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지난 2020년 5월 경남지방경찰청은 가정의 달과 부부의 날을 맞아 지난 주민 6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설문 내용은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과 ‘배우자에게 평소 가장 자주하는 말’ 등이었다.
설문 조사 결과, 사랑하는 배우자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사랑해’(41.2%)였으며, 그 다음이 ‘고마워’(15.3%)였다고 한다. 또 배우자를 위해 자주 하는 말 1위도 역시 ‘사랑해’(32.7%)였고, 그 다음은 ‘수고했어, 고생했어’(15%)였다.
이 설문 결과를 놓고 보면, 결혼한 커플이 배우자에게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무엇보다 사랑의 표현과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실제로 부부사이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을 꼽아보자면, ‘지금 어디야?’, ‘밥 먹었어?’, ‘언제 들어와?’와 같이 상대방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질문이나 아니면 ‘청소 좀 해’, ‘좀 씻어’, ‘맛있는 반찬은 없어?’ ‘당신은 이것이 문제야’등 상대를 타박하는 말이 대부분이다.
사실 이런 말 속에 담긴 속내는 ‘빨리 들어와서 집안 일 좀 도와라’ 라거나 ‘제발 피곤하게 몇번씩 말하게 만들지 말고 좀 잘 하자’인 경우가 많다.
아마 설문지에 이런 항목이 있었다면 자주하는 말의 순위는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잠시만 생각해 보자. 배우자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사랑해’와 ‘고마워’이면서 왜 나는 배우자에게 사랑한다거나 고맙다는 말 대신에 ‘이것해라, 저것해라, 뭐하고 있냐?’와 같은 명령조의 말혹은 부정적인 표현을 더 많이 하는 걸까.
그 답은 바로 부정성 효과(the negativity effect)라는 심리 기제 때문이다.
부정성 효과는 플로리다 주립 대학의 심리학 교수이자 퀸즐랜드 대학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로이 F. 바우마이스터가 논문을 통해 발표한 이론으로써, 만약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동일한 양과 강도를 가지고 있을 때 사람들은 보통 부정적인 정보에 더 큰 가중치를 두어 대상을 평가하는 심리현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함께하는 시간이 길수밖에 없는 연인이나 부부사이의 경우 평소에 아무리 잘하더라도 상대방이 싫어하는 언행을 이따금 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완벽한 인간은 없으며, 특히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도 없는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상대가 싫어하는 언행이나 습관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러한 부정성 효과로 인해 평상시 좋은 언행에 대한 평가 보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부정적인 언행이 더 크게 거슬리게 되고, 이를 고쳐주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자꾸 부정적인 언행이나 명령조의 언행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부정성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한 바우마이스터 교수도 부정성 편향 관련 논문을 출판하기 이전에 본인이 그러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도 똑똑하고, 매력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애인과 연애 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끔씩 그녀는 태도가 돌변해 그에게 소리치며 화를 냈고, 그럴 때마다 그는 그녀의 진심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샤워하면서 욕실 바닥에 물을 튀기거나 셔츠를 다린 뒤 다리미 전원을 끄는 것을 잊은 일이 그에게는 그저 사소한 실수이지만, 그녀에게는 분노를 일으킬 만한 큰일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화가 가라앉으면 그녀는 그에게 사과했고, 다시 한 동안은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화를 내는 일은 반복적으로 일어났으며 다시 상황이 나빠졌고, 아마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사실 많은 부부가 바우마이스터 교수와 같은 경험을 반복하며 둘 사이의 간극이 조금씩 더 벌어지다가 마침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을 것이다. 부정성 효과 심리가 매번 그대로 발동하도록 방치한다면 아마 당신도 이러한 결과를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랜 기간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은 어떻게 해서 부정성 효과를 극복하고 있을까.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부정성 효과와 관련된 연구를 계속 해 나가면서 ‘긍정성 비율(positivity ratio)’이라는 개념을 우연히 찾아냈다.
이는 나쁜 사건에 대한 좋은 사건의 비율을 뜻하는데, 이 단순한 비율을 통해 사랑이나 인생의 복잡성을 다 측정할 수는 없지만, 부정성 효과를 이해하는 데는 가치 있는 도구다.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성 비율이 우리 모두에게 부정성의 힘에 대처할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일 것이다.
부정성 효과 심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부정성에 대항할 수 있는 긍정성의 힘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볼 수단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당신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기 바란다. 배우자의 나쁜 습관이 정말로 나쁜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관계를 해치면서까지 화를 낼 정도로 나쁜가?
또 다른 심리학자 존 고트먼은 문제가 있는 커플은 나쁜 상호작용과 좋은 상호작용의 비율이 거의 같은 반면, 미래의 행복을 함께 계획하고 있는 커플은 나쁜 상호작용보다 좋은 상호작용의 비율이 다섯 배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5 대 1의 고트먼 비율이야말로 행복한 커플과 그렇지 못한 커플의 차이인 셈이다.
차희연
- 미래인재개발재단 이사장
- HRD VITA Consulting 대표
- 감정조절코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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