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류 센터와 플랫폼 노동 현장에 도입된 알고리즘 성과 관리 시스템은 생산성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초단위 작업 지시와 끊임없는 속도 경쟁은 근로자의 자율성을 구조적으로 박탈하고, 과도한 노동과 극심한 직무 스트레스를 일상화한다.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은 이제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자체를 산업재해 인정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인간 관리자가 부과하는 업무 지시와 달리, 알고리즘은 지치지 않고 24시간 동일한 강도의 압력을 가한다. 알고리즘이 생성한 작업 로그와 속도 제어 데이터는 '업무상 과로'를 입증하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가 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알고리즘 통제 하의 과중 업무와 사망 또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판례가 국내외에서 축적되고 있다. 이는 기업 경영자에게 형사 처벌의 가능성까지 열어둔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업이 AI 시스템을 도입할 때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예방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체계 아래서는 알고리즘이 생성한 작업 데이터가 '업무 기인성' 입증의 직접 증거로 활용된다. 두 법령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업의 법적 노출은 상당히 커진다.
기업은 성과 측정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법정 휴게 시간 보장 로직을 의무적으로 내장하고, AI 시스템 도입 이전에 근로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평가하여 문서로 남겨야 한다. 효율을 좇다 인간의 한계를 설계 밖으로 밀어낸 시스템은, 결국 기업 스스로에게 가장 큰 손실로 되돌아온다.
/ 법무법인 인사이트 손익곤 노동법전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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