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의사 행세한 ‘의대 졸업생’… 병원 60곳 돌 동안 아무도 몰랐다

이진수 기자 / 기사승인 : 2023-01-05 17: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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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의사 A씨가 소개한 약력 (사진=수원지방검찰청)


[매일안전신문] 의사 면허증을 위조해 약 30년간 의사 행세를 이어온 60대 남성이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음주 상태에서 의료 사고를 낸 뒤 이를 덮은 정황도 포착됐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2부(양선순 부장검사)는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보건범죄단속법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등 혐의로 A(6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이와 함께 A씨의 의사 면허 취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고용해 병원장 명의로 진료 행위를 하게 한 종합병원 의료재단 1곳과 개인 병원장 8명을 보건범죄단속법 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1993년 지방 모 의과대학을 졸업한 A씨는 2년 뒤인 1995년부터 면허증, 위촉장 등을 위조해 서울, 수원 등 60곳이 넘는 병원에서 무면허 진료를 이어왔다.

의사 면허증이 없어 의료 행위가 불가능하지만 그가 실제로 의대에 재학했기에 병원장들은 A씨가 내민 의사 면허증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주로 '미등록 고용의사' 형태로 채용돼 병원장 명의의 전자의무기록(EMR) 코드를 부여받아 환자들을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했다. A씨를 고용한 일부 병원은 고용보험 가입 등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이런 미등록 의료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무면허 의사임에도 외과적 수술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음주 의료 사고를 내고 급히 합의하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가짜 의사 행세는 EMR 코드 없이 의료 행위를 하는 A씨 행태에 의심을 품은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30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의료 면허가 취소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의 압수 수색과 계좌 추적 등을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검찰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은 A씨의 최근 8년간(2014년 10월∼2022년 12월) 의사 면허증 위조 및 행사, 무면허 정형외과 의료 행위를 밝혀내 지난 2일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 기간 A씨 계좌에서 확인된 급여는 5억원이 넘었다.

검찰은 범행 재발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미등록 고용의사 채용 관행 점검 및 재방 방지 교육을 요청하고, 양 기관이 협업해 일반인들도 의사 면허 유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을 건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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