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 용리단길 가게 된 이만기...가마솥 미역국 부터 얼큰한 라면 한그릇까지

이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3-11-18 2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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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1TV '동네한바퀴' 캡처)

 

[매일안전신문=이현정 기자] 이만기가 용리단길에 왔다.

 

18일 밤 7시 5분 방송된 KBS1TV '동네한바퀴'에서는 이만기가 용리단길을 찾아간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이만기가 찾아간 곳은 북쪽으로는 남산을, 남쪽으로는 한강을 경계로 두고 자리한 서울 용산구였다. 그 형세가 비상하는 용을 닮았다고 붙여진 지명만큼이나 언제나 생동감이 넘치는 동네이다. 

 

서울을 움직이는 동력 에너지 용산구의 아침은 일찍부터 기지개를 켠다. 이만기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시의 생기를 느껴 봤다. 모두가 분주한 출근길에 건너편에서 뛰어오는 러닝 크루를 만났다. 이들에 따르면 시티 런이 얼마 전부터 새로운 헬스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만기는 러닝 크루와 함께 달리며 활력 넘치게 여정을 시작했다.

 

외국 대사관 50여 개, 용산구는 명실상부한 외교 1번지다. 이만기는 대사관이 밀집된 골목을 걷다 구수한 밥 냄새가 나는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오픈 주방 가운데 눈에 띄는 세 개의 무쇠 가마솥이 돋보였다. 가마솥이 세 개지만 메뉴는 미역국 정식 하나다. 단출해 보여도 한우 사골과 18시간 우린 다시마 물을 조합해 만든 육수에 고흥 거금도에서 3, 4월에 채취한 어린 미역으로 끓인 명품 미역국이라는데 밥 또한 윤기와 찰기가 으뜸이라는 고시히카리 쌀을 사용해 무쇠 가마솥에서 갓 지어 손님상에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단정하고도 깔밋한 미역국 한 상을 선보이는 주인장은 20년 경력의 양식 셰프였다. 20년 동안 쉼 없이 일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그만큼 가정에 소홀해지고 건강도 잃었다고 했다. 바쁜 삶에 치여 놓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미역국을 생각한 셰프는 미역국을 통해 본인의 행복을 찾았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의 행복도 찾아주고 싶다고 했다. 이만기는 셰프의 정성스러운 미역국을 맛봤다.

 

남산 기슭의 후암동으로 들어선 이만기는 좁은 골목을 사이로 오래된 집들이 이어진 곳으로 갔다. 그중에서도 가을을 품은 감들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집으로 들어갔다. 40년 넘게 한집에 살며 삼 남매를 키워 출가시켰다는 주인 어머니가 꾸며놓은 마당은 여느 집 정원이 부럽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 놀러 올 때마다 꽃이나 과일을 하나씩 손에 꼭 쥐여 준다는 어머니 덕에 이만기도 탐스러운 감 몇 알을 선물 받았다. 

 

서울역 맞은편 빌딩 숲 그늘에 서울 최대 규모의 동자동 쪽방촌이 있다. 1평 남짓한 쪽방 1,200여 개, 거주민은 약 900명에 이른다. 좁고 낡은 골목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찬 쪽방촌을 걷다 주민들을 만난 이만기는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있다고 해 따라간 곳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약자와의 동행’ 사업 중 하나인 동행식당이라고 했다. 동행식당은 서울시가 쪽방 주민들에게 매일 8000원 상당의 식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정된 식당에서 하루 한 끼라도 건강하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어 끼니 해결이 가장 어려운 쪽방촌에 단비와도 같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작년 8월부터 시행된 동행식당은 현재 서울 5개 쪽방촌의 민간 식당 43여 곳이 함께 하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의 기본 생활권을 보장하는 서울시의 복지사업은 동행식당뿐만 아니라 한 달에 두 번 무료로 대중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행목욕탕도 있다. 마땅히 씻을 곳이 없는 쪽방 주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고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목욕업 소상공인을 돕는 상생복지모델로 꼽힌다고 했다. 동행식당에서 마음의 허기까지도 채운 이만기는 쪽방촌에 생긴 특별한 가게, 온기창고로 향했다. 온기창고는 쪽방 주민이 필요한 생필품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가져갈 수 있는 창고형 매장으로 종전에 행해져 온 줄서기식 선착순 배분이 아닌 적립된 포인트 한도 내에서 후원 물품을 지원받는 서울시의 수요맞춤형 배분 시스템이었다. 지난 7월에 개소한 온기 창고는 쪽방촌 주민들의 어려운 마음을 헤아려 자존감과 자립의 기초를 세워줄 뿐만 아니라 선착순 배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줄였다고 했다.

