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성추행으로 해임된 ‘한국전력공사’ 과장 억울? 법원 “해임 정당”

박효영 / 기사승인 : 2021-01-22 01: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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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상습 성희롱 및 성추행을 일삼아 해임된 전직 한국전력공사(한전) 과장 A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2018년 5월4일 한전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는데 최근까지 끈질기게 법정 공방을 벌이는 등 “징계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A씨는 1심에서도 똑같은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했고 2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A씨가 대법원에 상고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남 나주에 위치해 있는 한국전력공사 본사의 모습. (사진='남문 OA 시스템' 블로그)
전남 나주에 위치해 있는 한국전력공사 본사의 모습. (사진='남문 OA 시스템' 블로그)

21일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유헌종)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비위 정도가 매우 중한 점, 공기업 직원에게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점, 징계 양정 기준으로 미뤄 이 사건 해임 처분은 사회 통념상 타당하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남에 있는 한전 사업소의 고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회식 때마다 수차례 성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여러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지속했고 또 다시 회식 성추행이 벌어지자 참다 못 한 직원 B씨는 총대를 메고 다음날 출근해서 A씨에게 공식적으로 항의를 했다고 한다. 아주 명확하게 불쾌감을 표했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는데 A씨는 반성은커녕 치졸한 보복을 일삼았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부당한 업무 간섭, 인신공격 모욕, 음해성 소문내기 등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 감사팀의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이러한 2차 보복성 행동이 사실관계로 인정되어 적시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성희롱 수위는 상당했다.


A씨는 또 다른 직원 C씨에게 “탁자에 올라가니 예쁜 다리가 안 보이네. 뒷모습 봤는데 청바지 입으면 예쁘던데 왜 안 입어”라거나 “집에 찾아가 밥을 먹겠다. 청소를 해주겠다”라고 하는 등 상식 이하의 성희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여직원들은 참다 못 해 A씨를 한전 ‘내부고발자 익명 신고 시스템’에 고발했다. 최초로 고충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2018년 3월22일이었다. 한전 감사팀은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전광석화 같이 해임을 결정했고 A씨는 6주만에 전격 해임 통보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근무지 무단 이탈 및 출장비 허위 수령 등 A씨의 추가 비위도 드러났다.


A씨는 제대로 된 소명 기회를 부여받지 못 했다며 부당 해임을 주장했고 소송전에 나섰는데 1심 재판부는 “해임에 관한 회사의 징계 절차 과정에 어떠한 하자도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이 성희롱 고충 신고서를 통해 제출한 내용은 A씨로부터 추행당한 경위, 장소, 내용과 방법, 느낀 감정, 대응방법 등 주요 부분에 관해 구체적이고 실제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세부적 내용을 담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A씨는 부서 내 모범을 보여야 할 직책에 있었다. 직무상 직위를 이용, 회식 자리에서 다수의 여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적 언행을 동반한 성추행 행위를 반복했다”며 “공기업인 회사가 수행하는 직무의 특수성과 공공성을 고려하면 이 회사 임직원에게는 공무원에게 준하는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한전 나주 본사 건물의 전경. (사진=한국전력)
한전 나주 본사 건물의 전경. (사진=한국전력)

A씨의 2심 패소 소식은 21일 뉴시스, 머니투데이, 광남일보 등을 통해 보도됐는데 해당 공기업이 한전이라는 점이 익명 처리되고 나주에 위치하는 “모 공기업”이라고 묘사됐다.


한전에서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14명이나 되어 전체 공기업 중 가장 많았다. 공식 기록으로 남은 통계가 14명이지 수면 아래에 훨씬 많은 성비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성평등 관련 내부 교육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등 매우 부실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A씨에 대한 조치 사례는 한전 스스로 오명을 씻어내기 위한 노력의 징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 D씨는 21일 오후 매일안전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연히 문제인 것은 맞는데 회사가 잘못했다고 하긴 좀 그렇다. 물론 개인의 일탈인데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진데 그런 성희롱 예방 교육 이런 걸 다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D씨는 적어도 이번 사례에서 한전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한전 사업소 과장이었던 A씨가 상습 성추행으로 해임됐다는 사실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2만30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총자산 197조원에 연매출 59조원이나 되는 국내 최대 공기업 한전이 이런 뉴스에서 익명 처리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D씨는 “사실 여기(나주)가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이기 때문에 다른 데보다 기관들이 좀 더 많다. 가능하면 뭐 좀 왜냐면 이게 지금 발생된 일도 아니고 지나간 일이니까”라며 거듭해서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D씨가 말한 것처럼 성희롱 예방 교육을 했는지 안 했는지 그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민간기업에서도 의무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속한 징계 절차 진행과 가장 무거운 해임 결정을 내린 것은 잘 한 일이지만 애초에 성비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장 문화를 조성해가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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