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소설 ‘오만과 편견’은 19세기 초반 영국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장르의 고전 명작이다.
작가인 제인 오스틴은 이 작품을 포함해 단 여섯 편의 소설을 남겼는데, 이 여섯 편만으로 BBC가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탄탄한 문체와 구성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오만과 편견’이다.
‘오만과 편견‘은 보수적인 영국 중상류 계층의 사랑과 결혼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이 그렇듯 남녀 주인공이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오스틴은 이 작품에서 진정한 사랑과 이상적인 결혼을 꿈꾸지만, 아직 정신적,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여자 주인공이 만남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과 사회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구성 부분을 들여다보자면, 남자주인공인 다아시는 1년에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대략 5억에서 10억 사이의 연 수입을 벌어들이는 남자이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환경 때문에 타고난 본성과 달리 약간은 거만해 보이는 말투와 행동을 하곤 한다. 이런 행동 때문에 진취적인 성향을 지녔으며 자존감이 강하며 똑똑한 여자주인공인 엘리자베스로부터 흔해빠진 오만한 상류층 남자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소설 타이틀 ‘오만과 편견’은 이렇게 탄생하게 된다.
첫 만남에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매력은 있지만 오만한 남자라는 편견을 갖게 되었으나, 이후에 계속되는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서서히 두 사람은 서로의 본질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져 마침내 결혼에 다다른다.
이 소설에서 독자는 다아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지나친 편견이야말로 시종일관 많은 문제점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독자는 작가가 세심하게 묘사한 내용을 통해서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본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일단 엘리자베스는 21세기에 태어났어도 매력을 팡팡 발산할만한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녀는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수동적이고 유약하고 아이처럼 순진한 여성이 아니다. 재기 발랄하고 솔직 담백한 성격을 지녔으며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을 지닌 자존감 높은 여성이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당시 중년층 부인들은 엘리자베스를 불편해하기도 할 정도다. 물론 이 소설에는 엘리자베스 외에도 결혼적령기에 다다른 많은 여성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성향에 따라 남성을 선택하거나 선택받아 가정을 이룬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은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결합을 당시 중상계층의 이상적인 결합형태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제인 오스틴이 생각한 이상적인 결혼의 형태가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오늘날의 남녀 의식과도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어서 작가의 통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결혼을 바라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배우자의 조건이라 하면 보통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경제력, 학력, 외모, 성격, 가정환경, 종교 등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설문 조사 결과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곤 하는데, 이를 잠깐 들여다보자.
먼저 이상적인 결혼 상대에 대해 구체적인 요건을 물었는데, 남녀 대부분은 성격을 첫째 조건으로 꼽았고, 두번째 요건으로는 남자의 경우 여자의 외모를, 여자의 경우 남자의 경제력을 선택 했다.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남녀는 성격, 경제력, 외모를 결혼의 조건으로 생각하는 셈이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하면서 부부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외적 조건에 못지않게 내면적인 사항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실제로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전국의 결혼희망 미혼 남녀 532명(남녀 각 266명)을 대상으로 '본인의 배우자 조건 중 가장 충족시키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았다.
그 결과, 미혼 남성들의 42.3%는 '대화가 통하는 신붓감'을 찾기가 가장 힘들다고 답했고, 여성 35.0%는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신랑감'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남자는 평생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고, 여자는 후회 없는 결혼 생활을 꿈꾼다는 말이 있는데, 이 설문 결과는 이 말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경우 과업지향적인 성향 때문에 일을 끝내고 쉬는 동안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지만, 여자의 경우 애초에 관계지향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대화 상대는 주변에 널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때문에 대화가 통하는 남편 보다는 경제력 등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을 바라는 경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소한 차이이지만, 결혼 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데 있어 이점을 이해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꾸준하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처음 만났을 땐 외모로 남자를 사로잡을 수 있지만, 만남이 반복될수록 대화가 잘 통하지 않으면 결혼에 골인하지 못할 확률이 무려 42.3%에 달한다는 걸 설문은 보여주고 있다. 또 남자는 적정 수준의 경제활동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면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무난히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오만과 편견’을 보아도 이 점은 분명하다. 다아시는 매년 동일한 수준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으며, 오히려 점점 수입이 늘어날 전망이기에 약간 오만하게 보이는 그의 성격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의 신랑감이다.
반면 엘리자베스에 대한 다아시의 사랑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그 이유는 대화에 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언쟁을 통해 각자가 원칙들과 사람들, 그리고 서로에 대해 규정하는 바를 내세운다. 엘리자베스의 풍자적인 유머 감각과 날카로운 지성은 다아시의 비판적 침묵과 타협을 거부하는 태도에 자극받아 대항하고, 다아시의 사회적·윤리적 자부심은 엘리자베스의 불굴의 비판 정신에 의해 도전받는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를 사랑하고 있음을 자인했을 때는 이미 그들의 대결 관계가 이상적인 상호 보완관계로 변형된 후였다.
많은 로맨스 작품이나 동화에서 남녀 주인공은 성대한 결혼식으로 스토리의 끝을 맺는다. 하지만 현실은 결혼식 이후로도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쭈욱 이어진다. 소설 ‘오만과 편견’은 결혼식이 아닌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이어가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 끊임없는 소통과 안정적인 경제활동, 이 두 가지는 행복한 결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리라.
차희연
- 미래인재개발재단 이사장
- HRD VITA Consulting 대표
- 감정조절코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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