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비율표에 숨겨진 교복 문제, 소비자 및 업체를 위한 해결 방안은?

강수진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3 09: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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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개학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5000여개의 중·고등학교 학생 및 학부모들은 여느 때처럼 교복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정해진 업체에서 교복을 구매할 수 있는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가 자리를 잡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많은 학부모들은 부담스러운 교복 가격과 질 낮은 교복 품질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교복 업체들의 볼멘소리도 여전하다. 이들은 교복 단가비율표에 숨겨진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한, 교복 시장의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 지적한다.

 

▲출처: utoimage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 최저가 경쟁으로 비정상적인 제품별 단가 유발


2015년 처음 도입되어 올해로 시행 9년차를 맞이한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는 교복 업체간의 지나친 마케팅 경쟁을 완화하여 서민 물가를 안정시키고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거두었다. 교복 상한가 제도와 최저가 입찰 방식을 근간으로 한 이 제도는 전국 시·도 교육청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여 교복 가격에 대한 상한가를 결정하면 전국 중고등학교는 그 이하의 가격으로 교복을 구매하는 전자 입찰 절차를 밟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교육청이 정한 교복 상한가는 314,000원 수준이며 실제 교복 가격은 이에 비해 낮게 책정되어 있다.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 하에서 각 학교는 해마다 단 하나의 교복 업체만을 선정할 수 있는데, 교복 재고가 남아 있지 않은 한 학부모들은 해당 업체에서만 교복을 구입할 수 있다. 결국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입찰 기회를 잡기 위해 전국 교복 업체들은 최대한 입찰 가격을 낮게 적어내는 출혈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부산의 A 고등학교의 경우, 교복 상한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16만3천원을 적어낸 업체가 낙찰되었다. 이 같은 문제는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가비율표에 숨겨진 ‘비공정 문제’, 소비자 부담 높이는 원인


얼핏 보기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교복을 구입할 수 있기에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학부모들은 교복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의 입찰가격이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여전히 교복 가격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단가비율표 상 ‘비공정 문제’가 숨겨진 탓이다.


입찰을 진행할 때, 학교는 단가비율표를 제공하며 교복업체는 이를 참고해 단가비율표를 제작해 제출해야 한다. 단가비율표는 입찰 금액 내에서 복종별 단가 기준을 기록한 자료인데, 예컨대 입찰 금액이 30만원이라면 셔츠 4만원, 바지 4만원, 자켓 15만원, 니트 6만원 등 각 복종별 가격을 책정하게 된다. 이러한 단가비율표는 소비자의 추가 구매 기준이 되기도 하며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최저점을 받는 패널티가 주어지므로 그 중요도가 상당하다.


하지만 최저가 낙찰로 인해 출혈 경쟁을 펼치는 교복 업체들은 손실을 보충하기 위한 ‘꼼수’를 단가비율표에 교묘하게 숨겨놓는다. 학생이 3년간 학교를 다니다 보면 단 한 벌의 교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셔츠나 바지, 치마 등 일부 복종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 이처럼 추가 구매 가능성이 높은 복종에는 단가 비율을 높게 책정하고 재구매율이 낮은 복종에는 비교적 낮은 단가비율을 책정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상이하나 약 30만원 상당의 교복지원금을 지급 받는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교복 가격 부담이 적다고 생각하지만 2~3장 정도의 셔츠나 바지 등을 추가 구입한 후에는 지출액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 ‘재고가 없다’는 핑계를 대고 교복의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교복 업체의 상술까지 더해지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단가비율표를 합리적인 비율로 제출하라는 공고문의 외침은 허공에 의미 없이 흩어지는 외침일 뿐이며, 소비자들의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출 서류에 대해 꼼꼼한 검토가 이루어지는 등 피해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저가 출혈 경쟁으로 신음하는 교복 업체… 모두가 상생하는 교복 시장 만들려면?


소비자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교복 업체들의 사정도 결코 녹록치 않다. 수십년 간 교복 시장을 주름잡던 교복 업체들은 고사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몰려 있다. 이들이 지목하는 문제의 원인은 현실과 동떨어진 교복 상한가 지정이다. 상한가를 결정할 때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률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현 제도에서는 오직 소비자물가 인상률만 반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해, 전국 시도교육청은 교복 상한가를 평균 31만4586원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가 도입된 2015년보다 겨우 11%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동안 교복 원자재인 양모, 면 등 주요 수입 자재의 가격이 각각 25%, 38% 상승했으며 최저임금의 상승폭 역시 72%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상한가 인상률의 비현실성을 더욱 깊이 체감할 수 있다. 여기에 교복 업체 간의 출혈 경쟁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교복 업체들은 최종 입찰이 되더라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만다.


교복 업체와 소비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업체 관계자들은 가격 경쟁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품질이나 소재 경쟁 등 생산적인 방향으로 업체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저 낮은 가격만 적어 내면 되는 최저가 입찰 제도 내에서는 교복 품질의 하락을 면하기 어렵고 단가비율표를 이용한 꼼수가 난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저가 경쟁을 방지하며 교복 품질을 높이기 위해 납품가격 자동 연동제, 교복 상한가 현실화 등 다양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며 단가비율표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면 교복 업계 내 상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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