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청회 “영국은 안전 감독관에 기소권도 부여”

박효영 / 기사승인 : 2020-12-03 17: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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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공청회에서 영국의 강력한 기업 규제책이 소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일 오전 10시10분부터 공청회를 개최하고 찬반 양측의 입장을 경청했다. 공청회는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재윤 교수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청회에 참석한 김재윤 교수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이나 올해 발생한 이천 화재 참사 등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재해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만 산업재해 사고가 850여건에 달한다. 2018년 12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매시간 산업 현장에서 존귀한 생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산업 현장 어디선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존귀한 생명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고 위험을 만든 주체가 누구든 그 위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만큼은 중대재해법이 반드시 통과되길 바란다”면서 5가지 입장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기업살인법’이란 명칭을 중대재해법으로 중립화해서 부르는 것이 합리적 △중대재해법의 토대가 되는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 실효적이지 않다는 주장 반론 △경영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책임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 반론 △처벌 수위가 과도하다는 주장 반론 △인과관계 추정 규정에 대한 비판 반론 등을 풀어냈다.


특히 김 교수는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 2007년 제정된 뒤로 별로 처벌된 사례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이미 1974년에 제정된 보건안전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두 법률로 상한없는 벌금 조항 및 보건안전청 안전 감독관에게 우리나라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소권과 작업 중지 명령권을 부여해 위반 사항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걸로도 안 되니까 기업에 보다 강력한 책임을 묻고자 제정한 것이 2007년 기업과실치사법이다. 한국 산업안전보건법이 그 처벌 수위와 관련해서 영국의 보건안전법과 같이 훌륭한 기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영국 보건안전청 니콜라스 릭비 수석감독관의 조언을 인용했다.


김 교수의 전언에 따르면 릭비 감독관은 “기업 스스로가 이제는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말을 경청하고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더구나 영국에서는 “기업과실치사법이 상한없는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양형 단계에서 낮아지고 있어서 2016년에 기업과실치사 및 살인 양형 지침이 벌금형은 반드시 회사에 영향을 미치도록 징벌적이고 충분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불참한 공청회장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불참한 공청회장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엇보다 김 교수는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경영계의 볼멘소리에 대해 “일반적인 과실범 정도로 오인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법상 사업주의 책임은 고의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고 이를 통해 중한 결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해서 성립하는 진정 결과적 가중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 범죄가 고의형이라 법정형이 상당히 높다”면서 비슷한 결과적 가중범 처벌 사례로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과 민식이법(스쿨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 처벌 강화)을 거론했다. 두 법은 모두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고 벌금형이 없다.


나아가 김 교수는 “올해 4월 발생한 이천 화재 참사에서 38명이 사망했는데 중대재해법이 미리 통과되어 적용됐다면 과연 법인이나 경영 책임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도한 형벌인지 전체적인 형법 체계에서 비교해볼 때 과도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미 노동계에서는 이천 화재 참사를 한국형 산업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공사장에서는 바닥 녹색 코팅 작업(우레탄)과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용접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우레탄 작업을 하면 유증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 용접을 하면 불꽃과 만나 큰 불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불에 잘 타는 샌드위치 패널이 매연과 유독가스를 내뿜었고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시설이 전혀 없었다. 공사를 맡긴 원청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업체 ‘건우’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노동자 안전을 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법인에 부과된 벌금도 2013년~2017년까지 5년간 (평균) 448만원 수준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 사건이) 사업주의 책임이 많이 있는 것들은 사실이지만”이라면서도 “안전이라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 정도, 안전기술 수준, 국민들의 안전 문화 의식 수준, 현행 산안법의 비현실적이고 모호한 규정, 정부의 전문성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복합적이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임 본부장은 “선진국들도 처벌 수위는 대체로 우리보다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며 “금번 국회에 발의된 3건의 법안은 경영계가 보기에는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도한 형벌 규정, 사업주 및 경영진에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위험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대규모 기업조차도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대부분 사망 사고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94.4%,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77.2%가 작년 기준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재정적 여러 가지 인력의 부족으로 가혹한 처벌에 노출되어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역시 “현행 안전 관련 법규가 불명확한 규정으로 수두룩한데 엄벌주의를 취하면 의도와 달리 애꿎은 중소기업으로 처벌이 향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3일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운데)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3일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운데)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이날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공청회에 불참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전향적으로 중대재해법 처리에 관심을 보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추윤 갈등(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국면에서 일방적으로 법사위를 운영하는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참을 결정했다.


법사위원이 없는 정의당(강은미·배진교·이은주 의원)은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정의당의 상징 故 노회찬 의원은 과거 중대재해법을 발의한 바 있다. 10월 초에 당권을 잡은 김종철 대표는 중대재해법 통과를 위해 특별 결의문을 채택하고 전국 시도당 차원에서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정의당 소속 의원 6명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돌아가며 작업복 차림으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3일 기준 88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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