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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5일 이태원역 1번출구 옆 추모공간. 2022.11.05 (사진=박서경 기자) |
[매일안전신문=박서경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사고 원인에 대해 경찰과 정부는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 매뉴얼 부재’를 언급한 바 있지만, 대규모 인파 운집 상황에 대한 유사 매뉴얼은 이미 2014년부터 운영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10월 31일 중앙재난안전관리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이태원 축제의 안전관리 매뉴얼과 관련해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는 지침이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안전관리대책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나오며 경찰청은 지난달 9일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주최자 없는 다중운집 상황을 포함한 경찰 안전관리 매뉴얼을 정비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 이태원 인파 대응, “유사 매뉴얼 2014년부터 운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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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경찰청 경비과가 발행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 |
하지만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매뉴얼은 기존에도 있었으나, 적용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뉴스1에 따르면, 지난 6일 서강오 전남 무안경찰서 직장협의회위원장은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 “경찰은 군중 밀집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태원 현장에서) 기존 매뉴얼이 미실행 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언급된 매뉴얼은 몇 차례 개정을 거쳐 지난 2014년 경찰청이 발간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이다.
지난 2005년 10월에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1명이 사망하고 15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를 계기로 경찰은 ‘수익성 행사 관리 매뉴얼’을 처음 발간했다.
이 매뉴얼은 이듬해인 2006년에 ‘혼잡경비 실무 매뉴얼’로 확대 개편됐다. 소개글에서는 ‘다중이 운집하는 행사의 혼잡으로 인한 각종 돌발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종합지침서’라고 작성돼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개정된 것이 혼잡경비 실무 매뉴얼을 수정‧보완해 발간된 2014년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이다.
경찰청의 2014년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에서는 ‘다중운집 행사’를 ‘정부‧민간, 옥내‧옥외, 국내‧국제, 수익‧공익성 여부를 불문하고 미조직된 다수의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축제, 공연, 체육경기‧행사 등을 의미한다’고 정의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를 ‘각종 행사를 위해 일시에 모인 군중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자연적‧인위적 혼란 상태를 사전에 예방‧경계하고, 위험 사태가 발생한 경우에는 신속히 조치해 피해 확대를 방지하는 경찰활동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근거하면, 이태원 핼러윈 축제도 주최자 여부와 관계없이 경찰의 안전관리가 이뤄졌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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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 일부 내용 캡쳐 |
매뉴얼에는 행사 위험성 평가 체크리스트와 사고발생 시 초동조치 체크리스트를 비롯해 행사 전‧후 현장 관리 등 상황별 대책들이 정리돼 있다.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거대인파 운집 또는 극단적 혼잡 상황 시 △지하철 입구‧계단 등 취약 시설에 경력 선점배치, 안전사고 예방 △인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경력‧시설물로 안전공간‧통로 확보 △집결상황 고려, 지하철‧버스 무정차 통과로 인파분산 유도 등이 제시돼있다.
또한 초동조치 체크리스트에는 △신고자 위치‧피해 등 현장상황 파악 여부 △지휘관 및 참모에게 즉시 유‧무선 보고 여부 △관련 전문가(기관)에 필요조치 및 유의사항 등 확인‧전파 여부 등이 정리돼있다.
여기서 제시된 내용에는 이태원 참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찾아볼 수 있어 이를 충분히 참고해 적용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고가 일어났던 골목에는 기동대 배치 등의 경력이나 폴리스라인 등 시설물을 통한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참사 발생 이전에 ‘압사할 것 같다’는 신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바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내에서는 참사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지시가 있었지만 현장 책임자가 이를 무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바 있으며,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은 사고 발생을 즉시 인지하지 못하고 이튿날 서울청장에게 보고하는 등의 문제점들이 확인되고 있다.
다만, 경찰청 측은 ‘매뉴얼에서 정의하고 있는 ‘다중운집행사’에 근거하면 사실상 주최자가 없는 이태원 행사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매뉴얼은 주최자가 있는 경우를 전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무지와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 ‘인재’... 개선 필요 목소리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중요한 것은 주최자 없는 행사와 관련한 매뉴얼의 유무가 아니라고 전문가는 말하고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유사 매뉴얼이 있어도 이걸 적용하지 못한 것은 애초에 그 현장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경찰을 비롯한 사회 전체의 안전에 대한 무지를 지적했다.
“만약 (이태원) 현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면 제대로 대응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사람이 많아 압사 위험이 있다’라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도 대형 압사 참사의 발생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성에 대해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참사에서 드러난 ‘제도적 허점’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나 축제에는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라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지난 6일 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를 비롯해 민간이 개최하는 지역축제에도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이) 적용되지만, 이번 참사는 주최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며 “이번 참사는 예견된 인재라고 볼 수 있으며, 국가의 제도적 허점과 허술한 관리가 드러난 참사”라고 평가했다.
이어 “각종 집회 시위와 안전사고 예방 조치에 최선을 다해오던 경찰은 이번 참사에서는 손을 놓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 예견의 실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나 축제 모두에 대해 폭넓게 법령을 적용하고 해석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자치단체가 주최자가 돼 행사를 계획하고 통제하며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명확한 직무범위와 권한 설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주최자가 없는 경우에도 주최자가 있는 경우와 같이 법령상 자치단체장이 주관하는 ‘지역안전관리위원회’를 통해 유관기관 간 행사내용·위험성을 공유하고 역할 분담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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