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성 작가 칼럼] 한글회화 36년 고백같은 전시

이정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11-02 16: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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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성 작가
금보성 작가

36년 동안 한글 작업을 하고 있지만 나에게 한글은 무엇일까.


광신도는 아니지만 한글이 내 종교가 됐다. 과학자도 아니면서 한글이 지하 광물인 희토류 보다 더 가치있는 산업이 된다고 믿는 또라이 취급을 받은 게 내 이력이다.


일반일들에게 한글은 소통의 쓰임 외엔 한계가 있다. 한글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글이 주는 의미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문자로서 한글은 가로와 세로의 직선으로 직선의 미를 간직하고 있다. 소리를 낼 때는 울림이 강한 또는 하울링 같은 진동을 느낄 수 있어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진정성이 전달되는 아름다운 화음이 내제돼 있다.


한글의 ‘한’은 하나, 크다, 시작의 의미다. ‘글’은 문자, 텍스트, 소통, 나눔의 의미다. 즉, 한글은 큰 글, 큰 소리다.


대한민국 사람은 큰 민족의 큰 사람이다.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고 한글을 배우는 사람은 큰 사람으로 택함을 받은 사람이다.


한글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가르쳐 줘야 할 것이 ‘나는 누구인가’, ‘한국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주소를 만들어 줘야 한다.


사라지는 언어와 문자를 기록하기보다 색으로 남겨야 하기에 스무 살 인사동에서 첫 전시를 할 수 있었던 것마저 한글이 나에게 아이디어와 열정을 주었기에 가능했다. 자력에 의해 끌림이나 신 내림 같은 주술적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최근 조선의 팝아트인 민화의 정신을 가지고 한글민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 작업하는 제 소원은 치유와 용서다.


한글 회화는 내 속에 있는 한을 끄집어 내어 투척하는 방식이다. 농부가 씨를 뿌리듯 내 속에 담겨 있는 한을 꺼내고자 하는 것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또 소수민족의 언어가 사라진다는 미래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준비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개신정신) 바라보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제 작업 신념의 세월이다.


한글은 주름도 없고 늙지도 않는다. 내 마음이 아직도 지치지 않고 한글을 처음 발표하던 호기심 많은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한글 때문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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