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구충제 '펜벤다졸', 진짜 암치료 효과 있다고?

신윤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10-31 09: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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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잡는 심정"의 암환자들 복용 사례 급증

동물 구충제 성분인 '펜벤다졸'이 최근 암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이 약으로 암을 완치했다고 주장한 조 티펜스 씨가 공개한 사진. (사진=조 티펜스 씨 블로그 캡처)


아무 근거없이 강아지 전용 구충제 성분인 '펜벤다졸'이 암 치료제로 잘못 알려져 있다. 외국에선 '파나쿠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며, 우리나라에선 '옴니쿠어'로 팔리고 있다.


30일 외신을 종합하면 말기암 4기 환자였던 미국인 조 티펜스 씨가 이 성분이 든 구충제를 먹고 완치됐다고 증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티펜스 씨는 2016년 말기 소세포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였다. 2017년 1월엔 암세포가 간과 췌장, 위, 목, 뼈 등 온 몸으로 전이돼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때 한 수의사가 강아지 구충제 약인 펜벤다졸을 먹어보라고 조언했고, 잃은 것이 없었던 티펜스 씨는 모험에 나섰다. 그 결과 3개월 후 검진 결과 암이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확인됐고, 2018년 1월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티펜스 씨는 블로그에 자신의 투병 과정과 펜벤다졸 복용법 등을 공개, 유명 인사가 됐다. 그는 이후 블로그를 통해 자신과 같은 암 완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선충류 기생충을 제거하는 약의 치료 원리가 사람에게 기생하는 암세포를 구충하는 것과 같아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펜벤다졸을 먹기 시작했다는 암 환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 조금이라도 치료 가능성이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도해보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코미디언 겸 가수 김철민 씨가 "펜벤다졸을 4주 복용한 후 통증이 반으로 줄었고 혈액 검사도 정상으로 나왔다"고 밝히면서 관련 제약회사 주식이 급등세를 보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암 투병 중인 코미디언 겸 가수 김철민 씨는 펜벤다졸 복용으로 통증이 줄고 혈액 검사도 정상으로 나왔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됐다. (사진=김철민 씨 페이스북 캡처)
김 씨는 "구충제를 먹는 것이 일종의 생체실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만큼 절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충제가 정말 사람에게 치명적인지 아닌지 식약처에서 임상시험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의 항암 효과를 연구한 남정석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 또한 펜벤다졸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남 교수는 "직접 연구한 니클로사마이드 성분과 최근 이슈가 된 펜벤다졸은 성분이 다르지만 구충제가 암세포를 억제한다는 효능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면서 "의약품은 어떤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다가 다른 치료 효과가 예상되면 결국 전혀 다른 목적의 약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암 환자들의 복용에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해야 된다"며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이어 "펜벤다졸이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있으며, 항암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약사회도 "임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아야 하고,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동물 약국도 허가된 방식 외엔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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