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합당한 대가산정 없이 안전한 S/W를 바라지 말자"

박찬혁 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 SW안전위원장 / 기사승인 : 2019-07-01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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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찬혁 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 SW안전위원장
전 세계에서 크게 번지고 있는 전염병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가정해 보자.


여러분은 국가나 사회가, 국민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이미 유사한 상황을 수차례 겪으면서 컨트롤타워의 부재, 미흡한 방역체계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모두 알게 되었다.


평소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컨트롤타워와 유사시 일사불란하게 작동할 방역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큰 비용과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누구라도 여기에 드는 합당한 비용과 자원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을 위해 의료 기업들이 백신 개발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 자금을 투입해 진흥시킬 정도로 시장 규모가 있는지,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지, 단기간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따져보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능 안전성(Functional Safety)과 관련된 안전 필수 분야에서는 이런 상식적인 수준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아직까지는 부족하다. 시장 규모와 경쟁력, 가시적 성과처럼 납득하기 힘든 시장 논리가 여전히 통용된다.


‘Functional Safety’를 직역하면 “기능적 안전성”이다. 안전을 위해 작동해야 하는 기능이다.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가용성이나 신뢰성보다,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로 구현하고 검증해야 할 필수 기능과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세스를 우선시해야 한다.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추가’라는 부분이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 더해 수많은 분석 설계와 구현, 검증 메커니즘이 추가되기 때문에 주 기능보다 안전 기능에 더 많은 인력과 조직, 시간이 필요하다.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 추가적인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필자는 이를 사회적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발전, 항공, 철도, 자동차, 의료기기 등과 관련된 생활 속에서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의 안전망 구축에 드는 막대한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오롯이 기업이 부담하는 게 옳은 일일까. 특히 이른바 ‘갑을병정’의 하도급 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에 위치하는 중소기업과 엔지니어에게 이 비용이 전가되어도 좋은지 다 같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안전 필수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국민의 안전이 중요한만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 종사자의 생존권도 중요하다. 균형 있는 정책 개발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기능 안전성 분야의 국제 표준을 준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건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를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풀어주는 것은 국민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할 공산이 크다.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해외 기업들에 의해 내수 시장이 잠식되는 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업들도 기능 안전성과 관련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더라도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자원은 기업 스스로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안전망 구축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뿐 아니라 발주 기업과 기관, 정부가 모두 함께 분담할 필요가 있다.


전염병 유입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기업이 자체적인 자원만으로 백신 개발에 힘쓴다고 해서 국민을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 안전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추가적인 노력에 합당한 대가를 주도록 대가산정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안전과 위기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나 프로세스도 정당한 대가를 받는 기업과 실무자들의 기초체력이 바탕이 될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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