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재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이름으로 통과됐다. 원래는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원형으로 추진되던 법이었다. 중대재해를 발생시키는 주체를 “기업”으로 명확히 하고자 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빼버렸다.
매년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2000명 이상 발생하는 참사를 막아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았다. 김훈 작가는 절절한 칼럼을 썼고, 노동계와 진보정당은 전태일 3법(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 3권 보장/중재법) 관철에 힘을 합쳤다. 작년 9월말 출범한 정의당 6기 지도부는 중재법 쟁취에 올인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중재법 통과를 촉구하며 한 달 가까이 단식농성을 했다.
통과된 중재법과 일련의 상황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강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중재법 원안에서 많이 후퇴한 내용, 정의당의 투쟁 전략, 정의당의 투쟁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대한 평가, 향후 보완 작업, 더불어민주당 비판, 의원들의 표결 문제 등 여러 주제들이 있다.
정의당 소속 박원석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1호 공약으로 전태일 3법 제정을 제시했다”며 “공약에도 깔려있듯 지금 법의 보호가 가장 절실한 노동자들이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전태일 3법의 하나인 중재법을 만들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법안심사제1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설파했고 이는 그대로 먹혀들어갔다. 경향신문은 “중기부가 제안했고, 국민의힘이 밀어붙였고, 민주당은 묵인했다”고 평가했다.
박 전 의원은 故 전태일 열사의 노동권 정신이란 게 소규모 사업장에서 열악하게 일하는 취약 노동자들을 노동법 체제로 편입시켜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중재법에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빠졌다.
박 전 의원은 “법사위를 통과한 중재법에 발전적 측면이 없지 않다. 일일히 열거하지 않더라도 많다”면서도 “많은 긍정적 내용들을 다 상쇄하고도 남을 독소조항이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그리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다. 전태일없는 전태일 3법이 있을 수 없듯 5인 미만 사업장과 50인 미안 사업장의 수많은 전태일들을 버리는 중재법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재법에 전혀 관심이 없던 거대 양당이 법을 논의하게 만들고 처리까지 시켰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정의당의 노고가 컸고 평가를 해줄 수 있다.
다만 박 전 의원은 “우리는 오늘 우리 땀으로 끌고 왔던 법안을 규탄하고 거부해야 한다. 진심으로 괴로운 일이지만 전태일 3법을 약속한 우리가 수많은 전태일들을 버리는 법에 손을 들 수는 없다”며 “의원단 모두 본회의 토론에 나서 저 야합과 기만을 폭로하고 규탄하자. 법안을 거부하자. 입법 성과라는 떳떳하지 못 한 찬사나 초라한 자부심 대신 찬바람 부는 거리의 전태일들과 함께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절규하자”고 제안했다.
실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반대 토론자로 나섰다.
류 의원은 “정의당과 노동자의 요구가 하나씩 잘려 나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그토록 염원하던 중재법 제정이 표결을 앞둔 지금 정의당의 비례대표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선 이유”라며 “어제 밤을 새워 여섯번의 법사위 소위원회 회의록을 모두 읽었다. 국민 여러분과 동료 의원 여러분께 교섭단체 양당의 합의를 거친 이 법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류 의원은 △징역형 하한선이 3년에서 1년으로 낮아지고 △처벌 대상에서 원청 기업(발주처)이 제외되고 △처벌되는 경영 책임자가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로 정의되어 실질적인 경영 총 책임자가 빠져나갈 수 있게 됐고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되는 등 중재법이 누더기가 되는 과정을 일일이 읊었다.
