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야권이 인물난을 겪는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재등판 가능성이 주목된다. 서울시정을 이끈 경험과 전국적인 지명도, 중도층을 아우르는 확장성 등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선 잠룡군에 속하는 오 전 시장으로서는 서울시장 보다 더 큰 뜻을 품고 있다. 야권이 서울시장 후보 적임자를 찾아내지 못해 삼고초려할 경우 오 전 시장의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오 전 시장이 지리멸렬한 보수층을 얼마만큼 결집시킬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이는 오 전 시장이 대권 도전을 위한 핵심 포인트다.
◇"무너진 대한민국 정상화해야... 내가 제일 적임자"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2일 야권 전·현직 의원들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특별 강연에서 “(서울시장 사퇴 이후) ‘공백기’라고들 하는 지난 10년 동안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나라의 대안을 찾기 위해 준비해왔다”면서 2022년 20대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그는 스스로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라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준비된 주자 △검증된 청렴과 능력 △쟁점 선점 능력 등이 본인의 장점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입법과 행정, 사법을 다 경험했다. 국가 경영은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이 필수”라면서 “무너진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집권해야 한다. 저 오세훈이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오 전 시장이 지난 4월 21대 총선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선 공식 행보다. 정치활동 재개와 동시에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 오 전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4%대에 머무는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광폭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달동네’ 출신 흙수저 변호사… 민선 최연소 서울시장 기록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난 오 전 시장은 깔끔한 귀공자풍의 이미지답지 않게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의 정치인이다. 민선 최연소 서울시장,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 등 각종 타이틀을 거머쥐며 성공적인 정치 커리어를 쌓았지만, 지난 10년간 정치적으로 굴곡의 시간을 보냈다.
오 전 시장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을 켜고, 우물물을 길어 다녀야 하는 성수동 달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열악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 전 시장은 한국외대를 거쳐 고려대 법대에 편입, 만 23살이던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1993년 우리나라 최초의 ‘일조권’ 소송을 승리로 이끌면서 대중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반듯한 이미지로 방송가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전국적 인지도를 쌓은 오 전 시장은 2000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제16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명박 시장 뒤를 이어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를 큰 표차로 꺾고 민선 최연소(만 45세) 시장에 당선됐다.
◇재선 성공했지만… ‘무상 급식’ 투표 이후 10년간 공백기
오 전 시장은 재임 기간 대중교통 환승제 도입, 한강 르네상스 사업, 공공 임대주택 확대 등 과감한 정책과 행보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2010년 서울시장 최초로 재선에 성공했다.
정치의 세계는 특정 정치인에게 마냥 순탄한 꽃길만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이듬해 시련이 찾아왔다. 재신임 여부가 달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개표 마지노선인 투표율 33.3%를 넘기지 못하면서 자진 사퇴했다.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음에도 지지세력과 중도층을 효과적으로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게 패인으로 분석된다.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간 오 전 시장은 5년간의 공백을 깨고 2016년 20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종로구에 출마해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에 밀리며 낙선했다. 4년 뒤인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광진구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에 다시 2.5%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당 일각에선 ‘서울시장 차출설’도
오 전 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시장 보다는 대권에 도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야권에서는 안철수,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등 기존 대선 주자들에 이어 청와대·정부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며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잠재적인 후보로 꼽힌다.
정치 전문가들은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과 대권을 놓고 지지층과 성향이 겹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역할 분담론에 주목하고 있다. 안 대표가 ‘또철수’라는 이미지를 벗고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장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치는 게 유리한만큼 두 정치인이 연대할 접점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철수 대표가 대권에 바로 도전하는 건 스스로 자멸하는 길밖에 안된다”면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했다는 기억이 서울시민들에게 뚜렷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면 한번 기회를 주자는 여론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전 시장이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돕고 성공한다면 이후 대권 도전에서 안 대표의 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단은 대권으로 직행한다는 게 오 전 시장 생각”이라며 “다만 당의 요청이 있으면 (서울시장) 출마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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