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택배업체가 호황을 누리면서도 정작 택배 노동자들의 근로여건은 열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택배 기사가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과 경남 진해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A(50)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오전 2시30분쯤 동료에게 자필로 ‘억울합니다’로 시작하며 자필로 작성한 2장짜리 글을 촬영해 메신저로 보냈다. 글에는 택배 사업을 하면서 시설 투자, 세금 등으로 수입이 적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호소가 담겼다.
그는 글에서 “한여름 더위에 하차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150만원이면 사는 중고 이동식 에어컨을 사주지 않는다”,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작업 자체를 끊고, 먹던 종이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소장을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는 등의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든지,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부모에게도 “생활고에 시달려 빚이 많으니 상속을 포기하라”는 취지로 5∼6줄짜리 자필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근 잇따르는 택배노동자들의 죽음과 관련,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은 국민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대책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면서 “정부가 사각지대를 확실히 줄여나가기 위해 열악한 노동자들의 근로실태 점검과 근로감독을더욱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이날 열린 국회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택배기사 등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영 의원은 이날 새벽 로젠택배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을 언급하고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이 같은 죽음의 행렬을 어떻게 멈출지를 두고 국감 기간뿐 아니라 이후에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리고 말했다.
같은당 윤미향 의원도 로젠택배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공적 책임, 공범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에서 이런 책임을 통감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노동부와 공단이 택배기사의 산재보험적용 제외 현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소개하고 “그 결과를 보고 나머지 직종에 대해서도 조사 계획을 세워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한진은 최근 일어난 자사 택배기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날 임직원 명의로 사과문을 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 급증에 따른 택배기사분들의 업무 과중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물량 제한, 터미널 근무환경 개선 등 근로조건 개선에 최우선의 역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실행해 다시는 이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한진택배 김모(36)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 8일 새벽 4시28분 동료에게 ‘오늘 택배 물량 420개를 들고 나와 이제 집에 가고 있다. 5시에 다시 출근하면 곧바로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SNS 메시지를 보냈다. /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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