 이사장, 미래인재개발재단 제공)
(사진=차희연 이사장, 미래인재개발재단 제공)

[매일안전신문]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불과 이십여년 전, 그러니까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부부관계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가장 흔히 쓰이는 말은 다름 아닌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었다.


이는 결혼 주례사에서부터 명절날 마주치는 친척 어르신들의 단골 덕담 멘트이기도 했다. 액면으로만 보면 정말 좋은 말임에는 틀림없다. 부부가 한마음으로 산다면 갈등도 없고, 오해도 없고, 무엇보다 불륜도 없을테니까.


하지만 요즘 세대에게 이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 말을 한 사람의 지적 수준이나 사고방식은 철저히 무시되고 말 것이다. 사실 이 말의 이면에는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살아온 환경도, 문화도, 성격도, 그리고 무엇보다 성별도 다른 남녀가 만나 함께 살아가기 시작하는데 어찌 일심동체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심이체가 당연한 이치이되 그 거리를 조금씩 줄여나가도록 노력하는 게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이런 과정을 싹 무시하고 결혼 주례사에서부터 부부는 일심동체를 강조하는 것은 은연중에 남성과 남성 집안의 생활 패턴, 사고 패턴에 여성이 알아서 잘 맞춰야 한다는 강압이 내재되어 있었다고나 할까? 물론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과거에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렇게 살아온 부부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이한 지금은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자본주의는 고전적인 성역할을 거의 와해시키고 파괴했다. 평범한 집안의 남녀가 만나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자녀를 낳고 살아가려면 남녀 모두 돈 버는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혹시 어느 한 쪽이 두 사람의 평균 임금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는다면 돈벌이와 집안일을 각자 한 사람씩 맡아도 되겠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봐야한다. 우리나라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훨씬 일찍 도입된 미국의 경우만 봐도 1960년대까지는 맞벌이 비중이 25% 미만이었으나, 2012년에 이미 60%를 넘어섰다. 그리고 풀타임 맞벌이까지 고려하면 순수 외벌이는 30%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듯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평범하게 살기위해서는 부부가 맞벌이를 선택해야 하는 게 필수적인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요즘 세대에게 잘 먹히지 않는 말인 ‘부부 일심동체’가 어찌보면 오늘날의 부부에게 훨씬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맞벌이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점점 맞벌이를 강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남녀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은 20세기의 그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맞벌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가사분담률도 절반이었다.


3일 고용노동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4년 OECD 28개 국가에서 만 0~14세 자녀를 둔 부부의 평균 맞벌이 비율은 58.5%였고, 한국은 29.4%다. OECD 평균은 전일제 맞벌이 부부(41.9%)가 많고 외벌이 30.8%, 부부가 각각 전일제와 시간제인 경우가 16.6%였다. 전일제 맞벌이 비중은 스웨덴(68.3%), 덴마크(68.2%)에서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50.7%), 독일(40%)은 전일제와 시간제가 결합된 맞벌이 부부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외벌이(46.5%), 전일제 맞벌이(20.6%), 전일제와 시간제(8.8%%) 순이었다.


국내 맞벌이 부부가 적은 것은 남성의 가사 분담이 저조하고, 장시간 근로 환경 때문에 맞벌이에 나설 경우 육아 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남성들의 가사분담률은 16.5%로 일본(17.1%)을 제치고 최하위였다. 가사 노동시간이 100시간이면 16시간30분만 남성이 책임진다는 뜻. OECD 26개국 평균(33.6%)의 절반 수준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가사일의 거의 절반을 남성이 맡았다. 덴마크(43.4%), 노르웨이(43.4%), 스웨덴(42.7%) 순이었다.


(기사출처: 한국일보, 2017.07.03)


한국일보에서 다음과 같은 분석 기사를 보도한 바가 있다.


이 기사를 보면 한국 남성들의 가사 분담률은 16.5%로 여성 인권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더 낮다고 알려진 일본(17.1%)보다도 더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 분담하고 있는 가사일도 대부분 청소나 설겆이 등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일의 비중이 더 클 것이고, 육아 등의 비중은 매우 낮을 것이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의 '행복한 육아문화 정착을 위한 육아정책 여론조사'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에게 밥을 먹이고 옷 입기를 도와주는 사람도 어머니 83.0%, 아버지 12.4%였다. 또 자녀 등·하원을 도와주는 사람은 어머니 69.6%, 아버지 18.4%로 집계됐다.


물론 이 통계 결과에 대해 남자들도 할 말이 많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업무량, 즉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맞벌이에 대한 필요성 대비 맞벌이를 실천하는 비율이 높은 지역은 북유럽 쪽으로 남성들의 업무 시간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가사 분담 비율이 높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업무 시간이 가장 길게 조사되었다. 즉, 밖에서 일하느라 지쳐서 가사 분담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이런 통계자료를 인용한 이유는 딱 하나다. 아무리 일심동체를 강조하는 부부라 할지라도 각자의 시각에서 보기 시작하면, 부부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서로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싶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기 시작한다면, 그렇잖아도 다른 문화, 다른 성격, 다른 성별을 지닌 남녀가 더 이상 뜻을 맞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부부가 일심동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소통하는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계로도 나타나는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다름이 존재하는 이유를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부관계에서의 불협화음은 배우자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틀린 상대방을 옳게 고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틀린 것은 고칠 수 있지만 다른 것은 고쳐질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고치려한다면, 서로가 불편해질 뿐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결혼 생활 자체가 고통의 늪에 빠져들고 만다.


배우자에게 원하는 기대치가 클수록, 특히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기대가 많을수록 결혼은 ‘사랑의 무덤’으로 변질되고 만다. 아무리 부부라도,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소통을 하고, 소통을 통해 관점의 차이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지금까지 결혼은 나를 위주로 생각하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라는 이타적인 사고의 틀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름’과 ‘틀림’의 관점으로 살펴보았다.


차희연


- 미래인재개발재단 이사장


- HRD VITA Consulting 대표


- 감정조절코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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