류 의원은 “그밖에도 50인 미만 사업장 법 시행 유예, 경영책임자 책임 의무에 발주처의 공사기간 단축 요구 금지 및 일터 괴롭힘 예방 삭제, 형사상 인과관계 추정 삭제, 인허가권 행사 공무원 처벌 규정 삭제, 법인 처벌시 매출액 기준 규정 삭제,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상한 축소와 하한 삭제 등 본래의 법안 취지에 역행하는 조정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법사위 1소위에서 직접 법안을 심사한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법 통과 직후 페이스북에서 “만일 동네 중식당에서 불이 나 일하시던 분이 사망하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중식당 사장님에게까지 징역 30년까지 처벌이 가능한 중재법을 적용하는 것이 우리의 법 감정에 합당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당 소속 이기중 관악구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해서 다 구멍가게가 아니다. 대규모 현장에서도 하청의 하청을 거듭하면 그 종착지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된다. 주 40시간의 노동시간 제한도, 초과 수당도 연차 휴가도 적용받지 못 하는 게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인데 이제 죽음마저 차별받아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중재법 내용을 후퇴시킨 것은) 국민의힘이 쏘아 올린 공이지만 결론을 지은 건 분명히 여당이다. 민주당이다. 사람이 먼저다. 민주당 정부의 국정 철학은 사라졌다. 가진 사람이 먼저다. 수많은 시민과 언론이 이 눈부신 타협을 비판하고 있다”며 “정의당이 이상을 말한다고 현실을 모른다고들 한다. 아니다. 너무 잘 안다. 한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2000명이 넘는다. 길고 긴 노동시간은 부지런한 민족성과 성실함으로 포장된다. 과로사와 산업재해 사망의 목숨값은 고작 몇 백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정의당은 중재법 표결에 기권한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벌금형의 하한이 없어진 중재법이 왜 문제인지 논증했다. 그는 실제 산업재해 사망 사고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이뤄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이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내가 제안한 양형특례조항이 전부 삭제된 것에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는 10년째 OECD 산재 사고 사망율 1위의 오명을 쓰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사망사고에 대한 법원의 터무니없이 낮은 벌금 선고액 때문”이라며 “사망한 노동자 1명 당 450만 원 수준이다. 기업으로서는 안전 설비에 드는 돈보다 벌금으로 나가는 돈이 싸다. 이런 구조를 깨는 것이 내가 중재법을 발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발의한 법안에는 벌금의 하한을 높이고 판사가 벌금을 선고하기 전에 피해자, 유가족, 산재 사고 전문가 등의 양형에 관한 의견을 꼭 청취하도록 하는 양형특례조항을 뒀다”며 “오늘 통과된 수정안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삭제됐다. 오늘 통과된 법으로는 판사가 450만원 선고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실제 2013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당시 40명이 일하다가 죽었지만 당시 법원이 경영진에게 선고한 벌금액은 2000만원(노동자 1명 목숨값 50만원)에 불과했고, 7년 후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지만 판사가 시공사에 선고한 벌금액은 3000만원(노동자 1명 79만원)이었다고 환기했다.
이 의원은 “벌금의 하한이 없으니 사망 사고에 50만원을 선고해도 합법”이라고 역설했다.
이송규 매일안전신문 대표(기술사) 역시 “실제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벌금형일 것이다. 그래서 벌금 하한선이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노동자의 안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기업을 중재법에 포함시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5인 이하 기업이라도 사고 위험이 높은 작업을 하는 업체를 법에 포함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분명 진보진영과 노동계 입장에서 중재법은 너덜너덜 “누더기”가 됐다.
이는 중도적 포지션에 위치한 정당 시대전환마저 인정하고 있다.
시대전환은 본회의 통과 직후 논평을 내고 “지난달부터 중재법 제정의 속도를 보장하라고 주장해왔지만 이는 속도만 보장하는 것과는 명백히 다른 얘기다. 논의를 거듭할수록 어째서인지 법안은 계속 후퇴하기만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었고 공무원은 아예 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실질적 경영 책임자가 처벌을 면할만한 여지도 마련해줬다”며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발생할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결단하겠다. 열악한 환경 바꾸겠다고 외쳤던 다짐의 결과가 겨우 이 정도인가”라고 비판했다.
