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병원 화재, 왜 더욱 위험한가

이송규 안전전문 / 기사승인 : 2020-07-10 16: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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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전남 고흥군의 한 병원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2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사진, 채널A)
10일 전남 고흥군의 한 병원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2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사진, 채널A)

[매일안전신문] 병원에서 화재가 나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동이 불편한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서 발생한 끔찍한 화재다. 자칫 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다중이용시설 중에서도 병원의 화재 관리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남 고흥군의 한 병원에서 10일 오전 3시42분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2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가 발생해 안타깝지만 병원 화재로 이 정도 사상자가 난 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다.


다중이용업소인 병원의 화재는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25명이 숨진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병원 화재는 쉽게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사상자도 그만큼 대형화할 수 있다.


병원 특성상 입원환자들은 환자복을 입고 있는데, 보통 겨울용 환자복이 따로 없어 거의 4계절용을 입는다. 환자들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은 대체로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 병원마다 에너지 전력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다.


병원은 지을 때 보온을 위해 벽이나 천정에 단열재를 많이 쓴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을 단열재로 쓰는데, 보온에 아주 효과적이다.


단열재는 보온에 최고의 효과를 내지만 화재시 아주 취약하다. 불이 나면 유독가스를 대량으로 내뿜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화재 확산속도를 높여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간다.


더군다나 병원에서는 입원환자들이 겨울에 이불이나 따뜻한 별도의 옷을 가져가 환자복 위에 끼어입는 경우가 많다. 병실에 가연성 물건이 더욱 많아진 셈이다. 가연물 밀도 분포로 분석해보면 병원이 상위권에 들 것으로 지적된다.


화재진압을 위해서는 초기에 작동하는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화재직후 대피도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5층 이상의 건물의 건축 시에 대피 계단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초기 대응에 스프링클러가 중요


화재가 발생할 때 초기진압에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효과가 높다. 기존 소방시설법에는 의료시설 중 요양병원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8월6일 이후 병원에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이미 건설되어 영업 중인 병원에는 오는 2022년 8월31일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유예기간을 3년이나 준 것은 병원 사정을 배려한 측면이 크다.


그렇다보니 지난해 8월6일 이전에 개업해 운영 중인 병원은 2022년 8월 31일까지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해도 잘못이 아니다. 2022년 8월까지 기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되지 않은 위험한 곳을 방문하는 셈이다.


정부는 각 병원에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스프링클러를 최대한 이른 시일내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대피 계단은 항상 닫혀 있어야


5층 이상의 모든 건물은 출입구 외에 한 개 이상의 계단을 두고 있어야 한다. 화재와 같은 비상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서다. 법률 용어상으로 ‘피난계단’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의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가 주 출입구이며 계단은 대피 목적을 위한 별도의 피난 통로다.


특히 11층 이상 건물과 공동주택 16층 이상의 건물에 설치해야 하는 계단은 피난계단보다 안전성을 강화한 ‘특별피난계단’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특별피난계단은 양압계단이다.


양압계단은 항상 일정한 공기의 압력이 있어서 화재시에도 다른 곳보다 높은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 연기가 대피용인 계단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불이 났을 때 이 계단이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는 이유다.


하지만 평소 이 계단 문을 열어두고 있었거나 계단 문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양압의 기능은 전혀 없고 오히려 화재시 굴뚝 역할만 해서 불을 확산시킬 뿐이다.


지난 5월에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도 계단이 불 확산의 통로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시 연기 질식에 의해 사망자는 약 80% 이상이다.


계단 관리는 화재 예방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다중이용시설이자 이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도 계단을 단순 피난계단이 아닌 특별피난계단으로 만들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안전대책에 소요되는 비용은 소모비용이 아니라 투자 비용이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사고로 인한 복구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송규 안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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