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규 안전칼럼] 아파트 계단, 화재 감옥이 되지 않으려면

매일안전신문 / 기사승인 : 2023-12-26 12: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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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규 안전칼럼] 성탄절 연휴에도 안타까운 아파트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21층 짜리 아파트에서 불이 나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2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희생자 가운데 1명은 불길을 피하기위해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이를 품에 안고 뛰어내렸다 끝내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사고였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는 자치구와 함께 이번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빠른 시일 내 귀가하실 수 있도록 재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실내활동이 늘어나는 겨울철, 화재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화재 사고 발생률이 높은 만큼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도시화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아파트 역사는 시작되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아파트는 대표적인 주거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이미지까지 생겨났다. 우리나라 전체 두 가구 중 한 가구는 아파트에 살 정도이니, 아파트는 곧 집이자 동네, 공동체 사회가 된 셈이다.

지난 7월 발표된 통계청의 2022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가구 수는 2천238만으로, 가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집단가구와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가구를 뺀 일반가구는 2천177만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아파트는 전년 대비 32만호 증가한 1227만호를 기록했고, 총 주택의 64%를 차지하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이 넘는 52.4%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강남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수도권 곳곳에서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판상형 아파트보다 이른바 ‘타워형’으로 불리는 3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문화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지만, 공동체 안전을 위한 문화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고 중 하나다. 18일 소방청 국가화재통계에 따르면 한해 4만113건의 화재가 발생해 341명이 숨지고, 2천327명이 부상을 당했다. 약 하루에 한 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는다는 얘기다.

만일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119 전화부터 소화기 진압, 대피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말한다.

화재 초기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라면 초기 진압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 소화기 1대 혹은 한 바가지의 물이 소방차 10대가 출동하는 것보다 효과가 클 수 있다. 초기 진화는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불이 급속하게 번지는 상황이라면 다르다. 소화기로 진압하기 늦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무조건 대피가 우선이다. 또한 화재 발생시 주변 가족에게 알려 대피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노약자나 어린이를 먼저 대피시키고 대피 과정 중 적정한 때에 신속히 119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피할 경우 엘리베이터는 절대 이용해서는 안된다. 엘리베이터는 누전으로 인해서 멈춰 설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대피 수단은 계단이다. 아파트 내 계단을 대피계단 혹은 피난계단이라고 하는 이유다. 다만 문제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 대부분이 가장 중요한 안전 수단인 비상계단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많은 세대가 한 공간에서 거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기가 상층으로 확산하면서 대피 도중 연기 질식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아파트 계단 문은 평소 닫혀 있어야 한다. 화재가 났을 때 계단 문이 열려 있을 경우 연기가 계단을 통해서 모든 층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에서 숨지는 희생자는 대부분 불에 타서가 아니라 연기에 질식해 목숨을 잃는다.

아파트 계단으로 통하는 문은 일반 문이 아닌 방화문이다. 불이 날 경우 자동으로 닫히고 내부에서 압력이 센 공기가 만들어진다. 이른바 ‘양압계단’으로서 계단 통로 압력을 외부보다 높게 만들어 외부 연기를 차단하고 대피 통로 역할을 해 준다. 하지만 일부 거주자들이 환기를 명목으로 평소 계단 문을 열어 놓거나 화분 같은 물건으로 문이 닫히지 않게 고정하는 경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아파트 계단은 안전한 곳에서 화재 감옥이 되고 말 것이다.

아파트 계단에 가연성 물건은 물론이고 화분이나 자전거 등으로 놓아서는 안된다. 계단에 쓰레기나 택배용 배달 상자 등을 놓아서도 안된다. 일부 오피스 건물에서는 계단에는 간이 쓰레기통을 설치하거나 다용도실의 한 공간으로 쓰기도 한다. 모두 공동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행위들이다.

평소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켜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아파트 계단은 화재가 나면 가장 안전한 곳이다. 계단은 출입용도가 아니라 대피용임을 명심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아파트 계단으로 통하는 문은 꼭 닫아 놓고 계단에 아무 것도 놓지 말아야 한다.

 

▲ 사단법인 한국안전전문가협회 이송규 회장
이송규 프로필
(사)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기술사,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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