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100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대 전국 노조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차기 수장을 놓고 투쟁파와 교섭파가 나란히 결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4명의 위원장 후보들 중 투쟁파가 합계 34만표(57%)를 득표해서 민주노총 내부 질서가 사실상 투쟁파 우세로 재편됐다고 볼 수 있다.
직전에 12대 위원장(2017년 12월 선거)으로 선출된 교섭파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단독으로 21만표(66%)를 확보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겠다고 방침을 정했지만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략적 참여 및 코로나발 사회적 대화를 시도하다가 내부 투쟁에 휘말려 지난 7월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민주노총은 4개월간 비상대책위원회(김재하 비대위원장) 체제였다.
민주노총은 5일 오전 13대 위원장 선거 결과 기호 3번 양경수 후보(31.26% 18만9309표)와 1번 김상구 후보(26.33% 15만9464표)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고 공고했다. 투표는 11월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됐다. 투표율은 63%(선거권자 96만7098명 중 60만5651명)였다.
강경 투쟁파로 평가받는 2번 이영주 후보(25.77% 15만6067표)는 3400표차로 3위를 기록해 낙선했다. 교섭파로 불리는 4번 이호동 후보(3.57% 2만1603표)는 매우 저조한 득표율로 4위를 랭크됐다.
양 후보와 김 후보의 결선 투표 계획은 7일 공고된다. 민주노총은 위원장과 함께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등 3명이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데 양 후보는 윤택근·전종덕 후보와 짝을 이뤘고, 김 후보는 박민숙·황병래 후보와 뜻을 모았다.
양 후보는 결과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역대 선거 중 가장 어려운 조건에서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가장 높은 투표율로 조합원들께서 마음을 모아주셨다”며 “결선의 과정은 노동 개악을 막아내는 투쟁의 과정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 출발선에 선 심정으로 동지들을 만나러 나서겠다! 투쟁!!”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1차 선거에서 보여준 조합원들의 지지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제1노총의 힘으로 코로나19 시대에 의료안전망, 사회안전망, 고용안전망을 구축하고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기본적으로 양 후보는 투쟁파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인 반노동 기조에 맞서 총파업을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총파업 날짜로 2021년 11월3일을 점찍어두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양대 계파를 불문하고 문재인 정부가 집권 이후 △최저임금 1만원 상향 공약 포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노동시간 52시간제 실시 유예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유예 및 뒤늦게 비준을 명분으로 노동 개악 추진 등을 일삼는 것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김 전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를 추진했음에도 내부 반대로 좌초된 것도 그러한 여론이 작용했다.
양 후보는 △총파업 준비 △택배·요양·돌봄·배달·콜센터 등 필수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공동투쟁 돌입 △교섭 이전에 강력한 투쟁으로 사회적 영향력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양 후보는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 출신으로 최근까지 경기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양 후보는 민주노총 최대 의견그룹 ‘전국회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후보는 11월20일 개최된 2차 합동 토론회에서 “(선거 기간 내내) 투쟁보다 교섭이 더 많이 얘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섭도 투쟁을 수반하지 않으면 투항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후보는 대표적인 교섭파다. 그는 “사회적 교섭”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와 대화 테이블에서 치열하게 교섭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김 후보는 △대정부 교섭 △산별 교섭 △대국회 교섭 등 60여개 채널로 교섭 전략을 수립해서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산별 노조 중심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김 후보 역시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출신(지부장)이다.
김 후보는 2차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이 참여했다가 탈퇴했던) 1998년 노사정 합의로 인해 노사정을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악마화하고 있다. 20년이 넘은 상태에서 민주노총 내 정상적인 토론이 되고 있지 않다”며 “민주노총이 110만 제1노총에 맞게 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직체계와 교섭체계를 전략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사회적 교섭에) 여태껏 실패해왔다면 앞으로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할 시점이 충분히 됐다”고 역설했다.
이어 “교섭을 얘기한다고 해서 투쟁을 회피한다고 규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투쟁과 교섭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쟁 없는 노조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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