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근거없이 강아지 전용 구충제 성분인 '펜벤다졸'이 암 치료제로 잘못 알려져 있다. 외국에선 '파나쿠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며, 우리나라에선 '옴니쿠어'로 팔리고 있다.
30일 외신을 종합하면 말기암 4기 환자였던 미국인 조 티펜스 씨가 이 성분이 든 구충제를 먹고 완치됐다고 증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티펜스 씨는 2016년 말기 소세포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였다. 2017년 1월엔 암세포가 간과 췌장, 위, 목, 뼈 등 온 몸으로 전이돼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때 한 수의사가 강아지 구충제 약인 펜벤다졸을 먹어보라고 조언했고, 잃은 것이 없었던 티펜스 씨는 모험에 나섰다. 그 결과 3개월 후 검진 결과 암이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확인됐고, 2018년 1월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티펜스 씨는 블로그에 자신의 투병 과정과 펜벤다졸 복용법 등을 공개, 유명 인사가 됐다. 그는 이후 블로그를 통해 자신과 같은 암 완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선충류 기생충을 제거하는 약의 치료 원리가 사람에게 기생하는 암세포를 구충하는 것과 같아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펜벤다졸을 먹기 시작했다는 암 환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 조금이라도 치료 가능성이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도해보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코미디언 겸 가수 김철민 씨가 "펜벤다졸을 4주 복용한 후 통증이 반으로 줄었고 혈액 검사도 정상으로 나왔다"고 밝히면서 관련 제약회사 주식이 급등세를 보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의 항암 효과를 연구한 남정석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 또한 펜벤다졸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남 교수는 "직접 연구한 니클로사마이드 성분과 최근 이슈가 된 펜벤다졸은 성분이 다르지만 구충제가 암세포를 억제한다는 효능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면서 "의약품은 어떤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다가 다른 치료 효과가 예상되면 결국 전혀 다른 목적의 약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암 환자들의 복용에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해야 된다"며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이어 "펜벤다졸이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있으며, 항암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약사회도 "임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아야 하고,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동물 약국도 허가된 방식 외엔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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