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김종인 사과는 야멸찬 혁신선언이자 신 창당선언”

박효영 / 기사승인 : 2020-12-16 1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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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목소리에는 울먹임과 떨림이 섞여 있었다. 미리 작성한 사과문을 낭독하는 데 걸린 시간은 3분47초에 불과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이 15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 격론 끝에 하기로 결정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감행했다. 타이밍상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12월9일이 유력했으나 그때는 공수처법 논란 등 필리버스터가 겹쳐서 뒤로 미뤄졌다. 사과문 발표에 신중했던 주호영 원내대표도 옆에 배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감옥에 있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로 당론을 정한 의미가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3선)은 14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 출연해서 “사과라는 것 때문에 우리 당 내부가 시끄러운데 반론은 뭐가 있냐면 사과 많이 했는데 왜 또 하냐? 이게 가장 큰 반론인데 내가 김종인 위원장을 만나서 사과의 의미가 뭐냐고 물어봤다. 과거의 잘못을 그냥 사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겠다. 이런 야멸찬 혁신선언이자 신 창당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은 우리 당이 잘못해서 다시 태어나야 하는데 그동안 다시 태어나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했다. 그걸 사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옆에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 비대위원들이 배석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실제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나열한 뒤)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우리나라 어떤 대통령도 온전한 결말을 맺지 못 했다. 그리고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어있다. 국가적으로도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런 모든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도 오늘 이 기회를 빌려 반성하고 사죄하고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 의원은 혁신의 어려움을 거론하며 그 이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굉장히 내홍이 커서 쪼개지기도 했고 나도 많은 몸부림을 쳤다. 다시 태어나야 된다. 근데 못 이겼다. 나는 그 싸움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도 오래 된 정당이고 축적된 옛날 관성이 굉장히 크다. 평균 당원 나이가 60대 중반에서 70대다. 40~50년 된 당원이라 관성이 얼마나 크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 인적 분포를 보면 바꾸고자 하는 힘이 훨씬 강하다”고 환기했다.


하 의원은 “우리 당이 많이 변해야 하고 내가 길지 않은 기간 정치를 해봤지만 남의 허물이 크다고 해서 그게 우리 허물을 덮어주지 않더라. 국민들이 잘 안다. 정말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허물을 극복하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혁신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캡처사진=MBN)

그러면 바로 떠오르는 질문이 탄핵 이후 혁신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에만 사과를 한다는 걸까? 탄핵 자체에 대한 사과는 이미 여러 단위로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생략되는 걸까?


같이 출연한 김한규 변호사(더불어민주당 법률 대변인)는 “탄핵당한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고 그 이후 당의 모습에 대해서만 사과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어봤고 하 의원은 “그건 포함돼 있다. 사실 그 사과는 여러번 했다. 기억 안 나는가? 내가 무릎 꿇은 것만 3~4번 되는 것 같다. 의원 전체가 여러번 했다. 그래서 당내에서는 오해가 있었던 것이다. 탄핵에 대해서 그렇게 사과를 많이 했는데 또 해야 하느냐. 핵심 포인트가 몇 번이라도 사과를 하라면 하겠는데 메시지는 더딘 혁신에 있다”고 답했다.


사실 김 위원장은 탄핵 자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반성의 의미를 담아 사과를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게 된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하다. 저희 당은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 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 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며 “대통령을 잘 보필하려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 했다.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지혜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 하고 분열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한 구태의연함에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셨을 커다란 실망감에 대해서도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서도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또한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지 못 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었다. 국민과의 약속은 져버렸다”고 자평했다.


김 위원장의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나열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의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나열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김 위원장이 사과를 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 위원장은 2016년까지 민주당의 비상 당권을 쥐고 있었고 올초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을 맹비판하며 양당이 아닌 제3지대의 청년 그룹을 위해 나설 것처럼 행동했다. 4.15 총선을 코앞에 둔 3월 초중순에야 선거대책위원장의 자격으로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현재 정식 당대표 신분이 아니라는 점이 뼈아프다.