미래당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오태양 미래당 공동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서 “법안의 원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후퇴한 반쪽 법안이기도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누더기 법 논란이 또 재현되었다”며 2018년 연말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2019년 연말 준연동형 캡 비례대표제(공직선거법) 등의 사례를 거론했다.
오 대표는 “(개혁 입법을 추진하라는 요구가 강할 때) 민주당은 발목 잡는 야당 탓을 하거나 의석수가 부족한 탓을 해왔다. 그래서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의회 과반을 훌쩍 넘는 입법 권한을 만들어줬다”며 “그런데 소용이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할 때나 중재법을 제정할 때나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는 여전히 읍소해야 하고 한 겨울 농성장에 누워야 하고 울고 또 울어야 한다. 과반 의석 이전과 이후가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개원 이후 본격적인 첫 입법 과정을 지켜보며 걱정이 앞선다. 결국 의회를 압도하는 거대 정당이 다수 의석을 점한다고 개혁 입법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들 중 가장 급진적인 노동당은 이런 비평을 내놨다.
현린 노동당 대표는 국회 정문 앞에서 12일간 진행한 단식농성을 마치면서 “죽음이 이윤을 위해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 결과라면 그것은 결코 사고가 아니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범죄다. 막아야 하는 살인이다. 중재법은 이 범죄의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를 담은 법안”이라며 “(통과된 중재법이 시행되더라도) 노동자와 시민의 죽음이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직 자본의 편에 서서 우리의 죽음을 방치한 정부와 국회의 죄다.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한 죽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설령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해도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일하며 살 수 없는 야만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여기 국회가 우리 노동자 민중이 아니라 자본과 야만의 부역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단 단식농성을 함께 시작한 정의당은 단식을 중단하지만 중재법 투쟁에 마침표를 찍지 않고 앞으로 계속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배제되고 밀려난 마지막 사람이 기어코 원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까지 분연히 함께 남아 싸우는 것이 정의당이 추구하는 정의의 모습이기를 바란다”며 “오늘부터 우리는 다시 싸움을 시작한다.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안전을 위한 입법 투쟁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8일 열린 단식농성 해단식 자리에서 “중재법이 발의된지 반년이 훌쩍 지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양당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기업의 입장이었다. 국민의힘이 바라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사실 평범한 사람들의 피눈물 위에 올려진 산재공화국이라는 점을 이번에도 확인시켜줬다”며 “민주당은 개혁 유예 정당이었다. (중략) 중재법 논의가 시작될 무렵부터 국회를 드나들던 재계의 핵심 민원 창구가 바로 민주당이었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삶을 검찰개혁 만큼 소중히 여기는 민주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아쉽지만 이제 시작인만큼 정의당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여전히 유예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겠다. 제대로 된 중재법을 완성할 때까지 저희들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민 여러분이 매일 하는 갔다 올게라는 약속 끝까지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강 원내대표도 해단식에서 “너무도 부족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지금 우리 국회 우리 정치의 한계도 확인했다. 정의당 제대로 해보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늘 여러분 곁에서 끝까지 함께하는 그런 일을 하겠다”며 “국민 70%가 찬성하는 국민의 법이 되었다.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등을 비롯한 열악한 현장의 노동자들이 더 이상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이 법 다음의 과제를 노정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너무나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의 투쟁 전략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병존하고 있다.
이기중 관악구의원 페이스북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한 발을 내딛었다고 할 수도 있고 구멍이 많은 허울뿐인 법안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을 거다. 둘 다 사실”이라면서도 “이것은 컵에 든 물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정치세력으로서 정의당은 성과보다는 한계를 주목하고 자족하기보다 성찰할 것이다. 법안도 문제지만 여기까지 온 맥락을 돌아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치적 기회들을, 싸움의 방법과 수단들을 그저 흘려보낸 것은 아닌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며 “다음 싸움을 잘 준비하자”고 덧붙였다.
