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교통사고 질병과 같아 치료 가능하다

강순양 한국교통기술사협회 이사 / 기사승인 : 2019-07-08 1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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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양 한국교통기술사협회 이사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91년 최고 수치인 1만3429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추세에 있다. 지난해에는 3781명으로 1976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을 보였다. 하지만 감소율이 점진적으로 둔화 추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는 1.7명으로, OECD 평균 1.03명(2016년 기준)의 약 1.6배에 달한다.

교통사고가 줄어든 감소한 이유는 여러 요인에서 기인한다. 정부는 도심 제한속도 하향, 교통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정책을 펴는 등 교통안전 체계를 차량·운전자 중심에서 사람·보행자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도로관리 당국의 지속적인 시설개선 노력이 있었고 음주운전 등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상당히 바뀌었다.


교통사고를 더욱 줄일 방법은 없을까. 도로안전진단(RSA, Road Safety Audits) 제도를 대안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로안전진단의 목적은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통사고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여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RSA는 도로설계 및 운영단계에서 해당 도로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 그룹이 해당 도로 이용자에게 잠재적 위험이 될 요인을 찾아내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교통사고 발생 및 심각도를 감소하기 위한 제도상 절차로서 사전 예방적 성격을 지닌다.


도로안전진단 제도는 198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이후 독일, 호주 등에서 정착되었고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유효성이 입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1985년부터 교통안전법에 있던 교통안전진단을 2008년 1월 의무사항으로 변경하고 교통안전진단 지침을 공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시행초기 교통영향평가를 받는 대상사업에 대해 진단면제를 허용하기도 했으나 2012년 6월부터 일정규모 이상 도로를 설치하는 경우 교통안전법에 따라 도로설계, 운영단계에서 진단을 시행토록 하였다. 지난해 1월부터는 설계단계, 개시전 단계, 운영단계에서 교통안전진단을 시행하도록 확대됐다.


안타깝게도 이 제도는 전문가 사이에서 높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국의 필요성 인식이나 전문가의 전문성 부족, 진단결과의 사후평가 등에서 비롯된 문제다. 그래서 몇가지 제도개선 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진단전문가가 독립성을 갖고 과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길이 5km 이상의 도로설계시 교통영향평가를 받도록 돼 있는데, 발주처에 따라 안전진단을 평가와 묶어 발주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진단실시자는 도로설계자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자로 구성하여야 하는데, 교통영향평가와 진단에 동시 참여할 경우 객관성을 잃어 진단결과가 부실하게 나올 공산이 크다. 따라서 안전진단과 분리 발주하도록 명시해 객관적 시각에서 진단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 유지와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진단가 자격은 전문분야 업무수행 경력을 가진 사람이 초기 1주간 교육, 3년간 3건 이상의 안전진단 실무경험만을 기준으로 면허가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진단경력 미달시 2일 범위 내에서 보수교육을 이수하도록 돼 있으나 이마저도 미충족시 규제하기가 어렵다. 2017년 기준으로 교통안전진단기관이 67개 등록되어 있으나, 발주실적은 자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진단을 수행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양질의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초기 교육기간을 확대하고 보수교육을 엄정시행해야 한다. 더불어 관련기관 인력확대, 도로관리자의 안전진단 미발주 방지 등 책임 부여를 위한 제도개선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진단결과 보고서에 대한 점검·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진단가는 진단종료 보고서를 교통안전공단에 제출하면, 예비평가를 통해 적정성을 평가한 뒤 부실 진단우려 보고서에 대해 본 평가를 시행한다. 평가위원회에서 그 정도에 따라 ‘시정’, ‘부실’ 판정을 하고 이를 통보받은 진단발주자는 진단기관에 대해 시정을 요청할 수 있어서 비교적 가벼운 처리로 이어진다. 어떤 제도든지 감시·감독이 약하면 전문가 자율에 의한 품질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퇴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의 진단결과 사후평가를 사전평가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협의 또는 심의, 보고 등을 통해 진단보고서 제출 전에 진단시행이 충분히 되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미 그 가치가 입증된 제도에 대해 사전평가를 강화함으로써 진단참여자의 책무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업무가 초보기술자의 연습처럼 가벼운 일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교통사고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경험과 식견을 가진 전문가가 교통안전진단에 참여해야 한다. 다양한 요인에 따른 사고를 분석해 예방하는 교통안전진단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고, 관련전문가를 성장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통안전진단의 독립성 확보, 전문성 강화, 진단결과에 대한 사전평가제도 도입을 강력히 제안한다.


2006년 교통안전진단제도 도입을 위한 기술자 교육에서 들은 독일 드레스덴 공대 라인홀트 마이어 교수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교통사고는 질병과 같아서 치료가 가능하다.” 아직도 갈 길 먼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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