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시리즈/안전사회를 위한 실천] ⑮ 5월 16일부터 ‘제2의 김용균’ 사라질까?

이송규 기자 / 기사승인 : 2020-05-06 15:40:22
  • -
  • +
  • 인쇄
산업현장 도급금지...컨베이어 작업의 도급은 해당안돼

전 국민을 충격속에 몰아 넣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지난 10월6일로 꼭 2000일이 되었다. 66개월, 5년6개월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한 나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인식, 관행, 제도, 법규 등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고 무엇을 바꿔왔던가. 돌이켜보면 부끄럽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화재, 붕괴, 침수, 추락 등 수많은 사고가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들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골든타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골든액션이다. 골든액션은 안전의식 뿐만 아니라 안전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다. 이에 매일안전신문은 생활 속 작은 안전 문제들을 점검하고 개인에게 필요한 안전지식과 실천 행동 등을 소개하는 '안전사회를 위한 작은 실천'이라는 장기 시리즈를 10월7일부터 시작해 매주 월요일 싣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가 전년에 비해 줄었다. 2019년 사망자는 855명으로 2018년에 비해 116명이나 감소했다. 상당한 실적이다.


하지만 매일 평균 2명 넘는 근로자가 목숨을 잃고, 매년 사고재해자수는 9만여명에 달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인명피해도 주요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산업재해는 당사자와 가족을 상실과 절망의 늪으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 20대 청년 김용균씨의 컨베이어 작업 중에 사망한지 1년이 지났다.


김용균씨는 도급회사의 직원으로 한국서부발전에서 근무를 하면서 사고를 당했다. 김용균씨 사망사고와 같이 도급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도급을 제공한 회사인 한국서부발전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인력만 제공하는 열약한 도급회사가 사고 이후 전체 보상을 하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법적으로는 열악한 도급회사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에 대한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허술한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그 후 산업현장의 제도는 개선되었는지?


국회에서는 지난해 1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개정하여 1년이 지난 이번 달 16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위험작업에 대해서 도급이 금지된다. 도급이 금지되면 직원이 아닌 외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게 되어 안전에 보다 더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부 작업자를 고용하는 도급을 하지 않고 회사에서 고용된 정식 노동자를 고용하면 안전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또한 작업자 입장에서도 사고가 났을 경우에 보상도 보장이 될 수 있으니까 긍정적이다고 한다.


그러나 개정된 이 법에 허점이 많다. 위험작업에 한해서만 도급이 금지되어 있고 위험작업에 해당되지 않는 작업은 도급을 허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험작업이라도 일시적인 작업이나 간헐적인 작업에 대해서는 도급을 허용하도록 했다.


개정된 이 법 제58조를 보면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으로서 도금작업이나 수은,납 또는 카드뮴을 제련,주입,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은 도급을 금지하도록 되었다.


언뜻 보면 도급을 금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법에서는 딱 4가지 작업인 도금작업과 수은,납 또는 카드늄 작업에 한해서 위험작업으로 분류해서 도급을 금지하도록 했다.


도급이란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


엘리베이터 보수작업을 하는 김모씨는 “컨베이어 작업자체가 위험하므로 제도적인 보완대책을 기대하는 것보다 작업자 본인이 우선 안전에 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컨베이어 작업을 하다 하반신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 전달에는 경기도 양주 한 건설폐기물 업체에서 외국이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이번에 개정된 법이 시행되더라도 이처럼 컨베이어 벨트 작업자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사고는 반복될 공산이 크다. 법 개정 과정에서 컨베이어 작업은 위험작업에 포함되지 않다보니 여전히 도급이 가능하다.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내용도 뜯어보면 허술할 뿐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도급이 금지되는 작업의 범위에 컨베이어를 사용하는 작업을 포함시키면 된다.


입법과정에서도 이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해결되지 못했다. 이유는 열약한 모든 사업주의 비용증가 때문이다. 도급을 금지하면 가뜩이나 열악한 사업자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게 된다.


따라서 문제를 한꺼번에 개선하기 보다 점차적이고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를 개선하는 사업주에게는 벌칙을 가하는 페널티 정책보다는 우선 적용하는 업체에 보상을 하는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


한편, 정부는 컨베이어 벨트를 사용하는 작업장은 노동자의 안전규정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또한 열악한 작업환경의 작업장에는 예산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산재 사고 사망자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한 해 800여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며 "원청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올해 현장에 잘 정착하면 사망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염불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근로자의 고임금 때문에 정규 근로자를 채용하지 못하고 도급이나 근로자 파견제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안전전문가들에 따르면 40~50년 전의 산업화에 따라 급성장한 탓에 안전제도와 안전의식은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안전교육사 박충식(59)씨는 “인건비 부담으로 우리보다 더 안전의식이 낮은 후진국 노동자를 고용하다 보니 안전의식이 아주 낮아 안전사고의 불안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고용하는 사업주가 많은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노동자 작업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안전은 제도도 중요하고 안전의식도 중요하지만 안전에 대한 지식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민국의 안전은 이제 정부에서도 ’안전사고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제 안전이 국력이다.


[저작권자ⓒ 매일안전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송규 기자 이송규 기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