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전신문] 미국의 유명한 모티베이터이자 기고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베스트 셀러인 ‘블링크’에서 누군가를 만나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할 때, 각자의 무의식 속에 쌓아둔 선험적 경험이 순간적으로 작동하면서 번뜩이는 판단을 내리는 것을 블링크라고 명명했다.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뒤, 신중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기존의 의사결정 방식이었다면, IT 기술로 인해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바뀌는 초고속의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분명히 블링크로 대변되는 직관의 힘에 의존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커플 중에 많은 수가 아마 첫 눈에 ‘이 사람이다!’라고 이끌리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곤 한다. 이 순간이야말로 말콤 글래드웰이 말하는 블링크의 순간이 아닐까? 그렇다면 결혼을 결심하는 것 역시 블링크에 의존한다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의 기혼자들은 그것만은 참아달라고 말릴 것이다.
연애의 시작은 이처럼 블링크에 의한 판단에 의존해도 좋겠지만, 여생의 대부분을 함께 해야하는 커플을 결정하는 결혼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어떤 한 순간의 번뜩이는 판단에 의존하기 보다는 보다 긴 호흡으로 이 사람과 내가 팀웍을 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 지 여부를 판단해 볼 것을 권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결혼 해 본 이들은 대체로 공감하겠지만, 겉으로만 봐서는 다른 커플의 결혼 생활이 행복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정말로 쉽지 않다.
다른 이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어떤 커플은 함께 정말 행복해 보이는 반면, 또 다른 커플은 서로에게 약간의 거리감을 보이며 차갑게 보이기도 한다. 혹은 사소한 주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견 충돌을 하거나 논쟁을 벌이는 커플이 있기도 하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친한 친구처럼 보이는 커플도 있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커플은 물론, 꼭 필요한 대화만 나눈 채 시선은 서로를 향하는 게 아니라 동행한 아이들만 쳐다보는 커플이다.
이렇게 글로만 상술한 커플을 접하면, 누구나 글 속의 인상만으로도 저 커플은 행복하겠다, 아니면 저 커플은 왜 저러고 살까? 혹은 ‘그래 결혼한 이상 커플이라기 보단 가족이라고 봐 줘야지 뭐’라는 이미지가 확실히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서 시간을 보내보면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떤 커플은 정말 행복해 보였어도, 결국 이혼을 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반면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는 커플이 꾸준하게 자녀를 올바르게 키워내고 노년을 평화롭게 맞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서로가 열정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겉보기와 다르게 꾸준하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커플에겐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존 고트먼 박사 역시 이 점이 궁금해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이 분야의 연구를 했고 그 결과를 정리해서 ‘결혼의 수학’이라는 책을 펴냈다.
존 고트먼 박사는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회심리학자로서 그의 전공 분야가 ‘부부관계’ 이다.
그가 부부관계를 과학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담을 하러 고트먼 박사를 찾아온 부부는 상담용 의자에 앉게되는데, 상담 전에 박사는 아내와 남편의 손가락과 귀에 전극과 센서를 붙여 심장 박동, 땀 분비량, 피부 온도 등을 측정했다. 그리고 카메라로 그들이 대화를 나누며 하는 태도와 행동까지도 매 순간 기록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고트먼 박사는 결혼 생활을 오래 지속하는 부부와 불행한 부부 모두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선 결혼생활을 오래 지속하는 부부는 대화를 할 때 상대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비율이 5:1의 수준을 보였다고 한다. 부정적 감정이 20%를 밑도는 셈이다. 반면 불행한 부부는 부정적 감정의 비율이 40%가 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처럼 긍정적인 감정을 80% 이상 유지하는 행복한 커플이 공통적으로 보유한 특성은 다음의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 높은 수준의 신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커플의 경우, 어느 누구도 상대방의 행동이나 약속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사에 서로를 믿으며, 상대방이 좋은 결정을 내리고 높은 기준과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신뢰감이 높은 편이다. 서로를 신뢰하는 부부는 마치 액션 영화에 나오듯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도 한 팀으로 행동하며 서로가 등을 맞대고 상반된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등 뒤에서는 반드시 자신의 배우자가 자신을 지켜줄 것으로 확신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둘째, 상대에 대한 존경심
그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나 존중하는 마음 부족하면 연인으로서 사랑을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결혼하여 함께 생활을 꾸려가는 경우, 서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생활을 통해 행복해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존경심이 없을 경우, 서로 의견 충돌이 발생했을 때,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기가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오히려 잦은 의견 충돌로 인해 상대에 대한 경멸감이 생겨날 위험이 커진다. 반면에 배우자를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배우자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감사를 표한다면 그것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불러일으키게 되고, 관심은 다시 대화의 소재로 이어져 관계유지가 매우 쉬워진다.
본인이 배우자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애매하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면 된다.
‘나는 그 사람을 내 지인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가?’ 혹은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그렇다’라고 답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배우자에 대한 존경심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으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기에 필요조건을 충족한 셈이다.
셋째, 상대에 대한 높은 호감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감정일 것이다. 이성적인 결혼 관계를 더 선호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라 해도, 이성적인 커플 관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당연히 상대를 떠올리기만 해도 흐믓한 미소를 지을 정도로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상태에서 결혼을 결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결혼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꾸만 상대방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깎아내는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 깎아내곤 한다. 이러한 마음 상태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사랑의 감정을 깎아내는 속도는 더욱 빨라져서 나중에는 브레이크가 전혀 듣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상대방을 사랑하는 상태에서 결혼했다면, 적어도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부정적인 요소는 거르고, 긍정적인 면을 더 집중해서 보도록 하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대부분의 시간을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한 생각을 통해 즐거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함께 여행을 한다거나, 같은 취미를 갖는다거나, 오랜 시간을 상대방과 함께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신뢰, 존중, 호감이 소진된 상태에서는 여행이나 취미, 대화도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결혼 생활은 긴 호흡이 필요한 여정이다. 이러한 여행의 길을 커플과 행복하게 오래 가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차희연
- 미래인재개발재단 이사장
- HRD VITA Consulting 대표
- 감정조절코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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