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권교체 ‘교섭파→투쟁파’ 내년 11월 전태일 총파업

박효영 / 기사승인 : 2020-12-24 16: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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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조합원 100만이 넘는 대한민국 제1의 노동조합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령탑에 투쟁파가 들어서게 됐다. 직전 사령탑은 문재인 정부와의 전략적 교섭을 내세웠던 김명환 전 위원장이었으니 사실상 민주노총 차원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민주노총은 24일 오전 10기 임원선거 개표 결과를 발표하고 기호 3번 양경수 위원장 당선인이 승리했다고 공지했다. 양 당선인은 투표율 55.88%(53만1158명)에서 28만7413표(55.68%)를 얻었다. 김 전 위원장의 교섭 노선을 이어받아 결선에 올랐던 기호 1번 김상구 후보는 22만8786표(44.3%)를 얻어 낙선했다.


투쟁파로 평가받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제공)
투쟁파로 평가받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로써 양 당선인의 러닝메이트로 함께 했던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당선인과 전종덕 사무총장 당선인은 1월부터 임기 3년의 민주노총 지도부를 맡게 됐다.


양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당선증을 받으며 “코로나19 등 제약 요인이 많아 조합원의 투표 참여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시대의 흐름에 맞게 조합원들께서 잘 적응해주셨다”며 “현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국회 안과 밖에서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할 것이고 빠르게 조직을 정비하고 투쟁 태세를 갖추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투쟁”이 일성으로 나왔다.


윤택근 당선인도 “조합원들의 위대함을 느꼈다. 개량주의와 자본의 지배 개입 등에 대해 거부하는 현장의 의지를 확인했고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를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전종덕 당선인은 “새로운 시대 민주노총답게 투쟁하고 변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1차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한 양 당선인은 민주노총 내부의 최대 정파 ‘전국회의’의 지지세에 힘입어 처음부터 당선이 예고됐었다. 양 당선인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사내 하청 분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민주노총 역대 사령탑 중 최초로 비정규직 출신인데 양 당선인 스스로 선거 과정에서 “40대 젊은 후보이자 비정규직 후보”라는 점을 어필했다. 양 당선인은 2015년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년동안 고공 농성 투쟁을 하기도 했다.


양 당선인은 일찌감치 선거에서 이기면 바로 ‘총파업’ 준비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2021년 11월3일로 날짜까지 못박아뒀다.


양 당선인은 “사상 처음으로 제1노총이 준비된 총파업을 조직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내년 11월 전태일 총파업을 조직할 것이고 이는 역사의 한 장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의 관행과 제도, 기억은 모두 잊기를 경고한다”고 엄포를 놨다.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당선인, 양 당선인, 전종덕 사무총장 당선인의 모습. (사진=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당선인, 양 당선인, 전종덕 사무총장 당선인의 모습. (사진=민주노총)

사실 200년전 자본주의 초창기 맑스의 사회주의 바람이 유럽을 휩쓸었을 때나, 한국의 1990년대 이전 독재정권 시기가 아닌 이상 2020년 현재에서 노동계의 강력 투쟁이 실질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정부와 기업에 협상하고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론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직전 김 전 위원장 지도부 때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김 전 위원장은 내부 다수 여론이 사회적 대화에 비타협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2019년 초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위해 대의원대회에서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가 좌절했다. 그는 코로나 시국 초기이던 지난 4월 자본의 정리해고 방지 및 고용유지를 쟁취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경사노위 밖에서 별도의 노사정 테이블을 구성하자고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그렇게 교섭이 진행됐고 노사정 합의안까지 도출됐지만 투쟁파의 벽을 뛰어넘지 못 하고 합의안 추인에 실패했다.


당시 투쟁파는 합의안에 대해 △기업들의 해고 금지 의무가 명시되지 않고 “노력한다”는 수준에 불과하고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핵심 요구사항은 기존의 문재인 정부가 이미 추진하려는 수준 외에는 확실한 시행 로드맵이 없고 △반면 임금 동결 등 노동계의 희생만 포함됐다면서 김 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은 7월24일 추인 불발에 따라 자진 사퇴했다.


국민의힘을 포함 보수진영에서는 민주노총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한통속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맨날 강경 투쟁만 외치는 민주노총이 밉상으로 느껴진다. 정의당과 진보진영에서는 반노동으로 기울고 있는 문재인 정부 시대에 민주노총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김명환 전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명환 전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실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52시간 노동시간 시행 유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국제노동기구 ILO 핵심 협약 비준(29호 강제노동 금지/105호 강제노동철폐/87호 결사의자유 및 단결권 보장/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미루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소극적 △전태일 3법(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 3권 보장/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무관심 등 노동계 입장에서는 반노동 기조를 유지해왔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은 최근 여권이 ILO 핵심 협약 비준을 명분으로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을 개악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를테면 민주노총은 △ILO와 EU가 요구하는 것이 조합원 자격과 노조의 운영 자체를 노조가 주체적으로 정하라는 취지인데 여권은 해고자의 노조 활동 자체에 수많은 제약을 걸어놨고 △2년이었던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맞물려 단체교섭권 등 노동 3권 행사에 제약이 생겼고 △어용노조가 지정되기 쉬운 교섭 대표 노조만 단협 상대로 인정받게 되어 그외 다른 소수 노조들은 단협 유효기간 동안 사측과 교섭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됐고 △쟁의행위의 하나로 “사업장 내 점거” 전면 금지 조항을 삭제한 것 같지만 사실상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점거 행위를 금지시키는 문구를 넣어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이미 민주노총의 내부 투쟁 여론은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여권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떠밀려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수준이고 처벌 수위를 상당히 낮추려는 분위기도 이런 기세를 부추기고 있다. 앞으로 양 당선인의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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