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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사진: 연합뉴스) |
[매일안전신문=강수진 기자] 우리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요즘,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 고질병이라고 생각되어온 부실시공 문제가 터졌고, 관련 정보들이 속속 공개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5000억원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프라자의 수주전도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주전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2파전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GS건설은 부실시공 논란 이후 첫 수주전이라 이번 수주전에서 민심을 확인하겠다는 입장.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 경쟁력이 약화된 GS건설에 밀릴 경우 자존심 구길만한 일이어서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일원 4만5808.8㎡ 부지에 진행되는 가락프라자아파트 재건축은 공공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 중이다. 9월 2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마감될 예정. 최고 34층, 12개 동, 1305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5050억원(3.3㎡당 78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 GS건설의 ‘행정제재’ 우회 논란
문제는 최근 잇따른 부실시공 논란에 ‘순살아파트’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GS건설의 입찰태도와 시공능력에 대한 회의 섞인 우려를 건설사측에서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GS건설 측은 최근 ‘지에스홍보담당’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원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했다. 사과문에는 제재가 내려져도 별 상관없이 입찰을 진행할 수 있어 별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방법은 ‘효력정지가처분소송’ 등으로 시간을 끌 수 있으므로 입찰일정에는 변동된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행정처분 난 것은 아니고 심의 등을 거쳐서 6~7개월 후에 나올 예정이고 이후 효력정지가처분소송을 하면 결정될 때까지는 3~5년 정도 소요되기에 입찰일정은 변동된 사항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같은 내용대로 결정이 지연되었다 해도, 나중에 제재가 이뤄지면, 조합원들이 받게 될 심리적, 물질적 타격은 어찌할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수많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서 법적문제가 발생하면서 재입찰을 하거나 표류하는 등의 사태로 사업지연과 금융 부담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왔다. 뻔히 보이는 이러한 결말을 전제로 사업을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선택을 요청하는 것은 정상적 태도라 보기 어렵다.
이런 연장선에서 볼 때, GS건설 측에서 ‘파격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며 GS건설에는 위기이지만 ‘조합원님들께는 기회’라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 대책을 내놓겠다는 태도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만약 그 파격조건이라는 것이 법과 규약의 테두리를 넘어설 경우, 또다른 위기 상황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입찰 과정이 끝난 뒤에 소송사태가 벌어지거나, 또다른 행정조치의 여지를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 GS건설 ‘클린수주’ 배신하면 공분 살 수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GS건설의 경영 리더십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클린수주’를 가장 먼저 선언해 놓고, 실제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방치되는 상황에 대해 임병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직접 겨냥하는 시선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임 부회장이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에 필요한 모든 조치에 힘쓰겠다"며 부실시공에 대한 사과와 반성, 개선을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새로운 수주에 힘을 쏟으면서, 불리한 행정적 상황을 뒤엎기 위해 과도한 영업활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임병용 부회장은 국내 건설업계에서 '클린수주'를 가장 먼저 선언한 장본인이다. 임 부회장은 2017년 9월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수주전 당시 국내 건설사들 가운데 '클린수주'를 가장 먼저 선언하면서 "수주를 실패하더라도 과잉 홍보나 위법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단돈 5000원이라도 사소한 식사제공이나, 선물 제공이 일체 없도록 하겠다'는 실천사항이 담겨 있는 선언문이었다.
이 같은 선언을 한 업체에서 부실시공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마당에, 가락프라자재건축에서 파격조건 운운하며 조합원들을 현혹하는 것은 조합원의 수준을 무시하는 행태로 읽힌다. 그러니, “수장은 하지 말라는데, 하부조직이 따르지 않는 것인지, 애초에 말뿐인 클린선언이었는지 모르겠다”는 조롱 섞인 관전평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을 우습게 여기며 충분히 우회해 시공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자신하는 태도다.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를 비웃듯이 비켜가겠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으로서 취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니다.
이런 자세로 입찰에 성공해 시공을 한다고 했을 때, 건실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만약 다시 부실한 아파트가 건설된다면, 결국 온 국민의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 비단 GS건설만이 아니라, 같이 경쟁에 나선 기업도, 조합원들도, 입주자들의 건실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사명감을 갖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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