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발언,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 "산재,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탓"

김현지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2 15: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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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캡쳐=국회방송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캡쳐=국회방송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

[매일안전신문]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가 이날 오후 있었던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산업재해가 일어나는 것은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이라며 노동자를 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포스코, 현대중공업, 쿠팡 등 산업재해가 많이 일어난 9개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출석시켜 산업재해 청문회를 실시했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는 박덕흠 의원이 2016년에 비해 2.2배 이상 산재사고가 크게 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질문하자 "실질적인 산재사고가 늘어난 게 아니라 2016년부터 집계기준이 바뀌었다"면서 "원래는 건수를 통계로 잡았는데 2016년부터 난청 등의 재해를 산재로 집계하다 보니 그 해에 갑자기 늘었다"는 대답으로 산재사고 증가를 부정하며 집계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어 박덕흠 의원이 "같은 제조업체에 비해 (현대중공업이) 더 많은 문제가 있지 않냐"며 "1년에 중대재해사고로 5차례 특별관리감독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개선된 부분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 질문했다.


이에 한영석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고 고인이 되신 분들께 매우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은 실질적으로 불안전한 상태,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며 작업자의 행동을 탓했다.


덧붙여 "불안전한 상태는 안전 투자를 통해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며 "비정상적으로 작업하는 부분이 많아 표준작업을 유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의 질의가 끝나고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도 한영석 대표에게 질의했다.


이수진 의원은 "대한민국 많은 노동자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는데 좀 전 대답을 듣고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갔다"고 말하면서 "산재 주요원인 중 하나가 작업자들의 불안전한 행동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피해가지 못할 것이며 제대로 된 현장진단을 다시 한번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5년 철판 낙하 사망 사고에 이어 이달 같은 원인으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거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영석 대표는 "같은 원인이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 일어났다"고 부정했다.


이에 이 의원은 "어떻게 다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2015년 사고 이후 빈번하게 철판이 흘러내리는 사고가 있었는데 인지하지 못했냐"고 물었고 한영석 대표는 "인지하고 있었다" 대답했다.


하지만 "조치는 취했냐"며 "이번 참사가 발생하니까 관심 갖기 시작한 거 아니냐"는 물음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이어 2016년 현대중공업이 자회사로 분사해 다시 재하청을 주고 있는 '크레인 작업'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한영석 대표는 표준작업지시서를 언급하며 얼버무렸고 이에 이 의원은 "표준작업지시서 부실하다, 안전조치 미흡하다, 노동부로부터 지적받지 않았느냐"며 "중량물취급계획서도 미작성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걸 인지하고 있다면 어떤 해결법을 갖고 있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한영석 대표는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려면 협력사의 직원들이 안전에 대한 수준이 높아야 된다"고 답했다.


그 대답에 이 의원은 "협력사가 1만 3000명에 달하는데 2021년 생산협력사 안전관리 및 교육지원금 80억원은 너무 적은 거 아니냐"고 지적했고 한영석 대표는 "직영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예산을 배정해 교육하고 있고 협력사들도 협력사 나름대로 자체적인 예산을 가지고 실시하고 있다"며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원래 현대중공업에 질의할 생각이 없었으나 한영석 대표의 이전 답변들을 듣고 난 뒤 심각한 우려에 질의를 시작했다.


장 의원은 "불안전한 행동이 있을 때 산재가 날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만으로 산재가 일어나진 않는다"며 "시설장비, 불안전 행동, 그게 어떻게 관리·감독이 되느냐, 그 세 가지가 다 망가졌을 때 중대재해가 일어나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2018년 용접 화재로 돌아가신 분, 2019년 LPG 탱크 경판 추락사고로 돌아가신 분, 지난해 오늘 추락 사고로 돌아가신 분, 이 세 케이스에서 어떤 불안전 행동으로 돌아가셨는지 말씀하실 수 있느냐"고 상세히 질문했다.


이에 한영석 대표는 "안전시설을 더 강화하고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소홀히 한 것 같다"며 질문에서 벗어난 답변을 했고 장 의원은 "어떤 불안전 행동으로 돌아가신 건지 하나라도 있으면 말해 보라"고 재차 물었다.


한영석 대표는 "불안전한 행동이란 비정형화된 작업이 많다는 의미"였다며 대답을 피했고 장 의원은 "이 세 개 중에 비정형화되어서 생겨난 불안전 행동이 단 한 건이라도 있느냐"며 "요즘 기업인들이 굉장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나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없애겠다는 한 가지 방향으로만 대책을 생각하는 게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덧붙여 "불안전 행동은 오인 행동과 위반 행동으로 나뉜다"며 "오인 행동은 사람이니까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걸 막기 위해 시설장비를 만들고 감시·관리·감독 체계를 갖추어서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끝으로 "작년 오늘 돌아가신 분께서 오인 행동으로 떨어지셨지만 추락방지막이 있었으면, 관리·감독을 하시는 분이 같이 있었으면 안 돌아가시지 않았겠느냐"며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만을 원인으로 보는 건 정말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는 청문회 내내 기업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을 작업자의 행동 탓으로 돌리며 실질적인 대책은 제대로 생각해두지 않은 안이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청문회를 시청하던 국민들은 충격과 실망을 받은 모습을 내비쳤다.


현대중공업은 2020년 산재가 653건에 달하면서 2016년 297건에 비해 4년 만에 2.2배가 증가했다. 이는 다른 제조업체들에 비해 확연히 큰 숫자이다.


현대중공업의 산재건수는 이날 출석한 기업들 중에서도 압도적 1위를 달리며 끊임없이 심각성을 외치고 있으나 청문회에서의 답변을 봤을 때 이후 안전한 노동 환경으로 개선될지, 산재가 줄어들지는 미지수이다.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하고 싶어한다.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끔찍한 산업재해 사고에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은 매일 불안한 삶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기업은 이 법에 대해 불평하기에 앞서 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생각하고 이행해야 할 것이다. /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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