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드디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오래전부터 출마가 기정사실화됐으나 새해벽두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전 등 정치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심지어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박 전 장관 대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여당 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분명 여야 1대 1로 붙어본다는 가정으로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박 전 장관이 안 대표에게 지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출마를 결단했다.
박 전 장관은 27일 아침 서울 현충원에 있는 故 김대중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최고의 대화는 경청이라는 말씀 명심하겠다”는 문구를 방명록에 적었다.
대통령, 국회, 지방 등 모든 정치 권력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독주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민주당은 서울시의회 110석 중 102석을 점유하고 있다.
어제(26일) 박 전 장관은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보고회 방식으로 출사표를 냈다.
박 전 장관은 “서울시민과 함께 이 엄중한 코로나의 겨울을 건너 새로운 서울의 봄으로 가겠다”며 “봄날 같은 시장”이 될 것임을 자부했다.
박 전 장관은 “서울시 대전환”을 기치로 내걸고 ‘21분 컴팩트 도시 계획’을 제시했다. 이게 핵심 공약이다.
이를테면 박 전 장관은 “반값 아파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일터, 문화와 놀이시설, 공공보육시설과 최고의 초중등학교가 21분 거리에 들어서는 21개 컴팩트 앵커를 만들어 서울을 다핵분산도시 형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영등포구 여의도를 예로 들면서 “국회의사당에서 동여의도로 향하는 도로를 지화하하면서 그곳에 보다 넓은 공원을 만들고 도시농부의 삶이 가능하도록 수직 정원 스마트팜을 만들어 시민들이 이곳에서 운동하고 채소를 가꾸며 삶, 먹거리, 운동, 헬스케어를 동시에 해결하도록 하겠다. 1인 가구텔도 들어가 주택 문제를 해결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지방 분권 차원에서 밀고 있는 국회 세종의사당에 대해서도 박 전 장관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존 여의도의사당을) 세계적 콘서트홀로 의원회관은 청년창업주거지로 소통관은 창업 허브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박 전 장관은 1983년 MBC에 기자로 입사한 뒤 21년간 경제통 언론인으로 경력을 쌓았고 2004년 같은 MBC 선배이자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정동영 전 의원의 스카웃으로 정치권에 데뷔했다. 이후 서울 구로을에서 4선 국회의원, 헌정 사상 최초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국민공감혁신위원회), 중기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박 전 장관은 경제부 기자 출신인 만큼 재벌개혁에 소신이 뚜렷하고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지역구도 구로디지털단지가 껴있는 구로을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창업과 중소기업에 맞추고 있다. 그런 강점을 인정받아 중기부 장관직에 발탁됐는데 18개 부처에서 가장 서열이 낮은 중기부의 위상을 상당히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했다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장관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의 강세를 꺾지 못 했다. 어찌됐든 이번 도전이 두 번째라 반드시 당선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권의 서울시장 잠룡 박 전 장관이 움직였기 때문에 이제 민주당 경선은 1대 1 구도가 됐다. 똑같이 2년 전 경선에서 맞붙었던 우상호 의원(4선)이 그의 경쟁자인데 가뿐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쉽지 않다. 우 의원은 당내 친문재인계 그룹의 조직력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박 전 장관이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을 끝까지 모시고 싶었다”는 워딩을 내놓아도 그런 측면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 경선 절차는 △2월2일 공개 면접 △2월9일 후보자 선정 및 경선룰 확정 △3월1일 최종 후보 결정 등으로 진행된다. 만약 박 전 장관이 승리하면 열린민주당 소속으로 출사표를 낸 김진애 의원(재선)과의 단일화 협상이 한 번 더 남아 있다. 컨벤션 효과를 노려볼만 하다.
여기서 박 전 장관이 무난하게 승리하면 본선에서 △안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국민의힘) 등 3명 중 1명과 만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지금으로선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야권 단일화가 실패했을 시에는 3자 구도로 치러질 수도 있다. 박 전 장관은 당연히 후자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야권 단일화가 실패할 확률은 높지 않다. 그래서 박 전 장관도 1대 1 구도에서 패색이 짙을 것 같아 오래 시간을 끌어온 것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 조사로 박원순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확인해준 것과 관련 박 전 장관은 27일 방송된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저희가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며 “민주당이 상처받은 분에게 사과해야 할 방법이 있으면 할 수 있는 만큼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에는 마음에 상처를 받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야 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그분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서울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박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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