 

 

▲(사진, KBS1TV '동네한바퀴' 캡처)

 

소위 ‘핫한’ 거리에는 다 붙는다는 OO단길인데 이만기는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 사이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용리단길’을 걸어보게 됐다. 이곳은 발길 닿는 곳마다 베트남, 일본, 이탈리아 등 이국적인 가게들이 즐비했다. 거리를 걷다 독특한 귀걸이를 한 남자를 만났다. 일식 요리사로 본인의 가게를 열고 자유롭게 살아보라는 아내의 권유에 귀걸이를 착용하게 됐단다. 용리단길에서 부부가 꾸려가고 있는 가게는 ‘K-오마카세’ 횟집이었다. 매일 아침 노량진시장에서 직접 공수해 숙성한 제철 생선회와 특수 부위로 만든 요리가 주메뉴다. 30년 전 요리사와 손님으로 만난 4살 차이의 연상연하 부부였다. 한결같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장사 준비를 할 만큼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일했지만 얼마 전에야 전셋집을 마련할 만큼 세상 물정에는 어둡단다. 20년 전 가게를 차리기 전까지 사기도 여러 번 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안빈낙도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맛있는 음식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하고 자신들 마음 편하게 지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부부였다. 

 

여름엔 팥빙수, 겨울엔 팥죽이 있다. 이처럼 팥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지만 그래서 조금은 고루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이만기는 그 오래된 편견을 깬 팥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 쿠키, 샌드, 라테, 케이크까지 겉보기엔 일반 디저트 같아 보이지만 모두 팥을 재해석한 디저트들이었다. 본인을 파티시에가 아닌 ‘팥티시에’로 소개하는 주인장은 기본 재료인 최상품 팥을 찾기 위해 전국의 팥을 모아 직접 맛보고 선별할 만큼 팥에 진심이라고 했다. 팥티시에의 팥 사랑은 제과제빵을 배우기 위해 떠난 일본 유학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고도로 발달한 일본의 팥 디저트를 보고 충격을 받은 팥티시에는 한국에 돌아와 팥에 승부수를 걸어 보자 다짐했단다. 맛있는 팥을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팥 맛을 모르는 거라고 팥 엄선부터 그와 어울리는 메뉴 개발, 이상적인 비율을 찾는 일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단다. 이만기는 달콤한 팥의 세계로 안내하는 팥티시에의 고집과 진심이 담긴 디저트를 음미해 봤다. 

 

 

▲(사진, KBS1TV '동네한바퀴' 캡처)

 

이만기는 가을 정취를 따라 남산 아래 이태원동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평범한 다세대 주택 한 칸을 헐어 만든 자그마한 공방을 마주했다. 17년 전 돌아가신 엄마의 방에 뜨개 공방을 들여놓은 딸이 있는 곳이었다. 딸은 질기고 튼튼한 한지 실과 면사를 섞어 가방, 모자, 러그 등의 멋스러운 생활 소품을 만들고 있었다. 한지 실의 빳빳한 성질 때문에 일반실보다 더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딸의 뜨개질 솜씨는 엄마에게 물려받았단다. 유년 시절, 어머니는 가내수공업으로 전국 아낙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쳤다는데 얼굴도, 야무진 손끝도 엄마를 빼다 박은 딸은 니트 디자이너로 오래 일했단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손뜨개만큼 포근하던 엄마의 품이었단다. 그리운 품 같은 엄마의 방으로 돌아와 뜨개를 하며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는 딸. 한 땀 한 땀 엄마와의 추억을 뜨는 한지 뜨개 공방의 딸을 만나봤다. 

 

이어 이만기는 한 라면집을 발견했다. 라면 냄새에 홀린 듯 들어가니 세월을 가늠케 하는 노부부와 벽면 낙서가 정겹게 반겨줬다. 24년 전 같은 자리에서 구멍가게를 하던 부부는 라면집을 하겠다는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자리를 내줬단다. 그러나 부지기수로 문을 늦게 열어 잔소리를 들은 아들은 ‘긴 외출’을 떠나고 그렇게 부부는 아들에게서 얼떨결에 라면집을 물려받게 됐단다. 어쩌다 하게 된 라면집이 어느덧 20년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부는 라면 한 그릇도 정성으로 새벽 6시면 문을 열고 갖은 재료를 넣어 육수를 내 라면을 끓여왔단다. 라면집을 찾는 손님들 사정을 알기에 노부부의 가게는 항상 문이 열려 있다는데 이만기는 언제 가도 변함없는 맛으로 거리의 허기를 달래주는 부부의 라면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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