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성인 남녀가 결혼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뭘까.
과거와 현재, 시대를 막론하고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을 아마 가장 많이 들었거나 혹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꽤 가파르게 따라잡는 말이 하나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난 비혼주의자야, 난 결혼 안 할거야’다. 아마 젊은 세대나 결혼기에 접어든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심심찮게 이와 유사한 말들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요즘엔 오히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보다 ‘결혼 안 할거야’라는 말을 훨씬 더 많이 듣는 것 같기도 하다. 강도를 조금 낮춰서 ‘결혼 그거 꼭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라며 결혼보다 비혼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표현까지 합친다면 젊은 세대는 아마 하루에도 몇 번은 이 말을 하지 싶다.
그렇다면 왜 요즘 세대는 ‘결혼을 해보고 후회하기’ 보다는 아예 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일까.
일단 결혼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잠깐 들여다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결혼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게 만든다. 거기에다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소비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지게 된다.
먼저 삶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일단 자신만의 시간이 꽤 많이, 어쩌면 거의 대부분 사라진다. 젊은 독신 남녀의 경우 귀가하면 주로 컴퓨터, TV, 휴대폰 주변에서 떠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귀가하는 순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홀로 즐기는 편이다. 물론 독립하지 않은 미혼 남녀라면 귀가해도 집에 부모형제가 있을 수 있지만, 내 방으로 들어가면 온전히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귀가해도 누군가가 집에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은 업무 시간 외에는 늘 나와 붙어있으려 한다. 물론 자신도 그게 싫지 않다. 하지만, 왠지 나 홀로 즐겼던 과거의 시간들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아기가 생기면 아예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은 수십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개념이 되고 만다.
다음으로 소비해야 요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시간 소비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돈 소비도 마찬가지고 더불어 에너지 소비까지 덩달아서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그동안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쓰던 그 많던 시간, 돈, 에너지들이 이제는 배우자를 위해서, 내 부모, 배우자 부모를 위해, 또 태어난 자녀를 위해 써야한다.
단순히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누가봐도 결혼은 미친 짓이며, 결혼 생활은 손해의 첩첩산중을 걷는 것과 같다. 물론 결혼한 부부는 이 모든 손해를 모두 벌충해주는 화수분을 손에 넣게 되는데, 그게 바로 서로를 향한 사랑이다. 상대방을 바라보기만 해도, 아니 상대방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랑은 화수분처럼 무한대로 솟아나와 앞에서 말한 모든 손해 요소를 메꿔 주고도 남는다. 이 때문에 유사 이래 결혼이라는 제도는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이 화수분의 용량이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 결혼한 부부사이에서 사랑이 갈수록 감소하거나 아예 사라진다면.
아마 그나마 큰 변동이 없는 건 돈 문제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나 에너지는 더 이상 함께 소비하려 들지 않게 된다. 모두 소비하여 수치가 0이 되어도 이를 만땅으로 채워줄 화수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에서 부부 사이의 사랑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은 그 어떤 부분에서도 플러스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수분이 작동을 멈추는 이유는 멈춘 집집마다 다 다를 수 있다. 때로는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때로는 하던 일이 사라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혹은 말 그대로 성격이 너무 달라서 혹은 너무 닮아서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에, 혹은 고부갈등 때문에... 등등 수많은 이유 때문에 사랑이라는 화수분을 하나씩 들고서 결혼했던 부부가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이면서 가장 복구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배우자의 외도이다.
덴마트에서 4~50대 남성 4500명을 대상으로 6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 잔소리가 심한 아내와 함께 사는 남편들은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4배나 높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대로 육아에 지친 아내 역시 과도한 스트레스에 내몰리고 있다. 육아 우울증은 출산 여성 중 10~20%가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2~2014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 결과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스트레스성 수면장애의 연평균 증감률이 10.4%로 급증세를 보였는데, 육아와 직장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만약 남편이 결혼 생활을 통해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4배나 높게 치솟고, 아내의 우울증과 수면장애 증상이 매년 10% 넘게 증가하는 추세라는 건, 그 가정 어디에서도 ‘사랑’이라는 화수분이 정상 작동을 멈췄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일부 여성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는 거라 주장한다. 물론 본인 입장에서는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협심증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육아에 지친 아내를 보면서 남편 역시 여러 가지 일을 도와준다고 항변하겠지만, 그 또한 자신의 관점에서 그럴 뿐이다.
오랫동안 불륜을 연구했던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테일러는 <결혼하면 사랑일까>라는 책에서 불륜이 결혼의 실패가 되는 원인이 아니라, 실패한 결혼의 징후와도 같은 것이라고 관점을 다르게 보기도 한다.
리처드 테일러의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불륜 때문에 결혼이 깨지는 게 아니라, 이미 금이 가 있는 결혼 생활에 불륜이 틈새로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가정에 사랑이 샘솟는 장치가 고장나면 외도는 반드시 찾아오게 된다는 점이다.
당신은 결혼을 결정할 때, 둘 사이의 사랑을 몇 번째 순위에 두고 있는가?
‘사랑하니까 결혼하지~’ 라는 상투적인 표현 말고 진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내가 가진 사랑이라는 화수분은 얼마만큼 튼튼한지, 큰 고장 없이 오래오래 잘 작동할지, 객관적으로 잘 판단해 보기 바란다.
결혼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에너지의 끝판왕은 결국 사랑뿐이다.
차희연
- 미래인재개발재단 이사장
- HRD VITA Consulting 대표
- 감정조절코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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