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아파트값 떨어지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신윤희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7 14: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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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집값의 현상유지가 아닌 하향안정이 목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손발을 맞춰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의 한 말이다.


박 차관은 지난 5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집값을 떨어뜨려서 실수요자 관점에서 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우리나라 집값, 아니 서울의 집값, 그것도 강남의 집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데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미국 맨해튼과 영국 런던 등의 집값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보편적 정서상 그렇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집값은 평범한 직장인이 착실히 저축해 15∼20년 모으면 은행 대출금을 보태 살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내집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부유한 부모한테 물려받거나 ‘로또 청약’에 당첨되거나 ‘갭투자’ 등의 방법을 쓰는 정도가 있다.


최근 공개된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연간 가구평균소득 대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PIR(Price to Income Ratio)이 12.13으로 추산됐다. 서울시민이 월급을 전혀 쓰지 않고 모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간이 12.13년 걸린다는 뜻이다. 월급의 절반을 생활비 등으로 쓴다면 24.26년으로 확 늘어난다. 사실 월급의 절반을 저축할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아파트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는 박 차관의 말은 우려스럽다. 물론 박 차관이 제시한 목표가 '집값 하락'이 아니라 '하향안정'이기는 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목표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건지, 취임 초 수준으로 가격을 안정화하는 건지 설명해달라”는 주문에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던 일부 지역은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언급한 적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마냥 좋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집값이 올라 발생하는 문제보다 집값이 떨어져 발생하는 피해가 훨씬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집값이 떨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이미 경험했다.


집값이 전셋값 아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깡통전세’, ‘역전세난’이 수두룩했다. 금융기관은 담보물의 가치가 30% 가량 하락하면 대출금을 회수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작동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경제가 망가지는 건 당연하다.


박근혜정부 시절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빛내서 집사라”고 했던 한 이유이기도 하다. 2012년~2013년은 부동산 침체기로 ‘하우스푸어’, ‘렌트푸어’가 속출하던 시기다. 당시 금리인하와 규제완화로 지나치게 집값이 급등하면서 최 부총리는 두고두고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집값 하락의 위험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집값이 떨어지면 집없는 사람들이 집을 살까. 글쎄. 집값 하락기에는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집을 산 뒤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집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집값 하락과 구매력 하락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박 차관은 부동산 정책을 기획하는 당국자로서 정책의 목표를 국민들에게 보다 정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집값 하향안정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했다. /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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