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더불어민주당이 174석의 의석수 파워를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아무리 날치기나 독재를 운운하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개정안이 8일 오전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공수처 출범을 위해 민주당이 설정해놓은 데드라인 ‘9일 본회의 통과’가 코앞에 왔다. 이를 위한 사전 준비를 끝내놓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작년부터 올초까지 지속된 패스트트랙(지정도면 본회의 표결 보장) 정국에서 속절없이 당했는데 그때는 민주당의 의석수가 130석에도 이르지 못 했다. 민주당은 4.15 총선 이후 174석이 되어 범여권 정당들과 패스트트랙 협조를 구하지 않고도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은 패스트트랙 때도 안건조정위원회(상임위원회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에 따라 여야 동수로 구성해서 추가 논의) 회부 카드를 사용했듯이 이번에도 사용했는데 아무 효과가 없었다. 민주당은 이날 2시간만에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 의결을 강행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앞으로 법사위원회 윤 위원장(윤호중 민주당 의원)하고 민주당끼리만 하라. 야당은 없냐. 이게 민주주의냐”라고 항의했다.
사실 21대 국회는 민주당 주도의 1.5당 체제라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거대 양당간 적대적 공생 체제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2017년 탄핵 이후 4.15 총선 때까지 반대만 하는 강성 야당론을 내세웠다가 쪼그라들기도 했고 현재의 103석으로는 실력 저지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힘은 2021년 본예산 협상을 할 때 공수처법 개정 문제 등과 연동시켜 발목을 잡지 않고 순순히 협조했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있었지만 불가피한 정치적 구도가 더욱 크게 작용했다.
민주당은 추윤 갈등(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수처를 빨리 출범시켜 정권에 대한 수사를 최대한 안전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정치적 노림수가 급해졌다.
민주당은 공수처의 법적 출범 시기가 7월임에도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선임하지 않아 미뤄지고 있다면서 일찌감치 법 개정 카드를 쥐고 있었다. 국민의힘이 위원을 선임하고 10월말 추천위가 구성됐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야당 위원의 비토권(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공수처장 후보 결정 가능) 행사로 11월 내내 공수처장 후보는 요원했다. 민주당은 예고한대로 법 개정(위원 7명 중 3분의 2가 동의하면 공수처장 후보 선임 가능) 절차에 들어가기 위해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전날(7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가 회동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대한 협의”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민주당이 1시간도 안 되어 법사위 1소위에서 5.18 왜곡처벌법을 통과시켰고 이에 국민의힘이 “합의 파기”라고 반발하며 정국이 다시 급랭했다. 차가워진 정국은 민주당의 강행 명분으로 작용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며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시그널을 줬기 때문에 민주당이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그렇게 8일 법사위, 9일 본회의 통과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은 작년 4월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때는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제 와서 그걸 없애버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8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공수처법이 아니라 명명을 정확히 해야 된다. 공수처장민주당마음대로법”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돌진을 저지할 파워가 없다.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남은 카드라는 게 △필리버스터(소수 세력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철야농성 △장외투쟁 등이다. 이미 철야농성은 7일부터 시작됐다. 여론전이 아닌 절차적 방어 수단은 필리버스터 뿐인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때도 그랬지만 ‘쪼개기 임시국회’ 회기 방법으로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냥 범여권 의원들을 모아 180석만 되면 바로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할 수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7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서 “문재인 정권은 드디어 루비콘강을 건넌 것 같다. 국회라는 장만 빌렸지 입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을 절도, 탈취, 강도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공수처 출범 첫 단추부터 파쇼적 행보를 자행하고 있다. 중립성과 독립성은 안중에도 없고 사실은 자기들의 비리를 지켜줄 파쇼 부대를 창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권의 독재와 불법이 선을 넘은 만큼 국민과 함께 퇴진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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