보통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합의해서 법안이 의결된 뒤에는 본회의까지 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법사위 문턱을 넘어 본회의까지 갔다면 여야가 이미 합의를 이룬 만큼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본회의에 올라온 중재법 표결에서는 각기 다른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중재법 표결 결과는 재석 266명, 찬성 164명, 반대 44명, 기권 58명이었다.
용혜인 의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누더기가 된 중재법에 대해 찬성표를 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용 의원은 “구역감을 느낄만큼 가장 고통스러웠던 표결이었다”면서 “그 누구도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법안의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불만족스러운 마음에 따라 기권을 선택하기엔 반대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나의 반대가 부결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쉽게 반대도, 기권도, 찬성도 결정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투표 당일 단식농성장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면서 “처음에 중재법 제정을 요구할 때 제정이 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법안이 제정되는 것이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피드백을 들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말 누더기가 되어버린 이번 법안이 너무나 아쉽고 화가 나지만 이 법을 만들기 위해 수년 동안 그리고 지난 29일 동안 너무나 고생하신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저의 분노와는 다른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중재법 통과 이후 영국처럼 노동당국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보건안전청 안전 감독관에게 기소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김수민 평론가는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중재법에 대해 재계의 주장에 경청할 대목이 없지는 않았다. 엄벌주의의 효과는 한정적이다. 유럽식이 아니라 영미식인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영국에서 산업재해가 크게 준 건 비교적 근래에 만들어진 기업살인법이 아니라 70년대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영향이 컸다”며 “처벌 수위보다는 영국 노동감독당국의 힘이 강한 것이 더 주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 다른 조건은 유럽식인가? 영국에게 엄벌 말고 노동감독문화라도 배울 수는 없는가? 이런 질문 앞에서 재계는 가소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평론가는 거대 양당과 재계가 중재법의 알맹이를 다 빼버리면서도 “반대급부로 아무 것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갈라졌다 합쳤다 분담과 야합을 반복하며 법안과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을 노리개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이승한 작가도 8일 페이스북에서 “죄값을 올려놨으니 다들 인생 조질 거 무서워서 죄를 안 짓겠지라고 생각하고 치우는 건 그다지 현명한 일은 아닌 거 같다. 자기 인생 조지는 건 다들 무서워할 일인데 어떤 사람들은 그게 무서워서 죄를 안 짓는 게 아니라 그게 무서워서 전심전력으로 죄를 부인하기도 할테니까”라며 “죄값의 상향과 함께 필요한 건 죄를 짓나 안 짓나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해당 분야에 대한 교육을 잘 받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한 전담 기관이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에 존재했던 조직을 강화하든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든. 그런데 한국 입법부는 보통 그 쪽은 생각을 잘 안 하더라”며 “죄값 올려놓고 이제 죄 안 짓고들 살겠지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는 경우들이 많으니”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자식을 잃고 단식농성에 나선 분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해단식에서 “법 통과 과정 동안 국민의힘에서 엄청 막았다. 왜 사람 살리는데 국가에서, 나라에서,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사람 죽는 거 막아야 되는데 오히려 국회에서 막고 나라에서 막고 있다. 참 비참한 현실이었다”면서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똘똘 뭉쳐서 하니깐 만들어졌다. 앞으로도 다시 몸 추스리고 다시 이 법의 허술한 점 보완하려고 또 다시 뛰겠다”고 공언했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지난해 12월7일은 용균이의 26번째 생일이었으며 돌아오는 이번 달 24일은 한빛이의 32번째 생일이다. 한빛이와 용균이에게 생일 선물로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로 돌아가신 모든 영혼들께 중재법을 바친다. 그리고 그 이름들을 목놓아 불러본다”면서 “내 생명보다 더 소중한 내 아들 이한빛. 한빛아! 김용균! 김동준! 김태규! 홍수현! 황유미 김일두! 세월호 참사로 304명, 우리 아이들아!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로, 가습기 참사로,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천대 봉사활동 참사”를 일일이 호명했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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