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안전신문] 예전에는 한국 문화를 해외에 소개할 때 번역이 먼저 이루어졌습니다. 삼겹살은 pork belly, 갈비는 short ribs, 떡볶이는 spicy rice cake로 설명해야 이해된다고 여겼습니다. 번역은 자연스러운 절차였고, 한국어 이름은 뒤따르는 설명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순서가 달라졌습니다. 어떤 단어들은 번역되는 순간 의미를 잃고, 한국어 그대로 불릴 때 더 또렷해집니다. 한류는 이제 설명보다 이름 자체로 통하는 문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문체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전 세계 30개 지역 2만7400명을 분석한 결과, 한류는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일상 속에 스며든 생활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음식과 언어 영역에서 한국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번역보다 원어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이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이 ‘설명에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흐름은 언어의 기록 속에서도 확인됩니다. Oxford English Dictionary는 김치, 불고기, 삼겹살, 김밥, 한류, 오빠 같은 한국어 단어들을 사전에 등재했습니다. 단어가 사전에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외래어의 추가를 넘어, 그 언어가 하나의 의미로 자리 잡았다는 뜻입니다. 유행은 사라질 수 있지만, 언어 속에 남은 이름은 오래 살아남습니다.
글로벌 미디어인 BBC와 CNN, The New York Times는 공통적으로 한국 음식 이름이 더 이상 번역되지 않는 흐름을 짚고 있습니다. 떡볶이를 spicy rice cake로 옮기면 의미는 전달되지만, 그 안에 담긴 거리의 온기나 생활의 기억까지는 전해지기 어렵습니다. 수육을 boiled meat로, 쌈장을 soybean paste로 바꾸는 순간 우리가 아는 식탁의 풍경은 사라지고 설명만 남습니다. 이름에는 맛을 넘어 기억과 분위기, 생활의 감각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환경의 변화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Netflix는 자막에서 원어를 살리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으며, 오징어 게임 이후 달고나, 떡볶이, 삼겹살 같은 단어가 번역 없이 세계로 확산된 장면은 상징적입니다. 이 말들은 이제 하나의 문화적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큽니다. 2025년 미국 MGH 조사에 따르면 틱톡 이용자의 64%가 음식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메뉴를 알게 되고, 58%는 실제 방문으로 이어졌으며, 56%는 더 먼 거리 이동까지 감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표현은 번역어가 아닌 ‘tteokbokki’ 같은 원어 그대로입니다. 짧은 영상은 설명을 줄이고, 이름을 곧바로 경험으로 연결합니다.
언어학자들도 이 변화를 주목합니다. 옥스퍼드대의 조지은 교수는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설명하며 언어와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문화는 소비를 넘어 단어로 남을 때 더 오래 지속됩니다. 결국 문화는 사람들의 입에 남는 이름으로 완성됩니다.
이 흐름은 음식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빠’, ‘막내’ 같은 호칭도 점점 번역 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단어가 공간에 따라 전혀 다른 온도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낯설고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통하는 언어가 됩니다. 한 단어를 안다는 것은 결국 그 문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한류를 보며, 세계가 한국 문화를 부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예전에는 번역을 통해 이해하던 문화가 이제는 이름으로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걸 영어로 뭐라고 하지?”를 먼저 묻기보다, 떡볶이와 삼겹살, 달고나를 그대로 부르며 그 장면을 함께 떠올립니다.
물론 여전히 설명은 필요합니다. 처음 만나는 문화에는 친절한 안내가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이제는 순서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어 이름을 지운 채 번역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먼저 두고 그 의미를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럴 때 문화는 번역된 그림자가 아니라, 본래의 분위기를 더 온전히 담아 전달됩니다.
오래 남는 문화는 결국 이름을 남깁니다. 자꾸 불러보게 되는 말, 설명 없이도 통하는 단어, 기억 속에 쌓이는 표현이 그 문화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한류는 분명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더 많은 콘텐츠가 아니라, 더 많은 고유명사가 세계 속으로 스며드는 단계입니다.
어쩌면 한류의 진짜 확장은 거창한 설명이나 화려한 콘텐츠가 아니라, 작은 이름 하나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달고나와 떡볶이, 삼겹살 같은 말들이 번역 뒤에 숨지 않고 제 이름 그대로 불릴 때,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시간과 풍경, 삶의 감각까지 함께 전해집니다.
그렇게 하나의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통하는 순간, 한류는 스쳐가는 유행을 넘어 오래 남는 언어의 자산이 됩니다. 그리고 한류는 이미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 위드온 글로벌 브릿지 하지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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