<판도라>에서 오랫동안 정치 평론을 해온 철학자 탁석산 박사는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탁 박사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그런 사과를 할 자격이 있는가 의심을 한다. 비대위원장은 임시 관리인이다. 정식 당대표도 아니다. 비상 사태니까 우리가 임시 관리를 위해 고용을 하겠다. 이런 거다. 근데 고용인이 사과를 한다? 지난 과거에 대해서?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라며 “그 정도의 무게감있는 사과라면 대통령 후보 정도가 돼서 하는 거다. 격이 전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 의원이 신 창당선언 급의 혁신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꿀 때 이미 그거는 시작됐다. 당명을 왜 바꿨나? 당명을 바꿀 때는 새로 창당한다는 이런 뜻 아니었나? 나는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새로운 창당이 이뤄지고 지금 몇 개월이 지났는데 한 것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다. 내가 비대위원장으로 있었지만 하나도 혁신한 게 없다는 성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 의원은 “일리있는 지적인데 새로운 창당을 실천하는 것이다. 원샷으로 당이 새롭게 되지는 않는다. 워낙 관성이 컸던 정당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내홍이 있을 것”이라며 “이걸 잘 극복하면 서울시장도 이기고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이걸 못 하면 우리 이길 수 없다”고 대응했다.


탁석산 박사는 김 위원장이 사과를 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캡처사진=MBN)
탁석산 박사는 김 위원장이 사과를 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캡처사진=MBN)

궁극적으로 사과는 곧 혁신이라는 규정이 맞으려면 혁신은 곧 인적 청산이어야 한다.


<판도라>의 원년 멤버 정청래 민주당 의원(3선)은 “말로 사과하는 것은 아무도 안 믿는다. 말의 홍수 속에서 아무도 안 믿는데 몸으로 해야 한다. 실현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친박으로 호가호위했던 사람들 우리는 사과하는 의미로 불출마를 하겠다. 4년 동안 다른 분들이 잘 해달라. 그러면 굳이 사과한다고 하지 않아도 진정한 사과가 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나는 하태경 의원에게도 출마하지 마라. (방송 끝나고) 뒷풀이를 할 때 (그런 말을 했다). 본인의 뜻을 세우고 꺾이지 마라고 그랬다. 근데 사람들은 하태경의 그 속마음을 모른다. 아이고 국회의원 뱃지달라고 또 들어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안 믿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 의원을 나쁘게 욕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든 것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는다. 그랬을 때는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청래 의원은 말로만 하는 사과 외에도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MBN)
정청래 의원은 말로만 하는 사과 외에도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MBN)

인적 청산에 대해 하 의원은 “사실 사과라는 이면에 후속타가 더 중요한 거다. 우리 당이 얼마나 새로운 당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인적 교체가 있을 것이다. 현재 (원외) 당협위원장 중에 한 30% 정도가 교체 대상 명단에 와 있다”며 “우리 당 안에 그런 목소리 있다. 선거 앞두고 왜 우리끼리 싸우냐? 저 사람들 싸우면 내부 분열 일어날텐데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느냐. 나는 생각이 완전 반대다. 선거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자를 사람 잘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모셔온 사람 중에 하나인데 왜 모셔왔냐면 그분은 가차없이 자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컷오프에 당해본 정 의원을 가리키며) 체험자가 있다. 나는 과감하게 잘라야 된다고 보고 설득을 할 것”이라며 “우리 살을 도려내지 않으면. 맞다. 자르면서 태극기 지지자들에게 우리 안 찍어주면 여러분들 후회할 것이다. 그분들도 보고 싶은 것은 정권교체다. 안 자르고 정권을 잃는 것 보다는 태극기부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들을 잘랐을 때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면 나는 그분들도 양해해줄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국민의힘의 인적 교체 대상이 원외만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캡처사진=MBN)
김한규 변호사는 국민의힘의 인적 교체 대상이 원외만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캡처사진=MBN)

그러나 김 위원장은 현역 의원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사실 총선이 가깝지 않은 이상 당권을 쥔 인물이 당내에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 어렵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김 변호사는 “여의도 정치라는 게 사실 거의 원내 중심이다. 의원과 의원 아닌 사람들의 신분이라는 게 천양지차이고 지금 문제된 당협위원장들 교체 명단에 올라간 사람들 다 원외”라며 “현역 의원들한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고 어차피 선거는 3년 반 뒤에 있는 거니까 그 사이에 또 바뀌어서 당협위원장 새로 맡으면 되는 거니까. 사실 그렇게 당협위원장 교체하는 게 정말 의미가 있는 건지?”라고 의심했다.


이에 하 의원은 “(교체 명단 초안이 비대위에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 나도 모르겠는데 한분 예만 들어보면 내가 이 사람 꼭 잘라야 한다고 하는 사람 중에 민모씨(민경욱 전 의원)라고 있다”며 “한국 이번 총선이 부정선거이고 최근에는 미국까지 가서 미국도 부정선거라서 트럼프와 동맹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 아니 그분을 정리하면... 내 지역구에서도 날 자르라고 공격이 들어온다. 지금 상당히 그분 지지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분을 정리하는 게 우리 당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반박했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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